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생적으로 남성은 서서, 여성은 앉아서 소변을 본다. 이런 차이 때문에 여성의 소변보는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려 휴게소, 극장 등에는 항상 여자화장실 앞에만 긴 줄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만일 여성들도 서서 배뇨를 한다면 이 같은 대기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지난 2002년 실제로 이런 생각을 한 것으로 보이는 전북 전주의 김 모씨에 의해 '남녀공용 입식 소변기'라는 실용신안이 등록됐다. 출원인은 남녀 간의 배뇨 문화 차이가 단순한 관습의 결과일 뿐 여성들도 충분히 서서 소변을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남성용 소변기와 양변기를 일체화한 모습의 소변기 디자인을 제시했다. 여성들이 선입견만 제거한다면 입식소변기를 통해 변기부족이라는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상당한 물 절약효과도 거둘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소 당혹스런 발상이지만 특허청은 아이디어의 창의성(?)에 점수를 많이 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성들의 좌식 배뇨가 정말 관습의 산물인지는 의구심이 든다. 배뇨 기관의 위치와 구조를 감안할 때 관습보다는 위생을 확보하기 위한 진화의 산물일 개연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설령 관습이라 치더라도 수만 년 이상 이어진 배뇨 습관을 소변기 하나로 바꾼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이 특허는 현재 출원료 불납으로 권리가 소멸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