굿 브랜드가 파워 브랜드다

파워브랜드가 되기 위해선 세 가지 필수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품질 Quality과 인지 Awareness, 매력 Attractiveness이 그것이다. 이를 줄여 QAA라고 부른다.

품질이 기반조건이고 인지가 필요조건이라면 매력은 브랜드 전략상 충분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브랜드 매력을 제대로 확보하면 파워 브랜드로서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고 말할 수 있다

품질은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기본 혜택 이라고 말하기 쉬운데, 요즘은 제품 사용품질뿐 아니라 보관, 재사용, 폐기까지 모든 경험의 합이라는 개념으로 의미가 넓어지고 있다. 소비자는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총체적인 경험을 얻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품질에 대해 판단하게 된다. 이것은 파워 브랜드를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인지는 글자 그대로 많은 사람에게 (특히 기업이 원하는 목표 소비자를 대상으로) 알려지는 것을 말한다. 높은 인지도는 그 자체로 큰 힘이라는 얘기다. 운동역학에는 머슬 메모리 이펙트 muscle memory effect 라는 용어가 있다. 운동 선수들이 운동행위 자체를 몸에 입력해 기억시키는 것을 말하는데, 마케팅에선 이를 '중독' 혹은 '세뇌' 라는 의미로 차용한다. 파워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소비자 머릿속에 브랜드를 남겨 놓아야만 하는데, 이를 위한 가장 기초적인 도구가 바로 머슬 메모리 이펙트다. '김청? 속청!' , '꼬꼬꼬꼬 꼬꼬꼬꼬 꼬모!' , '쇼를 하라 show!' 처럼 마케터가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하기 위해 만들어낸 성과물은 무수히 많다. 인지는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소비자가 그 존재를 알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을 적시하는 조건이다.

세 번째 조건인 매력은 그 브랜드만이 갖는 특별한 이미지를 말한다. 단지 잘 알려진 브랜드만으로는 경쟁에서 이길 수 없기 때문에 매력을 통해 소비자로 하여금 언젠가는 꼭 소유하고 싶다는 욕망을 갖게 만들어야 한다. 다시 말해 이것은 제품력의 차원을 뛰어넘는 개념으로 소비자가 브랜드를 생각할 때 연상 Association시키는 이미지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강력한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필요하다. 품질이 기반조건이고 인지가 필요조건이라면 매력은 브랜드 전략상 충분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브랜드 매력을 제대로 확보하면 파워 브랜드로서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고 유통middot;판매전략이 수반되면 파워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무척 간단하다.

소득 2만 달러 시대 "마케팅의 역사가 변한다"
마케팅의 역사는 USP Unique Selling Proposition , 즉 내 제품이 경쟁 제품보다 얼마나 독특한 차별성을 갖고 있는지 알려주는 것에서 출발했다. 공급이 모자랄 땐 마케팅 같은 것이 필요 없었다. 공급이 수요를 상회하면서 소비자를 내 제품으로 이끌기 위한 방법이 필요하게 되자 USP 같은 마케팅 개념이 발아됐다. USP 같은 초기 형태의 마케팅 단계에선 경쟁제품과 내 제품이 식별될 수 있도록 브랜드를 만들고 눈길을 끌 수 있는 몇 가지 장치를 부착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이후 마케팅은 이미지의 시대를 거쳐 포지셔닝의 시대로 급속히 발전한다. 이 같은 변화는 결국 소비자에게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면서 필요하게 되었다. 짧아진 시간 속에서 소비자를 붙들어 맬 수 있는 강력하고 임팩트 있는 방법을 찾는 과정이었다.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로 접어들면서 이 같은 접근법에도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주어진 정보에 따라 필요한 제품을 찾고 구매하던 소비자가 스스로 다양한 정보를 탐색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필요소비 단계에서 가치소비 단계로 진화하는 소비자는 마케팅에 무엇을 주문하고 있을까?

필요소비 시대에서 가치소비 시대로
1인당 국민소득 수준에 따라 소비의 성질은 달라진다. 1,000달러 이하는 생존을 위해 소비하는 생존소비 단계다. 5,000달러 이하는 생활소비(혹은 기초소비), 1만 달러 이하는 필요소비 혹은 혜택소비 단계다. 1만 달러에서 2만 달러 사이에선 필요소비와 허용소비가 이루어진다. 여기까지는 '주어진 상품 정보 중에서 내가 선택하는 소비' 라고 말할 수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어서면 이 같은 소비패턴은 확연히 달라진다. 내가 아니라 가족과 친구, 동료를 포함한 우리 사회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소비가 이뤄진다. 전문가들은 이를 가치소비와 문화소비라고 부른다. 일방적으로 주어진 정보에서 벗어나 소비자 스스로 다양한 정보를 탐색하기 시작한다는 점도 가치소비와 문화소비의 특징이다. 이런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SD Social Desirable 브랜드의 등장
독일 유기농 화장품 브랜드 로고나 Logona는 동물실험을 하지 않고 천연원료만 사용함으로써 단기간에 마니아층을 확보한 것으로 유명하다. 스위스 재활용 가방 브랜드인 프라이탁 Freitag은 버려진 화물트럭 덮개나 안전벨트를 재활용하는 방법으로 젊은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공정무역을 지향하는 영국 패션브랜드 피플트리 People Tree나 홈리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창간한 영국 대중문화잡지 더빅이슈 The Big Issue, 제품이 팔릴 때마다 아프리카 아동에게 교복을 지급하는 미국 넥타이 브랜드 피그즈 FIGS, 공정무역 유기농 음료 브랜드인 미국의 어니스트 Honest 처럼 많은 기업들이 과거 실험적 브랜드 상태를 벗어나 가치소비를 가능케 한 브랜드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새로운 마케팅 역사의 증인들이 탄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히말라야와 안데스의 선물
'히말라야의 선물' 과 '안데스의 선물' 은 아름다운 가게에서 판매하는 공정무역 커피와 차의 브랜드다. 현지 생산농민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한다는 원칙을 실천하고 있다. 브랜드가 입소문을 타면서 히말라야와 안데스의 선물은 판매에 불이 붙었다. 경북 봉화농원은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 농작물을 직거래해 농민들에게 제대로 된 수익을 돌려주려고 한다. 이를 위해 파머스파티 Farmer' s Party라는 농산물 직거래 브랜드를 만들었는데, 이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이처럼 국내에서도 성공한 SD 브랜드가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가 가져온 큰 변화 중 하나다. SD 브랜드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가치를 제공하는 브랜드로 쉽게 말해 굿 브랜드 Good Brand (좋은 브랜드 혹은 착한 브랜드)라고 이해할 수 있다. 굿 브랜드가 곧 파워 브랜드인 시대로 접어들기 시작한 셈이다.

파워 브랜드의 새로운 조건 QAG
파워 브랜드가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핵심 조건인 브랜드 매력 Attractiveness을 얻기 위해 그 동안 우리는 '뛰어난 제품 이미지' 에 매달려 왔다. 이제는 이를 굿 브랜드로 바꿔야 한다. 탁월한 제품 성능을 넘어 SD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확보해야만 진정한 파워 브랜드가 될 수 있다. 환경, 공정, 건강, 행복, 원료, 지구, 이웃 등 SD 브랜드가 갖는 요소와 조건, 형성방법에 대해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정리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를 반영한 새로운 마케팅 전략과 기법도 준비되어야 한다. 굿 브랜드를 잡는 자는 미래 50년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김왕기는 누구 ...
김왕기 대표는 21년간 CJ에서 광고..마케팅 실장을 지내며 비트, 식물나라, 햇반, 레또, 참그린, 다시다, 엔프라니 등 유수의 브랜드 마케팅으로 각종 히트상을 수상했다. 현재 마케팅 컨설팅 회사인 WK마케팅그룹과 브랜딩 토털 서비스 메타브랜딩BBN의 대표를 맡고 있다.

사진 한국일보DB
글 김왕기 WK마케팅그룹 대표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