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인 블랙 음모론

CONSPIRACY THEORY OF THE MAN IN BLACK

‘UFO, 외계인 등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경고와 협박을 하고, 일을 방해하는 수수께끼 조직.’ 영화 ‘맨 인 블랙’이 떠오르나? 이는 ‘맨 인 블랙’에 대한 위키백과의 정의다. 현재 일부 음모론자들은 영화가 아닌 현실 세계에 그 같은 조직이 활동 중이라고 주장한다. 요원을 직접 만났다는 증언도 상당수다. 거대 권력기관의 지원과 비호 아래 외계인의 존재를 감추려는 검은 슈트의 비밀요원들은 정말 실재할까.




맨 인 블랙(Man in Black)이란 말을 들었을 때 처음 떠오르는 이미지는 아마도 검은 양복과 검은 넥타이, 검은 구두, 검은 선글라스로 치장한 동명 영화 속 윌 스미스의 모습일 것이다. 영화에서 그는 일급 국가기밀 조직인 약칭 ‘MIB’의 요원으로 지구를 찾아온 외계인들을 관리·감독하는 한편 일반인들이 외계인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도록 은폐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이런 MIB는 단지 영화 속 가상의 조직일까. 흥미롭게도 그렇지만은 않아 보이는 증거들이 여럿 있다.



“UFO 목격 사실을 퍼뜨리면…”

누군가 UFO나 외계인을 목격했을 때, 혹은 외계인에게 납치되는 일명 포스카인드(4th kind)가 발생하면 즉시 현장에 나타나 관련 증거를 압수하고 은폐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MIB. 이들의 존재에 대한 최초의 폭로는 미국의 UFO 연구가 알버트 K. 벤더에 의해 이뤄졌다.

1953년 미국 북동부 뉴잉글랜드 지역에 거대한 불덩이가 떨어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벤더가 이끄는 UFO 연구단체는 그것이 UFO와 무관하지 않다고 판단, 불덩이의 잔류물인 금속 파편을 입수해 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벤더의 앞에 검은 옷을 입은 미지의 남자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당장 연구를 중단하라며 벤더를 협박했다고 한다. 그리고 결국 강압에 못 이겨 단체를 해산할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벤더의 폭로가 나온 이래 세계 곳곳에서는 MIB를 만났다는 증언들이 속출했다. 1967년 미국 LA에 거주하던 한 남성은 정원에서 바비큐 파티를 하던 중 하늘에 떠 있는 UFO를 목격하고 사진 촬영을 한 뒤 MIB의 느닷없는 방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자신들을 UFO 관련 부서에서 나왔다고 소개한 MIB 요원은 UFO가 담긴 필름을 요구했고, 곧 돌려주겠다며 돌아가서는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고 한다.

1970년 미국 워싱턴주 베이커산에서 야영을 하다가 UFO를 목격한 또 다른 남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다음날 MIB가 집으로 찾아와 UFO 목격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발설하면 무서운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협박했다. 그래서 무려 25년간이나 그 사실을 숨기고 지내야 했다고.

이와 관련 일본의 UFO 전문가 나미키 신이치로는 저서 ‘초괴기 UFO 현상 FILE’에서 “MIB의 출몰 지역은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 멕시코, 영국, 이탈리아, 뉴질랜드, 중국 등 그야말로 세계 규모라 해도 좋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MIB를 직접 만나봤다는 사람들의 증언에 기반하면 요원들의 생김새와 복장은 영화의 그것과 매우 유사하다. 기본적으로 검정색 양복에 검정 선글라스를 끼고 있다. 제이미 킹의 ‘세기의 음모론’을 보면 검정 자동차나 헬리콥터를 타고 나타나는 요원들도 있다. 또한 창백하고 무표정한 얼굴, 보통 사람보다 큰 키와 눈, 기계음 같은 섬뜩한 목소리 등도 특징으로 꼽힌다. 물론 개중에는 손톱이 없었다거나 입술을 움직이지 않은 채 의사소통을 했다는 등 다소 신빙성이 떨어지는 증언들도 섞여 있다.



정부 요원 혹은 프리메이슨?!

이 증언들이 대부분 진실이며 MIB가 실재한다고 가정해보자. 과연 MIB는 누구의 명령을 받고 움직이는 조직일까.

여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가장 일반적인 속설은 영화 ‘맨 인 블랙’처럼 정부에 의해 통제되는 특수 비밀조직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미 중앙정보국(CIA), 미 연방수사국(FBI), 영국 대외정보부(MI6) 등 첩보기관들의 이름이 자주 거론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력한 MIB 운용기관으로 지목받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미국의 과학수사연구소(OSIR)다.

과학칼럼니스트 유상현 씨의 저서 ‘괴물딴지 미스터리 사전 스페셜’에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언급돼 있다. 책에 의하면 OSIR은 천문학·지질학·생물학·심리학·물리학 등 과학 전 분야를 포괄하는 수사·연구·실험을 담당하는 극비기관으로서 과학적 설명이 불가능한 불가사의하고 초심리학적 현상을 전담하는 부서가 운용되고 있다. 바로 이 부서가 MIB와 밀접히 관련돼 있으며, 1940년대부터 엘리트 요원들을 뽑아서 본격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연히 지금껏 미국 정부는 OSIR이 MIB와 유관하다고 인정한 적이 없다. 다만 1990년대 중반 OSIR이 처리한 미스터리한 현상들이 ‘PSI Factor’라는 TV 시리즈를 통해 공개된 적이 있다. TV에 출연한 OSIR 요원들은 정체불명의 생명체나 UFO, 영혼, 귀신, 환생, 시간 여행 등 초현상을 과학적으로 풀어줬는데 지난 2000년 OSIR은 돌연 대외홍보부서를 폐쇄한 뒤 예전처럼 비공개 활동으로 돌아갔다. 음모론자들은 이를 놓고 OSIR 요원들의 입을 막기 위한 미 정부의 조치로 해석한다.

유상현 씨는 책에서 “방송, 영화 등을 통해 OSIR의 실체가 부분적으로 공개됐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다루는 사건의 비현실성 때문에 다수 대중들은 OSIR의 존재를 쉽사리 믿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혹자는 MIB를 ‘프리메이슨리(Freemasonry)’와 연결짓기도 한다. 16~17세기 발생한 일종의 남성 사교클럽으로 오늘날 전 세계 곳곳에 여러 형태로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많은 부분이 의문과 베일에 싸인 단체다. 이 조직의 목표는 하나의 정부를 창조해 파시스트 상태로 전 세계를 지배하는 것.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최초의 프리메이슨리 조직원, 즉 프리메이슨은 하늘에 닿는 바벨탑을 건축해 하나님을 노하게 만든 사악한 석공들이었다. 이들이 프리메이슨리를 조직한 뒤 전 세계로 세를 확장시켰다고 한다. 유명 국제 협회나 단체라면 예외 없이 한번쯤 프리메이슨과의 연루설에 휘말린 적이 있으며, 정치·금융계의 거물들이나 유명 연예인이 프리메이슨으로 지목돼 곤욕을 치르기도 했을 만큼 다양한 음모론에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조직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MIB가 프리메이슨리의 초능력 부대라는 설은 논리적으로 수긍이 가는 부분이다. 그러나 OSIR과 다를 바 없이 프리메이슨과 MIB의 연관성도 아직은 근거가 매우 취약한 추정에 불과할 뿐이다.



지구에 숨어 사는 외계인?

한편 MIB가 인간 비밀요원이 아닌 외계인이라는 주장도 있다. 몰래 지구에 숨어든 외계인들이 자신의 존재를 은폐하려 하기 위한 방책으로 MIB 요원이 되어 사람들 앞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외계인 루머와 진실’의 저자 김찬기 씨도 책에서 MIB를 외계생명체인 ‘이브(EBE)’라고 정의한다.

“지구에 온 이브는 여러 종이 있다. 문서에 따라 적게는 7~8종, 많게는 십여종 이상의 기록이 있다. 현재는 그보다 많은 수십 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책의 내용에 따르면 UFO 관련 사건·사고에 홀연히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MIB는 지구인이 가장 흔히 접하는 외계생명체 중 하나인 파충류계열 랩틸리안(Reptilian)종의 우두머리 격인 드라코니안(Draconian)종에 속한다. 이 외계인은 외관상 180~210㎝의 키에 피부는 창백하고 빛에 대단히 민감하며, 고양이처럼 큰 눈을 지니고 있다. 아울러 ‘외계인 루머와 진실’에 이러한 내용도 적혀 있다.

“(MIB는) 빛이 없는 지하 깊은 곳에 기지를 두고 있다. 이들은 인간이 UFO를 발견하고, 또 자신들의 활동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확인할 때 초감각 및 초감
각 기술을 이용한다는 견해도 있다.”

MIB가 지구에 숨어 사는 외계인이라는 이 주장은 재론의 가치도 없는 황당무계한 얘기로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지는 않다.

실제로 지난 2005년 호주 맥쿼리대학 우주생물학센터의 폴 데이비스 교수팀은 40억 년 전 원시지구와 여러 소행성들이 충돌했을 때 외계 미생물이 지구에 유입됐을 개연성이 높다면서 진화를 거듭하는 동안 이 미생물의 DNA가 지구생명체에 섞여 들었을지 모른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물론 이는 그저 가설에 지나지 않는다. 설령 사실로 밝혀지더라도 외계미생물의 DNA가 인간을 뛰어넘는 지적생명체로까지 진화했으리라 장담키는 어렵다.

결과적으로 몇몇 손에 잡히는 증거에도 불구하고 MIB의 실존 여부나 정체는 오리무중이다. 다양한 가설들만 호사가들의 창작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말하자면 MIB는 아직 과학과는 저만치 먼 거리에 있는 듯하다. 하지만 그로 인해 확보된 무한히 열린 가능성 덕분에 MIB가 더 매력적인 캐릭터로 진화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OSIR The Office of Scientific Investigation and Research.
EBE Extra-terrestrial Biological Entity.







▶ 기억 제거 장치

영화 맨 인 블랙에는 사람의 기억을 지우거나 가짜 기억을 주입시킬 수 있는 만년필 모양의 도구가 등장한다. ‘뉴럴라이저(Neuralyzer)’라는 기억 제거 장치다. 과학은 이 장치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상상의 산물? 아니다.

기억과 관련된 최근의 연구는 의외로 제법 긍정적 답변을 준다. 실제 2012년 9월 스웨덴 웁살라대학 연구팀은 기억제거 기술의 개발에 거의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인간의 기억은 뇌 안에서 ‘기억 응고화’ 과정을 거쳐 수십 년간 지속되는 장기기억으로 남는다. 사건 자체가 기억된다기보다는 사건에 대한 첫 번째 기억이 재응고 과정을 거쳐 고착된다.

연구팀은 바로 이 기억 응고화 과정을 방해해 기억의 형성을 막는 방법을 사용했다. 구체적으로 연구팀은 피험자들에게 특정 사진을 보여주면서 전기쇼크를 가해 사진을 볼 때 두려움에 대한 기억이 형성되도록 했다. 이후 피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누고 A그룹에게는 기억 응고화가 완료될 때까지 충분한 시간이 흐른 뒤 전기쇼크 없이 사진을 계속 보여줬고, B그룹에는 기억 응고화가 이뤄지기 전에 전기쇼크 없이 사진을 계속 보여줘 응고화를 막았다.

그 결과, A그룹은 사진에 대한 두려운 기억이 남아 있었지만, B그룹은 사진과 관련된 두려운 기억이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강한 충격이나 공포기억이 저장되는 뇌 편도체에도 B그룹에서는 기억이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 같은 연구가 앞으로 특정 기억을 유지 또는 제거하는 데 응용돼 공황장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같은 정신질환 치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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