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니꼴라 르페브르 파리 관광사무소장

“헌 것을 새 것과 바꾸지 않는 고집이 10년째 세계 관광도시 1위 파리의 비결”

관광도시 파리는 ‘문화’로 먹고 산다. 이 문화는 건물이나 명소만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창의적인 콘텐츠를 발굴해 나가는 고집이 포함돼 있다. 그래서 파리는 전통과 번뜩이는 새로움이 잘 어우러져 있다. 10년 째 세계 관광도시 1위를 지키고 있는 비결이다.
파리 = 유부혁 기자 yoo@hmgp.co.kr


벌써 10년째다. 세계 관광도시 1위 프랑스 파리의 위상은 한동안 흔들리지 않을 듯싶다. 파리를 찾은 관광객은 3,230만 명이고 그중 절반인 1,550만 명이 외국인 관광객이다. 전년 대비 8.2% 증가한 수치이다. 파리는 관광도시지만 위험한 도시이다. 한 통계자료를 보면 파리의 범죄율은 서울보다 3배 높고 미국 뉴욕보다도 높다. 급증한 아시아 관광객을 상대로 한 소매치기는 이미 여행자들에게 숙지사항이 돼버렸을 정도다. 대중교통 환승으로 어디든 저렴하게 이동할 수 있는 서울과 비교해 파리에서 관광지로 이동하기란 정말 복잡하다. 대기오염은 중국 베이징에 비견될 만큼 심각하다. 물가는 세계 2위이다. 그런데도 파리는 세계 관광 도시 1위이다.

기자가 만난 니꼴라 르페브르 Nicolas Lefebvre 파리 관광사무소장은 이아이러니에 대해 “에펠탑을 비롯한 문화 콘텐츠 때문”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리고 그는 “파리를 찾는 많은 관광객은 이미 파리를 알고 있다. 분명한 목적이 있는데 그것은 볼거리다. 파리의 랜드마크인 에펠탑처럼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창조경제 시대에 관광산업은 랜드마크를 비롯한 경쟁력 있는 콘텐츠가 필수이다(2014년 2월 기사)’라는 포춘코리아 분석과 상통하는 말이다.

니꼴라 파리 관광사무소장은 이어 “특별하고자 노력하진 않는다. 다만 자유롭고 창의적인 생각과 콘텐츠가 도시 전체에 잘 녹아 있는 문화유적과 관광지를 잘 지키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흔히 하는 말로 ‘조상들이 이룩해 놓은 문화유산으로 먹고 산다’는 말로 들렸다. 한편으로는 ‘보존’보다 ‘개발’논리가 앞서 수많은 문화유적을 옮기거나 파헤쳐 온 우리나라 서울이 파리와 같은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도약하려면 이런 철학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리가 관광도시로 발전해 온 가장 큰 경쟁력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니꼴라 소장이 “헌 것을 새 것과 바꾸지 않는 고집이다”라고 답했을 때 더욱 그랬다.

도시는 문화를 먹고 산다는 말이 있다. 그의 말을 들으니 ‘파리 관광은 문화로 먹고 산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파리에도 숙제는 있다. 관광수입이다. 유입되는 관광객 수는 1위지만 관광수입은 유럽의 다른 도시보다 낮다. 나라 전체로 보면 프랑스 관광수입은 스페인에 뒤진다. 나름의 분석을 기대하고 물었다. 니꼴라 소장은 “꼭 그들보다 높아야 한다는 생각보다 관광객을 위해 우리가 할 일이 무엇인지 찾고 있다. 창의적인 고민과 해답이 우선이다. 프랑스답게 어떻게 즐거움과 가치를 파리를 찾는 관광객에 전달할까 생각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 고민이 결국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대답했다. 신경 쓰지 않는다는 투로 말했지만 신경 쓰고 싶지 않은 프랑스인의 자존심이 묻어났다.

“날씨 때문 아닐까? 스페인은 날씨가 좋아 오래 머물고 싶다. 오래 머물기엔 파리 하늘은 어둡고 날씨도 좋지 않다”고 기자가 말했다. 소장은 빙그레 웃으며 “재미난 분석”이라고 답했다. 턱을 괴고 있던 그가 허리를 세우고선 “파리와 다른 도시의 아직 덜 알려진 문화 콘텐츠와 연계하는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파리는 아직 다 보여주지 못한 것들이 있다. 하지만 당장 새롭고 신선한 것을 보여 주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것이 오히려 기존의 전통과 부조화를 이룰 수 있다.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교통 인프라와 관광객들을 위한 치안 강화에 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고 기자가 지적했다. 니꼴라 르페브르 파리 관광사무소장은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파리 시민들을 개도하기 위한 캠페인도 벌인다. 자정의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 생각한다. 교통은 문화와 전통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에펠탑은 프랑스의 랜드마크이다. 에펠탑 관련 매출이 관광수입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많은 논란과 반대 속에 1889년 프랑스혁명 100주년과 파리 박람회를 기념해 세워진 철탑이 프랑스 파리 경제를 지키고 있는 셈이다. 건설 당시 창의적인 콘텐츠였던 에펠탑이 프랑스와 파리를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된 것도 우연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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