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추진 하이브리드카

지난 100년간 공기로 달리는 자동차는 엔지니어들에게 공상과학적 산물에 불과했다. 이상적이기는 해도 양산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여겼던 것. 하지만 유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공기 추진의 이점은 날로 명확해지고 있다.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고, 깨끗하며, 공짜다.

그런데 공기가 물리적 힘을 내려면 압축을 해야 한다. 에너지를 얻기 위해 또다른 에너지를 투입해야한다는 얘기다. 100% 공기 추진 차량 개발의 어려움이 여기에 있다.

푸조 시트로엥의 엔지니어인 카림 모카뎀은 앙드레 야르스와 함께 이미 검증된 기술인 가솔린 엔진과 유압장치를 결합해 이 난제의 극복이 가능하다고 봤다. 두 사람은 개념실증을 위해 2010년 ‘하이브리드 에어(Hybrid Air) 프로그램’을 런칭시켰고, 경차의 엔진과 항공기의 유압시스템을 연결했다. 두 사람이 설계한 하이브리드 에어의 회생제동시스템은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을 때 유압펌프와 피스톤이 저장탱크 속 질소가스를 압축한다. 액셀을 밟으면 압축가스가 방출, 유압오일이 유압펌프로 주입되는데 그 힘으로 유압펌프가 바퀴를 구동시킨다.

야르스에 따르면 일반 주행 시 이 시스템은 휘발유와 공기가 자동 전환되며 바퀴를 구동한다. 기존 하이브리드카처럼 고속주행, 경사로 등 큰 힘이 필요할 때는 가솔린 엔진이 전면에 나선다. 회생제동시스템만으로는 질소가스 압축이 원활치 못할 때도 가솔린 엔진의 힘으로 압축이 이뤄진다.

카림은 또 도시의 시내 주행 속도가 대개 시속 70㎞ 이하인 만큼 총 주행시간의 60~80%는 공기만으로 주행, 최대 45%의 연료소비량 절감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특히 하이브리드 에어의 파워트레인은 가솔린-전기 하이브리드카보다 가볍고, 저렴하다. 크고, 무거우며, 시간이 지날수록 성능이 저하되는 배터리도 없다.

“저희 시스템은 차량을 폐차시킬 때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질소가스 재충전 외에는 정비도 필요 없죠.”

두 사람의 시제품은 매우 성공적이었고, 푸조는 양산모델 제작을 결정했다. 오는 2016년 유럽에서 판매되는 모든 푸조 및 시트로엥의 경차에 하이브리드 에어 파워트레인이 옵션 장착된다. 가격대는 가솔린-전기 하이브리드카와 유사한 수준이 될 전망이다.

에어 파워
하이브리드 에어 자동차는 내연기관과 유압 모터가 함께 추진력을 제공한다.

1 하이브리드 에어의 공기추진은 고압 어큐뮬레이터(accumulator)에 들어 있는 질소가스를 동력원으로 사용한다.
2 유압 펌프와 피스톤이 어큐뮬레이터의 질소를 압축한다. 액셀을 밟으면 질소가 방출되며 유압펌프가 반대로 작동하면서 유압오일의 힘으로 바퀴에 구동력을 전달한다.
3 바퀴에 에너지를 전달한 유압오일이 저압 어큐뮬레이터로 들어가 다음 번 사용을 위해 대기한다.
4 고속주행이나 오르막길 주행 시 가솔린 엔진이 공기의 힘을 보충해준다. 덕분에 경차에는 82마력급 1.2ℓ I3 엔진, 소형차에는 110마력급 1.6ℓ I4 엔진으로 충분하다.



“하이브리드 에어는 2개의 에너지원, 즉 내연기관과 압축가스로 구동됩니다. 유압장치는 이 에너지를 바퀴에 전달해주는 역할만 합니다.”
- 카림 모카뎀 푸조 시트로엥


33㎞/ℓ 하이브리드 에어 자동차의 연비. 2016년 34.5㎞/ℓ, 2020년에는 50㎞/ℓ로 향상시킬 예정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