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고급화 전략으로 화장품 업계 1위 도전

공격적 M&A로 브랜드 확장도 강력 추진

베스트 코리아 브랜드② ┃ LG생활건강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올 들어 기회가 있을 때마다 ‘1등 기업, 1등 제품’을 강조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생활용품 사업에서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1등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화장품은 아직 아니다. 지난해 전체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한 LG생활건강의 차석용 대표이사 부회장은 화장품 1등을 위해 고급화와 글로벌화를 무기로 들었다. 포춘코리아가 LG생활건강의 브랜드 전략을 분석했다.
유부혁 기자 yoo@hmgp.co.kr


1947년 락희공업사로 출발한 LG생활건강(이하 LG생건)은 2001년 LG생건으로 재출범했다. 2005년 차석용 부회장 취임 후로 브랜드 강화, 사업영역을 다각화 하고 공격적으로 M&A를 추진하며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차석용 부회장은 젊은 시절 글로벌 기업에서 쌓은 경영 전략을 LG생건에 도입했다. 우선 브랜드 강화에 나섰다. 2000년 초에는 LG생건에서 내세울만한 브랜드가 없었기 때문이다. 차석용 부회장은 김태희, 고현정, 전지현, 한가인 등 당대를 대표하는 여배우를 모델로 기용해 브랜드에 고급스러움을 추가했다. 그리고 2010년에 더페이스샵, 2012년 바이올렛드림 화장품, 일본 화장품 긴자스테파니, 에버라이프를 인수했다. 활발한 M&A를 통해 브랜드를 다양화하고 사업영역을 확장하면서 32분기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냈다. 이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차석용 매직’이라 부르기도 한다.

LG생건이 추구하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삶의 실현이다. 이를 위해 우선 임직원들부터 챙겼다. 이들의 건강과 행복이 브랜드에 높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마케팅, 세미나 등 차별화된 검증 프로그램을 통해 우수인력 선발, 인재 양성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대표 생활문화 기업답게 사회 문제에도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고 있다.

건강, 교육, 복지, 지역사회로 나누어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LG생활건강이 추구하는 ‘건강과 아름다움’을 사회와 소통하는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LG생활건강은 기업브랜드보다는 각 브랜드별로 광고하고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펼치며 고객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2013 베스트 코리아 브랜드 30’ 평가 기관 인터브랜드는 브랜드 가치를 자산가치로 바라봤다. 그리고 그 자산가치를 화폐가치로 환산했다. LG생활건강은 인터브랜드가 평가한 재무예측(브랜드가 창출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매출), 브랜드의 역할력(브랜드에 의해 발생하는 무형 이익 비율), 브랜드 강도(브랜드의 특정 위험성) 등 3가지 핵심요소에서 국내 최고 30개 브랜드에 선정됐다. LG생활건강은 사업부문을 생활용품과 화장품으로 나누며 최근 음료사업을 추가했다. 또한 신규사업과 기존 사업 간의 시너지 창출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계속해서 높여가고 있다. 그중 생활용품과 화장품 부분을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브랜드 한 가지씩을 소개한다.


생활용품
엘라스틴

2004년부터 현재까지 10년 동안 국내 샴푸/린스 브랜드 1위를 지키고 있는 엘라스틴 샴푸는 올해로 브랜드 탄생 13주년을 맞았다. 2000년 초반 샴푸 시장은 P&G의 팬틴, 유니레버의 도브가 출시되면서 해외브랜드가 국내 샴푸 시장을 점유한 양강 구도였다. 하지만 현재 토종 기업들이 샴푸 시장을 장악한 상태다. 이재선 엘라스틴 브랜드매니저는 “외국계 기업들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입각해 제품을 론칭 하지만 토종 기업들은 한국 특유의 감성과 구매 패턴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 브랜드를 론칭합니다”라고 말했다. 브랜드가 고객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기 위해서는 그들의 마음을 정확히 읽어 내는 것이 전략임을 강조한 것이다.

엘라스틴은 프리미엄 샴푸 브랜드의 대명사다. 그 동안 고객들에게 ‘엘라스틴=피부처럼 빛나는 머릿결’이라는 일관된 브랜드 정체성을 전달해 왔다. 찰랑거리는 머릿결이 연상되는 데는 광고의 역할이 크다. 엘라스틴은 광고 초기부터 ‘당신의 머릿결, 엘라스틴에게는 피부입니다’ ‘엘라스틴 했어요’ 등과 같은 감각적인 메시지와 영상으로 주 소비층인 20~30대 여성의 감성에 호소하는 전략을 펼쳤다. 올 해 광고모델을 김태희로 바꾸면서 기존 브랜드에 고급스러운 뷰티 이미지까지 강화했다. 리뉴얼 된 ‘엘라스틴 어드밴스드Elastine Advanced 샴푸는 머릿결과 함께 두피도 피부처럼 순하고 윤기 있게 가꾸어주는 고급 화장품 성분을 강조하며 재탄생했다.

특히 용기 디자인은 샴푸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엘라스틴 브랜드 라벨을 우측 하단에 장착했다. 이를 통해 고급스러운 헤어 코스매틱 브랜드 이미지가 강조됐다. 그리고 한층 더 밝은 파스텔 톤의 오렌지, 그린, 퍼플 등 삼색 컬러를 사용해 아름다운 꽃의 이미지를 형상화 했다. 또 브랜드에 ‘향기’를 입힌 전략이 성공한 사례가 있다. 세계적인 조향사와 함께 출시한 신제품 ‘엘라스틴 퍼퓸 샴푸’는 출시 3주 만에 33만 개가 판매됐다. 이 제품은 마치 향수와 같은 단계별 발향과 은은한 잔향을 선사한다. 러브미 Love Me, 퓨어 브리즈 Pure Breeze, 시크릿 판타지아 Secret Fantasia 3종의 샴푸와 컨디셔너 1종을 사용하면 향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퍼퓸 레이어링도 가능하게 구성했다. 주구매 고객인 젊은 여성들이 특히 이 상품에 주목한 이유다.

LG생활건강 마케팅 담당자는 “샴푸도 마치 향수처럼 여성스러운 플로럴, 상큼한 프루트 계열의 고급스러운 향을 원하는 고객들이 늘면서 퍼퓸 샴푸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습니다. 샴푸 구매 시 모발, 두피관리와 함께 고려되는 추세죠”라고 설명했다. 기존의 브랜드에 안주 하지 않고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해 다시 브랜드 경쟁력을 확보한 좋은 전략인 셈이다.


화장품
궁중 한방 화장품 ‘후’

궁중 한방 화장품 ‘후’는 백화점 화장품 시장에서 매년 30~40%가 넘는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2012년 매출이 3,000억 원을 넘어서며 빅 브랜드로 성장해 외국 명품 브랜드와 당당히 경쟁하며 토종 국산브랜드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포화상태인 한방 화장품 시장에서 차별화 된 브랜드 구축을 위해 LG화장품 연구소가 나섰다. 궁중 의학서적 수만 권을 뒤지고 궁중 왕실의 비방이 적힌 고서를 데이터화했다. 고대 왕실의 여성들이 늙지 않는 아름다움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이용한 궁중처방을 ‘후’에 접목시킨 것이다. 그렇게 ‘이영애 에센스’로 더 알려진 ‘후 비첩 자생 에센스’가 탄생했다.

실제로 이 브랜드는 이영애가 애용하는 제품으로 출산 후 더욱 곱고 아름다워진 피부에 톡톡한 효과를 준 제품으로 알려졌고 이후 판매가 급증했다. 또한 ‘후’라는 브랜드는 ‘피부 자생력’이라는 말로 사용자들에게 다가갔다. 피부 스스로 힘을 갖게 하는 탁월한 효과, 자생력을 가진 피부는 노화 진행 속도가 완화되며 유해 환경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단계별 효과를 브랜드 네이밍을 통해 강조했다. 공진비단(기와 혈의 조화를 도와 피부톤을 밝게 한다), 초하자비단(피부 스스로 문제를 인식해 노화된 피부에 활력을 준다), 경옥비단(왕실여인들이 피부보습과 모공축소 등 매끄러운 피부결 회복을 위해 사용한 보약), 청심비단(해독을 통해 트러블을 진정시키고 피부 균형을 잡아준다)이라는 궁중 한방처방으로 제품력을 설명한다. 여성들에게 화장품 브랜드는 기능보다는 ‘사용 후의 효과’를 계속해서 설명함으로써 브랜드 인지도와 브랜드 충성도를 높인 것이다.

이에 대해 소셜 데이터 분석 전문가는 여성들이 화장품을 구매할 때 ‘화장품의 기능’에 대한 설명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제품 사용에 따른 ‘변화’를 얼마나 확실하게 설명할 수 있느냐가 브랜드 경쟁력이라는 것인데 LG생건의 ‘후’는 이를 제대로 짚었다는 것이다. 또 ‘후’가 LG생건 화장품 중 대표적인 브랜드로 성장한 것은 고급화와 글로벌화 전략이 주효했다. 2006년 중국에 진출하면서 샤넬, 랑콤, 크리스챤 디올 등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구도를 형성한 것이 자연스레 브랜드 인지도나 호감도 상승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주요 백화점 1층 메인에 매장을 오픈하면서 브랜드의 고급스러움이 자연스레 표현됐다. 또한 상류층 VIP마케팅도 활발하다. 베트남에서는 여성 CEO모임을 후원하거나 베트남 최초의 여성 골프 대회를 후원하여 제품 타깃에 맞는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다.

LG생활건강은 전체매출 업계 1위다. 차석용 부회장은 다양하고 공격적인 비즈니스로 브랜드를 강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화장품 1위를 노리고 있다. 경기 침체가 진행된 지난 몇 년 동안 M&A를 통해 다양한 화장품 브랜드를 사들인 이유다. 또한 백화점, 방문 판매, 멀티 브랜드 숍 등 다양한 유통 채널을 통해 운영체계의 효율화 추구와 함께 소비자 가치를 제고하고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