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BY PETER W.SINGER
ILLUSTRATIONS BY NICK KALOTERAKIS
中國은 불과 한 세대 만에 농업 국가에서 세계적 공업·무역 국가로 환골탈태했다. 경제규모가 20년 전의 20배로 커지면서 이제는 미국을 추월해 세계 1위의 경제 대국이 되는 것도 꿈이 아니다. 하지만 중국의 가장 무서운 점은 따로 있다. 바로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군사력 강화다.
10년 전만 해도 중국인민해방군(PLA)의 1년 예산은 200억 달러 수준이었다. 그런데 올해 예산규모는 무려 1,000억 달러에 달한다. 몇몇 분석가는 1,600억 달러에 육박한다고도 말한다. 아직은 미국 국방예산의 6분의 1 정도지만 중국은 경제규모의 고도 성장과 발맞춰 매년 무서운 기세로 예산을 늘려가고 있으며, 적어도 향후 수년 동안은 멈출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이런 가운데 중국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중국군에게 21세기에는 '새로운 역사적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영토 내에서 국가의 주권을 수호하던 것을 벗어나 진정한 초강대국 군대로서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해야한다는 요구였다. 실제로도 중국군은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으며, 이는 종종 미군과의 합동작전 수행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2008년 중국군이 미군을 도와 소말리아 앞바다의 해적순찰작전에 나선 것이 그 실례다.
그러나 만의 하나라도 현존 세계 최강 군사대국 미군과 차세대 다크호스 중국군이 동일한 장소에서 다른 목적을 품고 맞닥뜨린다면?
미국 군관계자들을 걱정에 빠뜨리는 것은 단순히 중국군의 예산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게 아니다. 그로 인해 확보되는 기술력이 진정한 걱정거리다. 현재 미군의 장비에 채용된 기술들은 경쟁국가에 비해 최소한 세대 이상 앞서 있지만 중국군이 이 격차를 좁혀오고 있는 것이다.
중국군의 진전이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단연 최첨단 군용기. 작년 초까지만 해도 미국은 F-22 랩터와 F-35 라이트닝Ⅱ가 세계 유일의 제5세대 전투기라 확신했다. 5세대 전투기는 지난 10년간 개발된 스텔스 제트 전투기를 칭하는데 레이더 피탐율이 극히 낮고, 강력한 엔진과 항공 전자장비, 네트워크 컴퓨터 시스템의 탑재가 특징이다. 그러나 2011년 1월 중국을 방문한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그런 믿음이 틀렸음을 깨닫게 된다. 방중 기간 동안 중국 최초의 스텔스전투기 J-20이 쓰촨성 청두에서 첫 공개 시험비행을 하며 존재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J-20에 더해 무인기에서도 비약적 발전이 엿보인다. 10년 전 중국군에는 무인기가 거의 없었지만 오늘날의 중국 항공기업들은 항공박람회에 다양한 무인기들을 출품하고 있다. 그 대표주자는 '이룽Ⅰ(Yi LongⅠ)'과 스텔스 무인기 'BZK-005'다. 두 기종은 각각 미군의 프레데터와 글로벌 호크 무인기를 빼다 박았다. 군사관계자들은 앞으로 나올 중국 무인기들도 미국 기술의 영향을 많이 받을 개연성이 높다고 예견한다. 이란이 중국 과학자들에게 지난해 자국 영토에 추락한 미군의 첨단 무인정찰기 RQ-170의 시찰을 허용했다는 얘기도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은 해군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일례로 지금은 제트전투기를 실은 항공모함을 세계 어느 곳이든 보낼 수 있는 국가가 미국뿐이지만 중국이 그 입지를 넘보고 있다. 올 9월 후진타오 주석과 원자바오 총리 등이 참석한 가운데 랴오닝성 다롄에서 중국 최초의 항공모함 랴오닝(遼寧)호가 취역한 것. 1999년 유령회사를 통해 구소련의 6만5,000톤급 항모를 구입한 뒤 그동안 엔진과 병기, 항법시스템을 장착하고 이날 공식 취역시킨 것이다. 무기체계 중에는 함정 방호용 방공미사일 FL-3000N, 자동화 대공기관포가 포함돼 있으며 F/A-18 호넷과 유사한 성능의 J-15 플라잉 샤크를 비롯해 약 50대의 함재기를 싣고 작전 수행이 가능하다.
중국은 또 현재 8,000톤급 스텔스 구축함과 원자력 잠수함, 강습상륙함도 건조 중이다. 3만6,000톤급 크루즈선을 개조, 2,000명 이상의 병력과 300대 이상의 군용 차량을 실을 수 있는 군용 수송선을 만들고 있기도 하다. 이들이 공식 취역하면 중국은 유엔(UN) 평화유지활동과 관련해 아프리카나 라틴아메리카까지 군과 해양경찰 병력을 파견할 수 있게 된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이 같은 중국의 군사적 비상은 20세기 독일의 제국주의를 떠올리게 하는 구석이 있다. 당시 경제와 군사 분야의 세계 최강자는 영국이었지만 독일이 대영함대의 드레드노트 전함에 맞설 전함을 건조해내면서 양국의 군비전쟁이 불 붙었고, 이는 제1차 세계대전 발발의 한 원인이 됐다. 재미있는 사실은 막상 전쟁이 발발한 뒤 영국 전함 중 독일의 대양함대에 의해 격침된 것은 단 한 대도 없었다는 것. 전쟁의 양상을 바꾼 것은 영국 전함을 13척이나 격침했던 독일의 신기술, 즉 잠수함과 기뢰였다. 중국군 역시 현재 미군의 해군력과 항공력을 따라잡기 보다는 신기술의 확보에 더 많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실 중국군이 해상을 장악해 미국 선박의 통행을 막고자 한다면 굳이 미 해군 수준의 전력을 갖출 필요가 없다. 이동식 트럭에서 발사되는 대함 탄도미사일 'DF-21D', 렘제트 추진방식의 레이더 회피 대함 크루즈미사일 '선번(Sunburn)' 등 이미 보유한 무기로도 충분하다. 선번 미사일의 경우 최대속도가 마하 2.5에 달해 적 함선에게 주어진 대응시간은 수초에 불과하다.
미국 무기체계의 허점을 파고드는 전략은 우주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현재 일선 병사들에 대한 명령전달, 정밀유도미사일의 제어 등 미 정부와 미군의 통신 중 80% 이상이 인공위성을 거친다. GPS 위성은 항공모함을 포함해 각종 포탄과 미사일 등 GPS 수신기가 부착된 80만개의 군용기기에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위성이 사라지면 미군의 전력은 급전직하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와 관련 중국은 성능이 검증된 위성 격추용 미사일을 갖고 있으며 우주공간에서 자살공격을 펼칠 소형 위성과 지상에서 우주의 물체를 파괴·무력화시킬 레이저 병기를 개발 중이다. 미국이 누리고 있는 세계 유일의 우주 초강대국 지위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한 중국 군사과학원(AMS) 야오윈주 상교의 2007년 발언이 결코 허언이 아니었던 셈이다. 덧붙여 중국은 향후 10년 내에 100개 이상의 민간·군용 위성 발사계획을 갖고 있으며 재사용 가능한 무인 우주항공기도 실험하고 있다.
중국군이 갖추게 될 신기술 중 가장 유력한 것은 사이버전쟁 능력이다. 미군이 사이버사령부를 창설했듯 중국도 사이버전 프로젝트에 13만명 이상의 인원을 투입한 상태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미 국방장관 리온 파네타는 사이버 세계에서 제2의 진주만 공습이 있을 것이라 경고하기도 했다. 미국 등 각국 정부의 기밀이 탈취될 위험은 그보다 더 크다. 중국은 이미 미 국무부의 네트워크와 F-35 라이트닝Ⅱ 프로그램과 관련된 컴퓨터를 해킹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1984년작 영화 '붉은 새벽'에서는 미국과 소련의 전쟁은 피할 수 없다며 그 이유를 이런 대사로 표현했다.
"한 동네에 두 명의 짱이 있다면 두 사람이 맞붙는 것은 시간문제야."
수년전 할리우드에서 이 영화의 리메이크를 제작하면서 미국의 적은 소련에서 중국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 영화시장을 고려한 제작자들의 판단에 의해 촬영된 영상을 디지털 작업으로 수정, 중국이 북한으로 탈바꿈되어 작년말 개봉됐다.
이는 매우 중요한 사실을 시사한다. 과거의 미국-소련과 달리 오늘날의 미국-중국은 서로 수천억 달러 규모의 경제교류를 하고 있기에 두 나라의 전쟁은 자칫 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양국 지도자들도 너무 잘 알고 있다. 때문에 미군과 중국군은 서로 견제를 하면서도 상호협력을 강화하는 형태로 관계를 정립할 것이다.
20세기 후반 세계 정치의 화두는 미국과 소련의 전쟁 가능성이었지만 전쟁은 끝내 발발하지 않았음을 상기하자. 싸움을 통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많다면 한 동네에 사는 두 명의 짱은 싸우지 않는다.
램제트(ramjet) 엔진 고속비행 시 발생하는 고압의 공기를 이용해 엔진에 유입되는 공기를 압축하는 제트 엔진의 일종. 일반 제트엔진은 압축기로 공기를 압축한 뒤 연료와 혼합해 폭발시킨다.
군사과학원(Academy of Military Science) 중국 인민해방군 산하 군사기술 연구기관
상교(上校) 우리나라의 대령에 해당하는 중국군 계급
'이룽(Yi Long, 익룡, 翼龍) I'은 미군의 프레데터 무인기와 무척 닮았다. 외관으로 추측할 때 중고도 장기체공이 가능한 정찰·감시·공격기로 판단된다. 승천하는 용이라는 의미의 또 다른 중국 무인기 '샹룽(Xianglong)'의 경우 미 육군의 RQ-4 글로벌 호크를 축소한 듯한 모양이다. 전문가들은 고고도 해상 감시·정찰용 무인기로 추정한다.
중국이 독자 개발한 최초의 스텔스 전투기. 2011년 시험비행을 개시한 만큼 실전배치 시기는 2017년 이후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J-20 내부에 별도의 무장창이 있을 것으로 본다. 작년 9월에는 J-20을 이을 차세대 스텔스전투기 모델인 'J-31 팰컨이글'의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중국의 전투기 개발프로그램은 공개된 정보가 극히 적지만 관측통들에 의하면 J-31은 항공모함 이착륙 능력을 지녔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정식 탄도미사일 기지는 적의 선제공격에 의해 손쉽게 파괴된다. 반면 DF-21D 대함 탄도미사일(ASBM)은 이동 가능한 트럭에 탑재돼 있어 파괴가 쉽지 않다. 해안가에서 발사되면 대기권과 우주의 경계까지 올라간 뒤 시속 4,800㎞ 속도로 대기권에 재돌입, 590㎏의 탄두로 적 군함을 타격한다. 미 군사전문가들은 이 녀석에게 '항공모함 킬러(carrier killer)'라는 별칭을 붙였다.
현재 자체 우주정거장 '톈궁 1호' 건설과 유인 달탐사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중국은 우주에서의 군사적 입지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2007년 자체 개발한 위성 격추용 미사일로 폐기된 기상위성의 격추에 성공한데 이어 지금은 '신룡(神龍, Shenlong)'이라는 무인 우주항공기를 개발 중이다. 미 공군의 무인 우주왕복선 X-37B와 비견되는 신룡은 지구 궤도에 신속히 위성을 배치하거나 무기를 탑재한 채 적국의 위성들을 격추하는 용도로 쓰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