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부가산업 진출 한국 기업들 서둘러라"

차별화된 전략으로 서부 대개발 참여해야

[INTERVIEW] 중국 최고 MBA ‘CKGSB’ 샹빙 학장


샹빙 박사는 중국 최고 경영전문대학원(MBA)으로 평가받는 CKGSB의 학장이다. 아시아 최대 부호 리카싱이 2003년 이 학교를 설립한 이후 성공한 중화권 경영자들이 글로벌네트워크를 쌓기 위해 이 학교에 입학하면서 더욱 명성이 높아졌다. 샹빙 학장은 포춘코리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G1이 되는 것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점차 확대되는 중국의 영향력을 감안하면 의아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시진핑 시대의 중국 경제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자신의 의견을 쏟아냈다.
유부혁 기자 yoo@hmgp.co.kr
사진 윤관식 기자 newface1003@naver.com


“사회적 동반 성장을 강화할 겁니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부의 불균형이 사회의 안정성을 해치고 있거든요. 두 번째로 지속가능성에 무게를 둘 겁니다. 베이징의 오염이 정말 심각합니다. 환경오염에 대처하지 않으면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진행하기 어렵습니다. 세 번째는 혁신입니다. 중국에는 지금 혁신을 통해 변화를 꾀할 문제들이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미국과의 관계입니다.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국제사회 발전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봅니다.” 샹빙 학장은 시진핑 정권 현안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인터뷰는 학장이 머무는 강남 모 호텔의 비즈니스 센터에서 진행됐는데, 질문에 대비해 준비를 많이 한 듯 대답에 거침이 없었다. “중국이 2018년이면 GDP기준으로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란 전망이 있죠. 보수적으로 보더라도 2025년 전에는 가능할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전망들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중국이 역사적으로 경제 패권을 놓친 건 몇 세대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부상이 아니라 중국의 재부상이란 표현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미국과 견주어서 중국이 보완해야 할 브랜드 가치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을 이어갔다. “혁신능력이나 브랜드 관리에 대한 정교함은 중국이 미국보다 많이 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국가를 대표하는 기업 브랜드도 부족하죠. 중국에는 IBM이나 구글 같은 혁신적인 기업 브랜드가 없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브랜드를 개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저축률이 높고 자본운용비율도 낮습니다. 자체적인 브랜드 개발보다는 지분 참여나 인수를 통해 브랜드를 관리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중국이라는 국가 브랜드가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국가 이미지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샹빙 학장은 중국 경제환경과 관련해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듯 긴 호흡으로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기자는 “그렇군요, 학장님” 같은 추임새를 넣으며 인터뷰 흐름을 조절해 나갔다.

“중국이 세계 최대 규모의 시장이라는 건 기업들의 반응을 보고도 알 수 있습니다. GM의 경우 신차는 늘 미국보다 중국에서 먼저 론칭한다고 댄 애커슨 회장이 직접 말할 정도죠. 지난해 중국의 자동차 판매량은 1,800만 대였습니다. 미국은 1,100만 대였죠.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는 자동차 메이커들에게 중국 시장은 매우 중요합니다. 중국에 최고의 디자인, 최고의 인재, 최고의 기술, 최고의 자본이 들어오고 있는 이유입니다. 미국이 발전한 것도 이런 최고의 발전요소들이 모여 실리콘밸리 같은 산업단지가 만들어졌기 때문이죠. 이제 중국이 그렇다고 봅니다. “

그렇다면 중국이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그는 이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답변했다. “지방 간 격차를 극복해야 합니다. 부의 불균형을 해소해야죠. 덩샤오핑이 시장경제를 도입한 지 30년이 흘렀습니다. 부의 불균형은 전 세계적인 문제이지만 중국만의 문제인 것처럼 비치는 건 조금 아쉽습니다. 사회적인 혜택이나 의료 복지, 교육에 대한 부분 역시 개선되어야 합니다. 세제 개편도 필요한 부분이고요. 기업들이나 정부가 취한 이득을 지역 사회에 환원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합니다.”

샹빙 학장은 중국과 미국이 비견되는 부분에서 다소 왜곡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기자는 중견기업이 국가 경제를 이끌고 있는 독일의 예를 들며, 국영기업과 가족기업이 국가 경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과 비교해 달라고 부탁했다. “기업이 크고 작은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다양성이 중시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미래의 가치경쟁력을 가져다 줍니다. 가족기업 중심에서 탈피하고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는 사회 분위기가 중국 비즈니스계에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이는 부의 불균형을 초래했다고 지적되고 있는 국유기업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중국에겐 국유기업이 존재하는 의미와 이유가 있습니다. 중국에는 도요타나 IBM 같은 가치 경쟁력 있는 기업이 없기 때문에 국영기업이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죠. 하지만 향후에는 민간기업들이 더욱 발전하고 노력해서 혁신 역량을 높여갈 것이라 확신합니다.”

시진핑 주석은 최근 국유기업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유기업 개혁 방안을 제출하라고 담당자들에게 지시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 개혁 성패에 따라 중국의 명운이 갈린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국유기업이 중국 경제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2013년 4월에 나온 LG경제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중국 상위 500개 기업 중 국유기업은 숫자 기준으론 62~66%, 매출 기준으론 82~85%를 차지한다. 500개 기업 자산 총액의 89.7%, 이윤총액의 87.5%를 국유기업들이 창출한다.)

과거 사례를 보면 중국은 새 정부 집권 초기에 투자를 대폭 늘려왔다. 서부대개발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이 때문에 나온다. 샹빙 학장은 서부대개발 참여와 관련해 글로벌 기업들에 이렇게 조언했다. “지역불균형이 중국이 보완해야 할 점이지만 거꾸로 생각해보면 다른 기업들에겐 전략적 강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죠. 서부대개발에 참여하려는 기업들은 동부와는 다른 차별화 전략을 추구해야 합니다. 특히 해안지역을 통해 고부가 가치산업 수출을 확대해 나가려는 추세를 이해해야 합니다. 자동차, 컴퓨터, 의료기기 산업 등이 이 지역에서 집중 육성되고 있는 분야죠. 이런 특성에 맞게 한국 기업들이 이곳에 빨리 교두보를 확보해야 합니다.”

2012 중국 통계연감에 따르면, 2009년 중국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내놓은 4조 위안(한화 약 731조 원) 중 70% 이상을 서부지역에 집중하며 내수 소비를 진작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입주하는 시안 지역에 이미 160여 개 국내 중소기업체가 진출을 결정한 상태다. 시안시는 한인타운 조성을 추진하며 인프라 확충에도 힘을 쏟고 있다.

샹빙 학장은 말한다. “과거에는 중국 모든 기업들의 공통적인 경쟁력이 ‘저렴한 가격, 낮은 인건비’였어요. 하지만 이제 가치에 기반한 경쟁력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혁신을 통해 그 가치를 계속해서 찾고 싶어합니다. 혁신은 역사가 오래된 나라가 하기엔 어려운 일입니다. 미국이 큰 성공을 거두고 혁신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는 역사가 짧기 때문 아닐까요?”

그렇다면 중국에선 혁신이 어렵다는 것일까? 그는 아니라고 말한다. “오랜 역사를 가진 중국은 문화혁명이라는 새로운 변혁의 바람도 경험했습니다. 이때 각 분야별로 혁신이 진행됐죠. 중국에도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혁신 기업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기반은 마련되었다고 봅니다.”

중국의 심각한 환경오염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의외의 답변을 돌려줬다. “중국에서 제작하는 아이폰 4S의 경우 제조단가의 1.3%만이 중국에게 돌아옵니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다국적 기업들 대부분이 그렇습니다. 중국에게 돌아오는 이익이 지극히 작죠. 혹자는 중국 제조업이 미국 산업의 가정부 역할을 하고 있다고까지 말합니다. 열심히 공장 돌리고 일해서 중국의 환경오염이 심각해진 거죠.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에게 고맙다는 감사인사를 들은 적이 없습니다.” 그는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저는 세계를 위한 중국의 헌신이 만들어낸 결과물이 이 환경오염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의 제조업이 세계 경제를 활성화시켰고, 그 여파로 이렇게 환경이 오염됐죠. 하지만 국제 여론은 중국을 나쁘게만 몰아갑니다. 오염을 정당화 하려는 건 아니지만 말이죠.” 학장은 그 후 물 한 모금을 마셨다. 기자 와 학장 사이에 몇 초간 정적이 흘렀다. 중국 사람들이 모두 이 생각에 동의할지 질문하려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중국은 1등 국가에 대한 관심이 없다고 했는데 1등 시민의식에 대한 관심은 어떠냐고 물었다. “중국은 공자 사상이 지배하는 곳입다. 한마디로 ‘네 방식대로 살되 강요하지 말라’의 가르침을 따릅니다. 저는 중국과 미국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리더십은 내 시스템을 타인에게 권유하고 따르지 않으면 적이 되는 식이죠. 하지만 중국은 다릅니다. 문화적 배경만 보더라도 나서기를 싫어합니다. 다른 국가와의 분쟁에도 관심이 없습니다. 평화로운 걸 좋아하죠. 그것이 중국의 시민의식을 설명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의 리더십은 존중이고 평화입니다. 군사지출을 늘렸다고 공격적이라 말하는 건 옳지 않습니다.”

흔히들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할 땐 ‘관시(關係·인간관계)’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샹빙 학장은 이에 대해 중국의 관료 발탁을 예로 들며 설명했다.

“관시라는 건 모든 나라에 어떤 형태로든 존재합니다. 중국이라고 특별하진 않습니다. 중국은 시스템에 의해 운영됩니다. 공산당보다 강력한 것이 사회 자본주의입니다. 공산당 지도자를 선출하는 과정을 예로 들어보죠.

독일 인구와 비슷한 8,200만 명의 공산당원 중에서 지도자가 나옵니다. 단계별로 직책을 밟아 올라가죠. 부총리가 되려면 20단계를 거쳐야만 합니다. 그리고 상위 7명 중 1명이 중국의 지도자로 추대됩니다. 관시만 가지고 이런 과정을 뚫고 나갈 수 있을까요? 비즈니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선호하는 사람만 선택해서 사업을 할 수는 없습니다. 가치 경쟁력이 우선이고 그 다음이 관시입니다. 과거 중국에선 관시가 어느 정도 통했겠지만 지금은 더 이상 비즈니스의 핵심은 아닙니다.”

CKGSB는 어떤 학교일까?
아침 9시도 안된 이른 시간에 80대 노인이 베이징 동방신천지 20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린다. 강의실에 들어가 수업 들을 준비를 한다. 노인의 이름은 리카싱이다. 청콩그룹의 회장이자 320억 달러(한화 약 35조 원)를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 최고 부호다. 올해 세계 7번째 부자로 이름을 올렸다. 잠시 후 중국의 빌게이츠로 불리는 잭 마 알리바바 회장도 자리에 앉는다. 중국해양석유총공사의 푸청위 회장, 칭다오맥주의 진즐궈 회장, 포커스미디어그룹의 제이슨 장 회장등이 속속 강의실로 들어온다.

중국 최고의 MBA로 평가 받는 CKGSB 강의실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물론 이런 거물급 경영인만 수강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 학교의 비싼 수업료와 높은 입학 경쟁률, 세계적인 석학으로 구성된 교수진을 감안하면 학생들 또한 평범하진 않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2002년 설립된 중국 최초의 비영리 사립 경영대학원인 CKGSB는 베이징에 본교, 상하이와 션전에 분교가 있다. MBA, Executive MBA, Finance MBA, Executive Education Programs 등 4개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CKGSB는 얼마 전 한국 학생들을 위해 ‘장보고 장학금’을 마련하기도 했다. 해상왕 장보고 같은 열정과 비전, 진취적인 도전정신을 가진 한국 인재를 매년 1명씩 선발해 학비 전액(34만 8,000 위안)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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