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설계기업 겐슬러가 설계한 632m 높이의 중국 상하이 타워는 오는 2014년 준공되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건물에 등극하는 것은 물론 미래 초고층빌딩에 필수적인 첨단 건축공학 기술들의 쇼케이스로 주목받을 것이다.
층상구조
상하이 타워는 3개의 구조물을 결합, 다단 케이크 같은 층상구조를 구현함으로써 외력으로부터 고도의 내구성을 발휘한다. 먼저 27.5×27.5m의 철근 콘크리트 코어를 세워 수직강도를 확보하고, 이 코어를 8개의 복합소재 기둥(super-column, 위 사진 좌측)으로 둘러싸서 횡력에 대한 지지력을 보강한다. 그리고 14개 층마다 2층 두께의 원형 트러스를 설치해 각 층상을 새로 시작한다. 이렇게 상하이 타워는 상층부로 갈수록 조금씩 좁아지는 9단 케이크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층상별 스카이 로비
대다수 초고층빌딩처럼 상하이 타워도 사무실 이외의 시설들이 들어선다. 이에 겐슬러는 층상을 이루는 9개 구역의 최하층마다 별도의 스카이 로비를 배치하고, 외부 유리벽과 내부 유리벽 사이에 아트리움을 설치할 계획이다. 제1구역은 소매상점, 제2~6구역은 사무, 제7~9구역은 호텔 및 전망대가 들어선다. 특히 9개 스카이 로비에 각각 소매점과 레스토랑을 입주시켜 입주자들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하게 된다.
이중 유리 외벽
상하이 타워는 외벽이 두 개다. 러시아의 마트로시카 인형처럼 외부 유리 외벽 속에 또 다른 유리 외벽을 가진 건물을 집어넣은 구조다. 두 외벽 사이의 간격은 0.9~10m로 이중창과 유사한 단열효과가 있어 냉난방비 절감에 도움이 된다. 겐슬러의 분석에 따르면 이런 이중 외벽을 통해 연간 약 250만 달러의 에너지 비용 절감이 가능해 초고층빌딩의 경쟁력 제고에 직접적 도움을 줄 수 있다.
초고속 엘리베이터
미쓰비시의 초고속 엘리베이터가 스카이로비까지 탑승객을 쏘아 올린다. 최대 속도가 초속 18m로 일반 엘리베이터보다 두 배나 빠르다. 탑승객의 귀에 물의를 주지 않도록 여압실 형태로 설계됐으며, 회생전기시스템을 채용해 에너지 소비량이 30% 적다. 7대의 더블 데크(double deck) 엘리베이터를 포함, 총 106대가 설치된다.
말뚝 기초
미국 맨해튼은 지면에서 그리 깊지 않은 곳에 강한 암반층이 있어 초고층빌딩이라도 기초를 깊이 박아 넣을 필요가 없다. 하지만 상하이는 다르다. 지진대에 위치하고 있으며 상하이 타워가 세워질 지점의 지반은 부드러운 중점토다. 이에 엔지니어들은 980개의 말뚝 기초를 86m 깊이로 박은 다음 6만㎥의 고강도 콘크리트를 부어서 6m 두께의 지반을 다졌다.
꽈배기
상하이 타워는 위층이 아래층보다 1도 정도 비틀리도록 설계됐다. 전체적으로 보면 꽈배기처럼 꼬여있다. 덕분에 바람이 빌딩과 부딪치지 않고 외벽을 타고 돌아나가면서 풍속이 낮아진다. 그리고 이는 강한 바람에 의해 건물이 떨리는 일명 '와류진동'을 막아준다. 축소모형을 이용한 풍동실험에서도 외관을 꽈배기 모양으로 설계하면 건물이 받는 횡력이 24%나 줄어들었다. 그 효과는 상하이에 태풍이 층상구조 상륙했을 때 명백히 드러날 것이다.
횡력 (lateral force) 지면과 수평으로 작용하는 힘.
트러스 (truss) 철제 빔 등의 건설 부재를 삼각형 모양으로 연결한 골조 구조물.
여압 (pressurization) 인위적으로 압력을 제어해 지상과 유사한 기압 상태를 구현하는 것.
중점토 (heavy clay soil) 점토가 전체 중량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토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