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가 코리아 브랜드 강조해야 한국 중소기업 해외시장 진출 쉬워진다”

[INTERVIEW] 니클라스 샤프마이스터 글로브원 대표

니클라스 샤프마이스터 글로브원 대표는 세계적인 컨설팅 기업 비비디오 BBDO에서 아시아 태평양 담당 부사장을 역임한 신흥 시장 전문가다. 그가 2010년에 설립한 글로브원은 신흥시장 전문 전략 커뮤니케이션 및 브랜드 컨설팅 기업으로 주목 받고 있다.

그는 한국의 국가 브랜드가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음에도 대기업들이 한국 브랜드란 사실을 강조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해외에서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갖춘 국내기업들이 더 적극적으로 한국을 알려야 한국의 ‘히든챔피언’들이 해외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의준 기자 eugene@hmgp.co.kr
사진 윤관식 기자 newface1003@naver.com


얼마 전 글로브원에서 진행 한 설문조사에서 한국 브랜드에 대한 독일 국민들의 인지도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한국 등 이머징 마켓의 65개 기업에 대한 인지도 조사를 했다. 그 결과 가장 높은 인지도를 보인 10개 기업 중 4개가 한국 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이 1위, 현대차와 기아차가 공동 2위를 차지했고 LG가 6위였다. 4위와 5위를 차지한 볼보와 재규어는 외국 기업을 인수한 사례이기 때문에 실제 아시아에서 설립된 기업 중 순위에 들어간 기업은 한국 기업이 유일한 셈이다. 하지만 이들 기업들을 한국 기업으로 인지한 응답자는 전체의 30%에 그쳤다. 이들 기업이 마케팅을 하면서 한국기업이라는 점을 전혀 부각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응답자의 24%가 한국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절반 이상이 한국을 동반자 개념으로 인식한 점에서 볼 때 이들이 한국 기업이라는 점을 좀 더 부각할 시점이 됐다.


한국 기업들이 이제 와서 한국 브랜드라는 점을 더 부각해야 할 이유가 있는가?
앞서 언급한 삼성, 기아차, 현대차, LG 등 4개 기업은 이미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한국 기업이라는 점을 밝히든 안 밝히든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한국의 중견기업들은 한국의 국가브랜드가 좋아짐에 따라 해외에서 상당히 큰 이득을 볼 수 있다. 이들 중견기업들은 해외에서 적극적으로 광고를 하고 마케팅을 할 정도의 여유가 없기 때문에 대기업들이 구축해 놓은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등에 업고 실적향상을 노릴 수 있다. 이미 한국 대기업에 대한 인지도와 한국의 국가 브랜드는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한국에 숨어있는 ‘히든 챔피언’들을 세계에 알릴 때가 됐다.


해외에서 인지도가 높은 한국 기업들이 한국 브랜드라는 점을 어떻게 알려야 하나?
앞으로는 좀 더 적극적으로 기업들이 한국이나 서울에 기반한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웹사이트나 제품에 간접적으로 드러나게 하는 식으로 말이다. 또는 국가 차원에서 대규모 캠페인을 벌여 한국 기업을 해외에 알려도 된다. 물론 관광이나 문화를 접목시켜 파트너십 개념이 부각 된 친근한 콘셉트로 진행할 수도 있다.


한국의 국가 이미지가 얼마나 좋은가?
한국은 20년 전부터 아시아의 호랑이 중 하나로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신흥 시장으로 보기 힘들 정도로 압도적인 경제 성장과 기술혁신을 이끌어왔다. 2002년 월드컵 이후로 국가 브랜드도 상당히 향상됐다. 글로브원이 한국에 지사를 설립 한 것도 전 세계적으로 많은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트렌드를 이끄는 관점에서도 점점 한국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과거에 일본이 그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한국과 중국으로 옮겨가고 있다. 특히 중국 시장은 한국에 상당히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K-POP, 드라마, 관광업 등 여러 경로를 통해 한국에 대해 친근하고 트렌디한 이미지가 형성돼 있다. 한국의 기술 혁신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제는 최고의 혁신이 실리콘밸리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도 나올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한국의 국가 이미지나 기업 브랜드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있다면?
역시 북한과의 대립관계가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북한의 도발이 한국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해외언론에서 보도되는 수준보다 훨씬 낮다.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한국에 마치 전쟁이라도 난 것처럼 걱정한다. 외국인 투자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전체적인 국가 이미지를 저하시킨다.


신흥 시장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최근 전 세계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은 세계 경제의 중심이 서방 지역에서 아시아 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유럽에서 한국이나 중국 관련 소식을 접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유럽과 미국 지역의 경제 불황으로 다른 지역에서 성장동력을 물색하게 됐고 그러면서 아시아나 남미 등의 신흥시장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독일 기업이 신흥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하지만 신흥국가 기업이 독일이나 유럽 시장에서 자리잡는 데에도 도움을 제공한다.


신흥 시장에 진출하고 싶은 한국 기업들은 어떤 부분에 신경을 써서 전략을 짜야 하나?
우선 소비자 교육(consumer education)이 매우 중요하다. 신흥시장 소비자일수록 제품의 브랜드가 자신의 사회적 지위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부를 과시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즉 브랜드에 대한 인식을 어떻게 심어주느냐에 따라 기업성과가 달라질 수 있다. 중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 대표적인 신흥 시장들은 국가면적도 상당히 넓다. 따라서 모든 전략을 디지털 기반으로 구축해야 한다. 더 빠르게 더 멀리까지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신흥 시장들은 매우 강한 문화와 전통을 가진 경우가 많다. 각 시장별로 주요한 문화와 가치 등을 잘 파악해서 공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토대로 각 지역별로 특화된 전략을 따로 구상해야 한다. 하나의 통일된 전략을 여러 기업에게 동일하게 적용하기 힘든 시장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지역별로 특화 된 전략’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가 있다면?
예를 들어 이탈리아 소형차 피아트500이 러시아에 진출 한다고 가정해 보자. 피아트500은 상당히 귀엽고 트렌디한 스포츠카다. 하지만 러시아 사람들은 강하고 튼튼한 제품을 선호한다. 러시아는 도로도 매우 거칠기 때문에 소형차들은 러시아 시장 공략에 애를 먹는다. 따라서 피아트500 같은 차량을 러시아에 진출 시킬 때는 귀엽고 여성스러운 이미지는 과감히 버리고 강력한 내구성과 편안한 승차감을 부각해야 한다. 실제 사례로는 현대차가 중국 시장에 진출할 때 사용한 전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과거에 해외로 진출할 때 현대차는 매우 값싸고 저렴한 브랜드로 포지셔닝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처음부터 프리미엄 브랜드로 마케팅했고 매우 성공적이었다. 이제는 독일에서도 상당히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졌다.


글로브원은 앞으로 한국 시장에서 어떤 사업을 진행할 계획인가?
우리는 한국 시장에 전념할 준비가 돼 있다. 우선은 기존 고객들이 한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데 주력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한국 기업들이 신흥 시장에 진출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 특히 한국의 ‘히든 챔피언’들을 많이 발굴하고 싶다. 우리는 중국, 인도, 브라질 등에 방대한 네트워크와 충분한 지식을 갖추고 있으며 한국 기업들과 더 많은 교류를 통해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글로브원이 일반적인 컨설팅 기업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일반 컨설팅 기업들은 서비스의 폭이 상당히 넓다. 기업 합병부터 구조조정까지 다방면으로 컨설팅 업무를 제공한다. 반면 글로브원은 마케팅, 브랜드 전략 마케팅, 기업 커뮤니케이션 분야에 특화된 업체다. 특히 우리가 개발한 ‘시장 기반 포지셔닝(market-driven positioning)’ 전략은 신흥국가에 진입하는데 큰 도움을 제공한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마케팅이나 커뮤니케이션 에이전시 출신이기 때문에 전략이나 콘셉트를 구상하는 것뿐 아니라 실제 시장에 적용하는 부분까지 책임지고 도와준다. 또한 우리는 기업들과 한 번의 프로젝트만 진행하는 단발성 관계보다는 장기적인 파트너십 개념으로 업무를 진행하려 노력한다. 마지막으로 직원들이 상당히 글로벌한 환경에서 근무하도록 해준다. 보통 주니어급 직원들은 해당 지역에서만 근무하는 경우가 많은데 글로브원에서는 해외 업무가 상당히 많다.


글로브원은 어떤 회사?
글로브원은 독일에 본사를 둔 전략 커뮤니케이션 및 브랜드 컨설팅 기업이다. 2010년 3명의 직원으로 설립 된 후 매년 2배 이상의 성장을 이어가며 현재 독일, 중국, 인도, 브라질, 싱가포르, 한국 등에 걸쳐 50여 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주요 고객사는 자동차, 화학, 소비재 기업들로 DAX 상장기업들뿐 아니라 중국, 싱가포르 등 신흥국가들을 중심으로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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