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에너지 부스터: 시스템 대사공학

바이오 연료는 화석연료 고갈에 따른 에너지 위기에 대비하면서 친환경성까지 겸비한 유용한 자원이다. 하지만 오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생산효율이 좋지 못해 화석연료 대비 경쟁력이 떨어진다. 대사공학, 특히 시스템 대사공학은 이처럼 막혀있는 혈로를 뚫어줄 다크호스다. 이미 국내 연구팀이 관련기술을 접목, 바이오매스 연료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데 성공하면서 국내외 학계와 업계의 비상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화석원료의 고갈 시점이 가시권 내로 들어오면서 전 세계는 재생가능 에너지 자원으로부터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인류의 생활에 유용한 연료와 화학물질들을 생산하기 위해 다각적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주목받고 있는 분야가 바이오리파이너리(biorefinery)다. 생물공학적·화학적 기술을 활용해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화학제품, 바이오 연료 등의 물질을 생산하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생산효율이 낮다는 것. 즉 경제성과 실용성을 갖춘 바이오리파이너리의 구축을 위해서는 바이오매스 원료를 화학물질이나 연료로 바꿔주는 미생물의 능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대사공학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

업그레이드 대사공학

구체적으로 대사공학은 특정 목적을 위해 미생물의 대사 회로를 인위적으로 제어, 우리가 원하는 제품들을 효율적으로 생산하게 하는 기술을 총칭한다. 그런데 최근 생명공학의 비약적 발전에 힘입어 전체 세포의 시스템 수준에서 대사공학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이를 ‘시스템 대사공학(Systems Metabolic Engineering)’이라 한다. 기존 대사공학에 세포나 균주의 데이터들과 컴퓨터 기술을 이용한 시스템 생물학, 합성생물학 등을 통합한 기술이다.

특히 이 분야는 다름 아닌 국내 연구자에 의해 창시됐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는 더 큰 의미가 있다. 그 주인공은 KAIST 생명화공과 이상엽 특훈교수(사진)다.

이 교수는 “시스템 대사공학을 활용할 경우 자연계에 적은 양으로 존재하는 바이오 연료와 바이오 화학물질은 물론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물질까지 대량생산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쉽게 설명해 시스템 대사공학은 미생물 등의 유전자를 조작해 원하는 화합물을 대량으로 생산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이는 대사공학의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분야로서, 효소 등의 도입을 통해 새로운 화합물의 생산과 기존 화합물의 생산량 증대를 꾀할 수 있다. 또한 유한자원인 원유에 의존하는 기존 합성 화합물의 한계성과 환경오염의 해결책으로도 크게 각광받고 있는 상태다. 실제로 최근 듀폰, 바스프, DSM, 에보닉 같은 세계적 화학기업과 많은 바이오벤처 기업들이 젖산·부탄디올·숙신산(succinic acid) 등의 범용화학 물질, 그리고 폴리에스터와 나일론 등의 고분자 물질을 바이오 기반으로 생산하는 기술의 상용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초에는 세계경제포럼(WEF)이 ‘10대 떠오르는 기술’을 선정해 발표하면서 바이오기반 화학물질 생산용 대사공학 기술을 두 번째 자리에 올리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이 교수는 “대사공학이 시스템 대사공학으로 한 단계 진화한 것에 발맞춰 미생물로 생산이 가능했던 물질에 더해 비천연 화합물의 생산에 시스템 대사공학 기법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앞으로 모든 바이오리파이너리 공정은 시스템 대사공학 기술을 적용해 균주를 개발해야만 국제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바이오 부탄올 생산수율 수직 상승

시스템 대사공학의 메카답게 이 교수팀은 이미 상당한 우수 연구성과들을 도출해냈다. 작년 말에도 연구팀은 GS칼텍스, 바이오퓨얼켐과 공동으로 시스템 대사공학 기법을 적용해 기존보다 바이오에탄올 생산수율을 2배 이상 향상시킨 공정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바이오 부탄올은 이미 상용화가 이뤄진 바이오 에탄올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고 가솔린 엔진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바이오 부탄올 생산에 쓰이는 클로스트리듐(Clostridium) 균주의 유전자 조작이나 대사 회로 재설계가 어렵다는 게 아킬레스건으로 꼽혀왔었다.

연구팀의 공정기술은 시스템 대사공학 기법을 접목, 산(酸) 생성기와 용매 생성기로 대변되던 지금까지의 대사 회로 모델 대신 바이오 부탄올 생산경로에 초점을 맞춘 신개념 대사 회로 모델이다. 효과는 놀라웠다. 균주를 개량하고, 흡착물질을 활용한 실시간 바이오 부탄올 회수·제거시스템을 적용했더니 포도당 1.8㎏에서 585g의 부탄올이 생산됐다. 이론수율 대비 49%였던 생산수율이 단박에 87%로 치솟은 것이다.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의 농도, 수율, 생산성이기도 하다. 생산성은 3배 이상 향상되면서 분리·정제 비용은 70%나 절감됐다.

이 교수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 상용화된 바이오 에탄올 생산기술도 생산수율이 이론수율 대비 90% 정도”라며 “이번 성과는 재생 가능 자원을 이용한 바이오 부탄올 생산공정의 산업화를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휘발유를 품은 대장균

연구팀의 성과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따로 있다. 별도의 크래킹 공정 없이 미생물에서 직접 휘발유를 추출할 수 있는 기술이 그것이다. 이런 형태의 생산기술 개발은 이 교수팀이 세계 최초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세포 내에서 생산한 짧은 길이의 지방산 유도체를 가지고 휘발유 생산이 가능한 추가 대사반응과 생물체 내에 존재하지 않은 식물 유래 효소를 포함한 합성 대사경로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대장균 생산 균주를 개발했다. 그리고 이 대장균을 배양, 배양액 1ℓ당 약 580㎎의 휘발유 생산에 성공했다. 대장균은 옥수수, 나무 등 바이오매스에서 얻은 포도당을 먹이로 주고 배양해 친환경성을 배가했다.

이 교수팀의 대장균 휘발유는 앞서 언급했듯 추가 공정 없이 곧바로 차량용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일부 조성성분이 다르기는 해도 성능은 일반 주유소에서 판매되고 있는 휘발유와 전혀 다르지 않다. 이에 연구팀은 이 기술이 다양한 바이오 화합물을 생산하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내다본다. 또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바이오 연료나 계면활성제, 윤활유 등을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화학산업의 기반을 석유에서 바이오로 전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다.

이 교수는 “아직 생산효율은 매우 낮지만 미생물을 대사공학적으로 개량해 휘발유를 생산한 최초의 성과라는 사실에 큰 의미가 있다”며 “향후 생산성과 수율을 높이기 위한 연구를 계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페놀 생산량 3배 이상 증진

연구팀은 이에 더해 대장균을 이용해 재생 가능 바이오매스에서 페놀을 생산하는 원천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는 친환경 미생물 발효 공정으로 화학물질을 생산하는 대사공학·공정 기술에 기반한다. 그래서 국내·외 생명공학 및 산업기술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페놀시장은 연간 800만톤 규모로 폴리카보네이트, 에폭시, 제초제 등 다양한 산업에 폭넓게 사용되는 화학물질이다. 그러나 미생물에 대한 독성 때문에 생산량이 ℓ당 1g 미만에 그쳐 대량 생산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에 연구팀은 18종의 다양한 대장균 균주를 대상으로 동시에 대사공학을 적용, ‘BL21’이라는 균주가 페놀 생산에 가장 부합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이 적용한 기술 중 ‘합성 조절 RNA’는 기존의 유전자 결실 방법보다 월등히 빠른 시간에 대사흐름의 조절을 가능하게 하는데 이번 연구에서도 18종의 대사공학을 동시에 진행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한다. 또한 발효공정에서 대장균에 미치는 페놀의 독성이 최소화되도록 이상발효 공정을 채용했다.

이렇게 탄생한 BL21 균주는 기존 균주에 비해 월등히 높은 생산량과 생산능력을 보였다. ℓ당 3.8g의 페놀을 24시간 내에 생산할 수 있었던 것.

연구팀의 김병진 박사는 “다양한 합성생물학 기술을 기반으로 대장균을 개량해 처음으로 페놀을 생산, 높은 농도와 생산성을 기록했다”며 “발효 공정 개량을 통해 미생물에 독성을 지니는 화합물까지 생산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는 부분에 커다란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크래킹 (cracking) 끓는점이 높은 중질유를 분해해 원료유보다 끓는점이 낮은 경질유를 만드는 석유분해 공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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