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특허 괴물들’과 대기업 사이에 충돌이 일어나면서 RPX는 미국의 가장 긴급한 법적 분쟁에 시장원리를 적용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by Roger Parloff
지난해 무선통신기업 AT&T가 소위 특허 괴물들에게 무려 54번이나 특허침해 소송을 당했다. 이번에 최초로 공개된 통계에 따르면 일주일에 한 번 이상 피소를 당한 셈이다. 전년도 공개재판 건수를 보면, AT&T는 작년 말 70번의 소송과 맞서 싸웠다. 한때는 법의 비밀스러운 부분 중에서도 유독 더 은밀하게 여겨지던 특허 괴물, 좀 더 온건히 표현하면 ‘특허관리전문회사(non-practicing entity·NPE)’는 곧 정치·입법·사법 분야의 최상위 안건이 됐다. 자사 상품과 서비스는 전혀 판매하지 않는 이 특허 괴물들이 최근 특허 소송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이들이 공개시장에서 특허를 구매한 후, AT&T 등 상품 및 서비스 판매업체들을 상대로 특허권을 주장하면서 사용료를 요구하거나 더 흔하게는 사용료를 받아내기 위해 소송을 건다는 점이다.
지난 2년간 미 사법부 (U.S. Justice Department), 연방거래위원회 (Federal Trade Commission), 미 특허청(Patent and Trademark Office) 및 백악관 태스크 포스는 점차 커지고 있는 NPE 현상에 대한 연구에 착수했다. 이번에 3건의 중요한 NPE관련 소송이 미 대법원에서 공판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1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연두교서를 통해 특허괴물을 암시하며 ‘불필요한 소송’을 막기 위해 특허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논란의 원인이 된 수치를 보면 실제로 매우 놀랍다. AT&T도 예외가 아니다. 작년에 구글은 43번이나 NPE에 피소됐다. 버라이즌은 42번, 애플은 41번, 삼성과 아마존은 각각 39번, 델과 소니는 각각 34번, 화웨이는 32번, 블랙베리는 31번이나 피소됐다. 남부럽지 않은 이 톱10 기업 모두 12일에 최소 한 번씩 NPE에 피소당한 것이다.
NPE는 지난해 최소 4,800번이나 소송을 걸었다. 만약 여러 번 피소된 피고를 한 번으로 간주하면 2,600개 기업이 제소당한 것이다. NPE는 2008년과 비교해 지난해 거의 6배나 많은 소송을 걸었고, 상대 기업 수도 60% 이상 늘면서 전체 특허 소송의 67%를 차지했다. 6년 전에는 단 26%에 불과했다.
NPE도 명분은 있다. 그들은 거대 기술 기업들이 툭하면 개인 발명가들이 고안한 혁신기술을 훔쳐간다면서, NPE는 단지 힘없는 개인들에게 자금을 지원해주고, 이들이 자신의 권리를 입증할 수 있도록 소송능력을 강화하고자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NPE는 영세 발명인들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혜택을 준다고 주장한다. 즉, 전 세계의 토머스 에디슨들이 천재성을 이용해 전 세계인에게 최대의 혜택을 줄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하고자 건국의 아버지들 (Founding Fathers이 헌법에 명시했던 인센티브 시스템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마어마한 수치에 사람들은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AT&T가 정말 여러 에디슨에게 일주일에 한 번 이상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훔쳤다는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누군가가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해 원고에게 유리한 지역에서 미심쩍은 소송을 제기하고-지난해 NPE 피고의 40%가 포퓰리스트 성향이 강한 텍사스 동부지역에서 피소됐다-집요하게 합의금을 받아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본 기사는 NPE와 이들이 타깃으로 삼는 기업들의 분쟁 그 중심에 서 있지만, 그 어느 편도 아니라고 주장하는 한 남자에 관한 이야기다. 그는 공기업을 공동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이 기업의 설립 목적은 특허 분쟁을 피하고, 해결해 장기적으로는 아예 제거하는 것이다.
올해 45세의 존 앰스터 John Amster는 RPX-RP는 이성적인 특허(rational patent)의 약자다-라는 기업을 운영한다. RPX는 NPE 현상을 시장에 기반해 해결하고자 한다(학계와 정부기관이 신뢰하는 RPX 통계가 바로 앞서 언급된 수치의 출처다).
RPX는 이른바 ‘방어적 수집가 (defensive aggregator)’로 알려졌다. RPX가 이 분야의 최초 기업이나 유일한 기업은 아니다. 그러나 규모가 가장 크고 야심차며, NPE 현상에 가장 큰 파급력을 미칠 수 있는 기업이다. 매년 이용료 - 현재 168개 기업이 납부하고 있다 - 를 내면 RPX는 NPE가 먼저 손에 넣기 전에 공개시장에서 ‘위험한 특허’를 선제적으로 사들인다. 또 NPE가 RPX 회원들에게 소송을 걸면, RPX는 이들을 위해 ‘도매가’에 대신 합의를 봐준다. 동시에 여러 기업을 대신해 거래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한다.
현재 RPX의 회원 중에는 애플, 아마존, 시스코, 이베이, 구글, 휼렛 패커드, HTC, IBM, 인텔, LG,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삼성, 소니, T-모바일, 버라이즌 등 대기업도 포함돼 있다. 일부 회원들은 RPX에 자사 이름을 공개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지만, 애플과 아마존 등 일부 기업은 주식 애널리스트들에 의해 공개됐다(애플과 아마존에 이 부분에 대한 답변을 요청했지만 응하지 않았다).
기술업체가 RPX의 첫 회원이긴 하지만, 인터넷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기업들도 등 뒤에 과녁을 달고 있긴 마찬가지다. 따라서 최근 뱅크 오브 아메리카 Bank of America, 베스트 바이 Best Buy, 크레이트 앤드 배럴 Crate & Barrel, 타깃 Target 및 웰스 파고 Wells Fargo 역시 RPX에 가입했다.
2008년 설립된 RPX는 3,800개 이상의 특허를 사들이는 데 5억 달러 이상을 썼다. RPX는 누구에게도 이 특허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지금까지 RPX는 NPE가 회원 기업에 제기한 60건의 소송에서 430번의 기각을 성공시켰다. 또 추정치이지만 RPX에 따르면, NPE가 매입하기 전에 미리 위험한 특허를 취득함으로써 회원사들을 겨냥한 2,000건 이상의 소송을 미연에 막았다.
그러나 RPX는 아직 신생기업이고, 현 상황에서 그 누구에게도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RPX가 지난해 회원사들을 위해 특허를 취득하는 데 쓴 돈만 해도 무려 1억 2,500만 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RPX의 추산에 따르면 NPE 소송 때문에 기업이 합의금과 변호사 수임료로 거의 연간 110억 달러나 지불하는 상황이다. 이는 RPX의 예산 지출의 거의 100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앰스터는 RPX 대해 원대한 희망을 품고 있다. 그는 “특허시장에 큰 규모의 매우 효율적인 전문 처리기관 (clearinghouse)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 한다”라고 말한다. “만약 모든 기업이 예산에 특허 및 특허 리스크와 관련된 항목을 신설한다고 가정해보자. 그 항목이 바로 RPX의 요율표, 즉 가입비 - 회원사의 순영업수입에 따라 연간 8만 5,000달러에서 최대 700만 달러나 그 이상이다 - 가 된다면 우리는 약 20억 달러의 자금을 모을 수 있다. 이를 통해 NPE의 특허 소송 위험을 85~90% 가량 낮출 수 있다. 그것도 높은 수익을 창출하면서 말이다.”
양 극단에 서 있는 사람은 똑같이 RPX의 접근 방식을 비웃는다. 특허 괴물을 반대하는 쪽의 일부 사람들은 RPX를 다른 종류의 특허 괴물일 뿐이라고 하거나, RPX의 현 비즈니스 모델이 주주들에게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다 주지 못했을 때 RPX가 특허 괴물로 쉽게 변모할 것이라고 폄하한다.
다른 편에 서 있는 캐스케이드 컴퓨터 이노베이션 Cascades Computer Innovation이라는 NPE 기업은 RPX를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냈다. RPX는 다른 회사와 공모해 NPE가 받을 합의금의 가치를 깎아 내리는 ‘수요독점자 (monopsonist)’, 즉 독점 매입자라는 것이다. RPX는 공모를 비롯한 그 밖에 불법행위에 대한 혐의를 부인했다(지난해 12월 오클랜드의 연방 지방 법원 판사는 캐스케이드의 소송이 계속 진행되도록 허용했다). 그러나 RPX가 NPE 현상에 유효한 해결책을 제시하느냐 아니냐를 떠나 앰스터의 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존재 자체도 모르는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앰스터의 세계에서 기술회사를 상대로 한 특허소송은 더 이상 ‘X라는 회사가 Y라는 발명가의 특허를 침해했는가’와 같은 케케묵은 도덕적 문제에 관한 것이 아니다. 또한 ‘Z라는 특허가 유효한가, 만약 그렇다면 이 특허가 X라는 회사의 상품에 의해 침해되었는가?’와 같은 법적 문제에도 대부분 의존하지 않는다.
현재 중요한 것은 가능성, 통계, 그리고 무엇보다 거래 비용이다. 지난 2월 백악관 태스크 포스가 밝혔듯, 요즘에는 스마트폰 하나에도 10만 개의 특허가 들어간다. 학계 추산에 따르면, 모든 특허는 그 범위와 유효성이 매우 불확실한 탓에 법원에서 테스트 해 보면 그중 절반은 거의 무효한 것으로 드러난다. 캘리포니아 헤이스팅스 대학교 법학과 (University of California Hastings College of the Law)의 로빈 펠드먼 Robin Feldman 교수는 최근 저서에서 ‘특허는 더 이상 확실한 경계와 구역이 있는 토지권에 비유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특허는 확실한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그런 권리를 정의하기 위한 합의에 초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앰스터는 현재 논의되는 여러 개혁이 시행돼도 상황이 그다지 변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앰스터는 특정 NPE들이 확실히 특허를 남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고객들이 처한 문제는 훨씬 더 복잡하다고 말한다. “성가신 문제는 법원이 해결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것 때문에 지불하는 돈은 많지 않다.”
그는 다루기 힘든 문제가 ‘불확실한 영역’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특허는 혁신이 아닌 ‘약간의 개선’-그럼에도 특허성은 있는-과 관련이 있다. 그는 “특허는 어쩌면 무언가가 초혁신적이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다르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들이 그것을 처음 고안했고, 만들었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게다가 어떤 회사가 상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디자인하고, 판매하면서 현재 그 상품이 침해했다고 피소된 특허에 대해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해도 현 시스템 내에선 통하지 않는다.
어떤 판사나 의원도 현 특허 시스템-앞으로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지만-에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하지 않는다. 앰스터의 고객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자사 특허를 매우 소중하게 생각한다. 앰스터는 “전혀 제 구실을 못하는 특허 시스템을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앰스터는 IT업체들을 NPE 소송에서 벗어나게 해주면서, 적법한 발명가들이 신속하게 합리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특허 처리기관을 만들고 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그는 NPE를 특허 괴물이라 칭하길 거부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애쓴다. 이것이 가끔 고객들을 화나게 할 때도 있지만 말이다.
앰스터는 고객들에게 “우리는 NPE의 친구다. NPE 관계자들에게 저녁 식사를 대접하기도 하고, 함께 비즈니스도 한다. 그 결과 여러분들이 상당히 많은 돈을 절약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성실하고 매력적인 앰스터는 뉴욕의 저명한 특허 전문 변호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1995년 뉴욕 카르도소 Cardozo 로스쿨을 졸업한 앰스터는 웨일 고샬 앤드 맨지스Weil Gotshal & Manges 라는 로펌에서 몇 개의 특허 소송을 맡았다. 그러나 그는 변호가 천직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그는 실리콘 밸리 지사로 발령 받은 후, 기업의 인수합병 관련 거래업무를 시작했다.앰스터는 2003년 특허가치평가 신생기업인 오션 토모 Ocean Tomo로 이직했다. 이후 샌프란시스코에 M&A 사무실을 열었다. 그는 36세의 나이에 어떤 행사에 관여하게 됐는데, 그 행사는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특허 유통 시장을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
2004년 10월, 한때 직원 수 4,000명에 시가총액 215억 달러를 자랑했던 커머스 원 Commerce one이라는 기업이 닷컴 버블로 정리절차에 들어갔다. 그러면서 이 회사는 채권자들에게 단돈 410만 달러에 모든 자산을 매입해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법률 자문 폴 워런스키 Paul Warenski는 이 회사의 특허 포트폴리오를 따로 분할해 판매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곧 인틸렉추얼 벤처스 Intellectual Ventures(이하 IV)로부터 100만 달러의 제의를 받았다. 이 회사는 전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기술책임자이자 아주 박학다식한 네이선 미어볼드 Nathan Myhrvold가 공동 설립했다.
IV는 논란을 일으켰다. 한 해 전 IV는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및 애플과 같은 전략적 투자자들이 제공하는 자금을 활용해 닷컴 버블로 파산한 기업들의 특허를 비롯한 여러 특허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투자자들은 IV가 특허를 사들이는 이유가 적대적인 NPE들의 손에 특허가 들어가지 못하도록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IV가 취득한 특허에 대한 사용료를 청구하기 시작하면, 투자자들은 자신들에게도 수익이 돌아올 것으로 기대했다. 당시 미어볼드는 특허 수요의 가격을 정확히 매기면, 그 어떤 회사도 소송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미어볼드의 비즈니스 모델이 소송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결국 IV는 헤지 펀드 같은 구조였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에게는 두둑하게 보상하고, 경영진은 운영 수수료로 투자금의 단 2%만 떼고, 수익은 20% 챙기는 형태였다. 워런스키는 지인의 소개로 앰스터에게 전화를 걸었다. 앰스터는 그에게 IV의 제안을 거절하라고 설득했다. 대신 자신을 고용하면 오션 토모를 대행해 매각할 수 있는 특허 포트폴리오를 더욱 광범위하게 구성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해당 핵심 특허 발명가인 로버트 글루스코 Robert Glushko는 당시 상황을 끔찍하게 여겼다.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 교수인 글루스코는 “내가 발명을 한 유일한 이유는 개방되고, 불편함 없는 전자 상거래 인프라 구축을 촉진하기 위해서 였다”라고 말한다. 특허 괴물이 그의 특허를 소유했다면 거의 재난에 가까운 일이 발생했을 것이다. 그는 “톨게이트처럼 요금을 징수하는 것은 우리가 발명을 한 이유에 반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IBM, 선, 오라클 및 마이크로소프트의 지인들에게 방어를 위해 특허를 매입하라고 요청했다.
앰스터는 2004년 12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미 파산법원(U.S. Bankruptcy Court)에서 IV를 비롯한 8개의 응찰자가 참가한 가운데 경매를 진행했다. 51번째 입찰에서 이 특허 포트폴리오는 1,550만 달러에 낙찰됐다. 회사가 애초 판매하려 했던 금액의 3배도 넘는 액수다. 낙찰자는 JGR 엑퀴지션 JGR Acquisition이라는 베일에 싸인 회사였다. 글루스코는 며칠 동안 우울했다고 한다. 그 회사가 특허 괴물이란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6개월 후 뉴욕 타임스는 그 회사가 실질적으로 노벨 코퍼레이션 Novell Corp 이 소유한 업체라고 보도했다. 그리고 노벨은 방어를 위한 특허 수집 컨소시엄-당시 존재하진 않았지만 이미 형성되기 시작했다-을 대리하는 역할을 맡았다(포춘이 최초 보도하는 사실이다). 당시 IBM 지식재산 담당자인 제리 로젠털 Jerry Rosenthal은 이번 기사를 위한 인터뷰에서 “노벨이 막 시작 단계였던 오픈 인벤션 네트워크 Open Invention Network(이하 OIN)를 대행했다”고 밝혔다. OIN은 IBM, 노벨, 필립스, 레드 햇, 소니-후에 NEC와 구글도 합류했다-로 구성돼 있으며 2005년 11월 로젠털을 초대 CEO로 공식 출범했다. OIN은 리눅스 오픈 소스 운영 시스템 이용자를 특허 소송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특허를 매입했다.
놀랍게도 커머스 원 경매는 두 번째 방어적 특허 컨소시엄을 구축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 컨소시엄은 싱크파이어 ThinkFire라는 입찰자에 의해 구성됐다. 이 회사는 특허 포트폴리오를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법을 기업에 자문하기 위해 2001년 설립됐다. 당시 싱크파이어는 공동 창립자인 댄 매커디 Dan McCurdy가 이끌었다. 그는 루슨트 Lucent의 지식재산 라이선스를 담당한 바 있다. 매커디에 따르면 이 회사는 IV가 특허를 낚아채갈까 우려하는 고객사들을 대신해 입찰에 나섰다.
그는 고객들이 “우리가 특허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IV가 알지 못했으면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들은 매커디에게 “IV가 그 사실을 알게 되면 회사에 직접 찾아와 문을 두드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매커디 외에 싱크파이어의 또 다른 설립자가 바로 미어볼드였다는 점이다. 싱크파이어가 경매에서 IV를 상대로 입찰 경쟁을 벌였지만, 미어볼드는 당시 사실상 싱크파이어의 회장이었다. 이는 언론에서도 아주 재미있는 상황으로 보도됐다(미어볼드는 경매 일주일 후 싱크파이어 이사회에서 사퇴했다).
매커디는 “경매 후 고객들이 싱크파이어와 정식 관계를 맺고, 위험한 특허 포트폴리오가 경매에 나왔을 때 재빨리 대응할 준비를 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 덕분에 얼라이드 시큐리티 트러스트 Allied Security Trust(이하 AST)가 설립됐다고 그는 말한다. 이 회사는 2007년 출범했고, 현재 매커디가 이끌고 있다. AST의 목표는 RTX가 훗날 목표한 것과 비슷하다. 다만 차이점은 AST의 규모가 더 작고, AST는 수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AST는 고객들에게 특허가 공개시장에 나왔다는 것을 알린다. 만약 비용을 치르고 특허를 사길 원하는 고객이 있으면, 매커디는 이들을 대표해 공동 입찰에 나선다. AST가 특허를 매입하면, 입찰에 나선 기업들에 라이선스를 준 후에 NPE를 비롯해 공개시장에서 누구든 원하면 이를 되판다. 여기서 발생한 수익은 다시 입찰 기업들에 되돌려준다. 이른바 ‘잡았다 놓아준다’는 의미의 캐치 앤드 릴리즈 Catch and release라고 불리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 비즈니스 모델은 무임승차를 방지하고, AST가 특허 괴물이 되는 것을 방지해준다. 소송을 걸 특허를 전혀 보유하지 않기 때문이다. AST는 현재 26개 회원을 확보했다. 매커디에 따르면, 그중 대부분은 RPX의 회원이기도 하다.
커머스 원 경매는 특허유통시장에 또 하나의 항구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 유통시장이 형성된 후 한 달이 되기 전 IV는 앰스터에게 일자리를 제안했고, 그는 이를 받아들였다. 앰스터는 IV를 기업에는 특허권을 청산하도록 해주고, 투자자들에게는 불쾌하고 비효율적인 소송이 발생하기 전 보상을 받도록 해주는 온건한 특허처리 기관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3년 후 IV가 새로운 펀드의 출범을 준비하고 있을 때, 그는 찜찜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래서 그는 2008년 1월 결국 회사를 그만뒀다(IV는 2010년 12월부터 여러 회사에 소송을 걸기 시작했고, 그 이후 30개나 넘는 회사를 제소했다. 악명 높게도 IV가 라이선스를 받기 위해 타깃으로 삼은 기업 중에는 자이링스 Xilinx라는 IV의 초기 투자 기업도 포함됐다. 이제 사람들은 IV를 세계 최대의 특허 괴물로 인식하고 있다. IV는 국·내외 특허 및 출원 특허를 비롯해 7만 개의 ‘특허 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그중 약 3만 5,000개가량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앰스터는 회사를 그만둔 후 같은 시기에 IV를 떠난 동료 제프리 바커 Geoffrey Barker와 NPE 세계에 밝은 에란 저 Eran Zur라는 특허 브로커와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놓고 언쟁을 벌였다. 저는 한때 레멜슨 Lemelson 재단-논란을 일으켰던 발명가 제롬 레멜슨 Jerome Lemelson이 세운 돈 많은 라이선스 회사보다 더 자금이 많았다-에서 일했다. 그가 1997년 사망했을 당시 자신의 이름으로 등록된 특허가 무려 600개가 넘었다(이 재단은 1990년부터 14년간 바코드와 머신 비전 machine vision *역주: 사람의 눈의 인식기능을 카메라와 컴퓨터를 통하여 구현하는 기술 특허를 이용해 합의금으로 거의 15억 달러나 벌어들였다. 하지만 2005년 미 항소법원에 의해 결국 모두 무효가 됐다).
그때 RPX에 대한 아이디어가 등장했다. 이 3명의 창립자들은 NPE 문제를 겪고 있는 IT업체들에 이 아이디어를 먼저 소개했다. 앰스터는 자신들의 아이디어는 “선행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의 비용을 낮춰주고, 100% 맞춤형에 그 누구에게도 절대 소송을 걸지 않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특허 분야의 전문 처리기관을 만들어 IT업체에 큰 혜택을 주는 것이다.”
이 같은 광고는 효과적이었다. 경제위기가 다가오고 있었지만, 2008년 8월 찰스 리버 어소시에이츠 Charles River Associates, 클라이너 퍼킨스 Kleiner Perkins와 콜필드 앤드 바이어스 Caulfield & Byers의 벤처 자금을 바탕으로 RPX가 설립됐다. 그해 말 RPX는 시스코, IBM, 세이코 엡손 Seiko-Epson 뿐만 아니라 - 코웬 앤드 컴퍼니 Cowen and Co.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 애플 같은 블루칩 고객사들을 보유하게 됐다. 이듬해 추가로 17개의 고객사들이 합류함으로써 RPX가 현재 168개의 클라이언트사를 보유하는 데 추진력을 얻게 됐다. 2011년 5월 RPX는 기업공개를 했다(앰스터는 그해 320만 달러 가치의 스톡옵션을 받았다. 2012년 그의 보수는 63만 2,000달러에 달했다).
앰스터는 “데이터를 보라”고 강조한다. “패턴을 보고, 의사결정을 수량화하라.” 이는 앰스터의 신념이다. RTX는 풍부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단지 오늘날 소송 사건 일람표가 디지털화 됐기 때문만은 아니다. RPX와 비밀스러운 비용 데이터(Confidential cost data)를 공유하는 고객사가 점차 증가한 덕분이다.
앰스터가 새로운 잠재 고객들에게 회사를 소개할 때, 그는 소프트웨어 암호와 관련된 특허 포트폴리오에 대해 자주 언급한다. 이 소프트웨어 암호는 RPX가 막 설립된 2008년 중순 무렵 어떤 브로커가 구매했다. 앰스터는 “그들은 250만 달러를 요구했다”고 회상했다. “우리가 돈이 좀 있었다면, 그것을 구매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 우리는 투자받기 전이었고, 그래서 그 특허를 놓쳐버렸다.”
그는 특허를 손에 넣은 팩시드 PACid라는 NPE가 “당시 임시 법률 자문들을 고용했고, 다음 2년 동안 6개의 소송을 걸어 총 117 개의 피고에 타격을 줬다”고 덧붙였다. 피고 중에는 애플, 시스코, 마이크로소프트도 있었다. 팩시드는 결국 합의금으로 2,000만 달러-당초 요구했던 포트폴리오의 10배가 약간 안 되는 금액이다-를 벌어들였다. 하지만 피고들은 이미 변호사 선임비로 총 5,800만 달러를 쓴 이후였다. 따라서 250만 달러에 가져갈 수 있었던 특허로 인해 결국 피고들은 7,800만 달러의 비용을 들였다. 그중 74%는 피고 측 변호사에게 돌아갔다. 합의금 2,000만 달러 중 최소 30% 정도를 받는 원고 측 변호사까지 포함하면, 변호사들이 통틀어 82%를 가져간 셈이다.
따라서 RPX가 클라이언트의 돈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은 소송이 시작되기 전에 문제가 되는 특허를 미리 구매하는 것이다. 앰스터는 그런 식으로 “훨씬 더 저렴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 RPX가 어떤 특허를 취득해야 할지 어떻게 알까? 특허 포트폴리오를 판매하는 브로커들이 내놓은 매물에는 ‘권리 도표 (Claims chart)’가 있다. 이 권리 도표는 특정 회사가 판매하는 상품들에 의해 어떤 항목이 특허를 침해 당하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이때 특허를 침해한 회사는 분명히 타깃이 된다.
앰스터는 “예를 들어 우리가 NPE에 특허를 판매했던 적이 있는 평판 좋은 브로커를 만났다고 치자. 그런데 그 브로커가 권리 도표가 있는 괜찮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100% NPE가 구매하려고 한다면 소송이 곧 시작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앰스터는 “내용 증명 (Demand letter)을 아직 받지 않은 고객사들에게 특허를 매입하라고 설득하는 것은 불행히도 매우 힘든 일”이라고 말한다. 실질적으로 클라이언트들을 모으는 더 쉬운 방법은 그들이 이미 소송을 당했을 때다. 그러나 그때쯤 되면 보통은 특허가 너무 비싸져 RPX가 더 이상 구매하기 힘들어진다.
앰스터는 “만약 20명의 피고 중 10명이 우리 고객일 때, 포트폴리오를 모두 사는 것은 ‘가치평가 알고리즘 (Valuation algorithm)’ 측면에서 별로 타당하지 않다. 따라서 거의 우리는 10명의 클라이언트들을 위해 라이선스를 매입하는 쪽을 택한다. 그리고 나머지 10명의 피고인들을 위해서는 옵션을 구매한다”고 설명했다. RPX는 옵션을 구매함으로써 소송을 당한 나머지 피고들에게 다가가, 그들이 RPX에 합류하면 소송에서 벗어나게 해주겠다고 제안한다. 2008년 말 아이패트 IPAT라는 NPE가 텍사스 마셜 Marshall에서 컴퓨터 보안 관련 특허 포트폴리오를 이용해 23개 회사에 소송을 건 사례가 있다. 2009년 말까지 RPX는 약 절반 정도의 피고-이미 고객이었다-들을 대신해 합의를 해줬다. 그런 다음 10명의 다른 피고들에게는 RPX에 가입하면 소송을 피하게 해주겠다고 설득했다.
그러나 러시아 소프트웨어 기업인 카스퍼스키 랩 Kaspersky Lab은 RPX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리고 이 회사는 RPX를 FBI에 신고했다. 당시 송장-현재 인터넷으로 열람할 수 있다-에서 CEO 유진 카스퍼스키 Eugene Kaspersky는 RPX가 아이패트와 짜고 갈취행위를 하고 있다고 고발했다. 당시 RPX는 이 회사에 연간 16만 달러를 내고 3년 회원권을 사라고 권유했다.
앰스터에 따르면, FBI는 카스퍼스키의 송장-앰스터는 이 송장이 ‘경솔하고 괴상하다’고 말한다-과 관련해 한 번도 RPX에 문의하지 않았다. 카스퍼스키는 아이패트 소송 건에서 스스로 변호를 이어갔고, 2012년 6월 기각에 성공했다. 그는 보도자료에서 승리를 자축하며 “가치 없는 소송에는 맞서 싸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피고인들은 쓸데없이 아이패트나 RPX에 거금을 지불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카스퍼스키의 변호사는 포춘의 문의에 대한 이메일 답변에서 이 회사가 아이패트 소송 때문에 약 250만 달러를 썼다고 말했다(이 회사가 거절한 48만 달러의 RPX 3년 회원권보다 훨씬 많은 액수다). 한편, 카스퍼스키 랩은 이 밖에도 3건의 소송에 휘말렸다. 그 중 하나는 기각됐고, 다른 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카스퍼스키와 마찬가지로 RPX가 또 다른 종류의 특허 괴물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이 회사가 이 따금씩 행하는 또 다른 관행에 집중한다. 바로 ‘매각’이다. RPX는 회원들에게 특허 라이선스를 준 후 공개시장에서 가끔 이 특허를 되판다. 판매 대상에는 NPE도 포함된다(특허 방어 회사 얼라이드 시큐리티 트러스트가 일반적으로 일삼는 캐치 앤드 릴리즈와 같은 수법이다).
네드 시걸 Ned Segal에 따르면, RPX는 설립 후 10번 이하의 특허 매각을 했다. 그는 지난해 RPX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기 위해 골드만 삭스를 떠났다. 그러나 그는 “현재 더 자주 특허를 팔고 있다”고 인정했다. “고객들은 우리가 자신들의 자금을 재사용해서 더 많은 특허 매입을 통해 더 많은 혜택을 주길 바란다. 그들은 자신들의 자산에 경쟁기업들이 무임승차하길 바라지 않는다.”
부분적으로 이 관행은 잠재 고객들이 이 네트워크에 합류하도록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그들은 합류할 이유를 못 느끼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RPX가 고객들 요청에 의해 잠재 클라이언트들에게 위협을 가할만한 포트폴리오를 모두 구매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잠재 클라이언트들은 RPX가 이미 포트폴리오를 매입했기 때문에 가입해야 할 가치를 못 느낀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앰스터는 “그들에게 몇 개월 후에 다시 ‘전화를 걸어 봐라! 우리가 특허를 다시 매각하려 한다. 그리고 이 특허를 매입하고 싶어하는 NPE가 곧 나타날 것이다’라고 말한다”고 밝혔다. 그러면 그들은 “(RPX를 특허 괴물에 비유하며) 당신들도 NPE와 별다를 게 없다”고 말한다. 우리는 “너무 성급히 판단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우리는 고객들을 위해 특허를 매입했다. 당신은 이 특허에 가치가 없다고 말했지만, 이 특허의 가치는 시장이 증명했다. 이제 누군가가 당신 회사에 소송을 걸 것이다. 우리가 그들에게 전화해서 당신 회사를 제소하라고 말하진 않았다. 다만 우리는 ‘여기 자산이 있고, 현재 판매 중에 있다’고 말했다. 만약 당신이 이것을 리스크라고 여기지 않는다면, 우리도 할 말은 없다”고 설명한다.
앰스터는 “그러면 대부분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며 말을 이어갔다. “생각해보니 당신 말이 맞다. 쓰레기 같은 특허에도 진짜 리스크가 있다. 그것이 비록 쓰레기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