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그룹은 지금] LS산전

창립 40주년은 혁신의 전환점
‘그린 비즈니스’로 승부 건다

“LS산전에게 2014년은 ‘성장의 시대’다. 우리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구자균 LS산전 부회장) 국내 대표 산업용 전기·전자 및 에너지 기업 LS산전이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았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시장 불황에도 실적 개선을 이뤄낸 LS산전의 목표는 글로벌 시장을 이끄는 리딩 기업이다. 주력 사업인 전력 자동화와 신성장 동력으로 각광 받는 그린 비즈니스 분야가 LS산전의 목표를 현실로 만들어줄 무기다. 이미 다양한 사업 수주와 끊임없는 연구개발 투자로 가능성을 인정 받고 있는 LS산전의 도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지난 7월 24일 경기도 안양에 위치한 본사에서 LS산전의 창립 4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1974년 7월 24일 설립된 LS산전의 전신 ‘럭키포장’의 40번째 생일이었다. 이날 행사에는 구자균 LS산전 부회장을 비롯한 주요 임직원이 대거 참석해 창립 40주년을 축하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구 부회장은 글로벌 시장으로의 도약을 수차례 강조했다. 구 부회장은 “외환위기 당시에도 사업매각과 구조조정, 부실사업 정리를 통해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다”며 지금의 힘든 시장 상황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구 부회장은 이어 “LS산전은 명실상부한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하는 ‘성장의 시대’에 직면해 있다”며 전 임직원의 역량 결집을 주문했다.

LS산전은 금성산전, LG산전을 거쳐 지난 2003년 LG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후 2005년 지금의 사명으로 재탄생했다. 이후 LS산전은 공격적인 경영전략을 통해 신사업 진출에 발 빠르게 대응했다. 핵심사업인 전력분야 노하우를 기반으로 해외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주해오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LS산전은 캐나다 학술정보기업 톰슨로이터가 발표하는 ‘세계 100대 혁신기업’에 3년 연속 선정되는 등 글로벌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LS산전은 최근 신성장 사업으로 각광받는 그린비즈니스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통해 스마트그리드, 공공 솔루션, 그린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린 비즈니스’에서 찾는 미래 먹거리

냉방 및 난방기기 사용이 급증하는 여름과 겨울철에는 전력수요가 급격히 증가한다. 전력수요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전류량도 많아진다. 이때 개폐장치 내 차단기 용량이 고장전류보다 낮으면 이를 차단할 수 없어 전력 체계가 무너질 염려가 크다. 최악의 경우 소위 ‘블랙아웃’과 같은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 같은 전력난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어디서든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전력분야가 핵심사업인 LS산전 역시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력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LS산전은 한전이 발주한 362kV 63kA 6300A급 신군포 가스절연개폐장치(GIS) 변전소 사업을 180억 원에 수주했다. LS산전이 공급하는 GIS 설비는 기존 정격인 4000A(암페어)보다 상위 규격이다. 이를 통해 매년 증가하는 수도권 전력수요와 발전단지 대규모화에 따른 345 kV(킬로볼트) 전력 계통 사고에 사전 대응할 수 있다.

이미 LS산전은 345kV 계통 최대조류 용량이 2GW(3600A)에서 3GW(5400A)로 상향 조정된 제5차전력수급기본계획이 2010년 발표됨에 따라 용량을 높인 개폐기를 개발한 바 있다. 이로써 LS산전은 362kV 63kA 6300A급 GIS 변전소 프로젝트의 국내 첫 사업자가 될 수 있었다. 한전은 고장전류 급증에 따른 사고 예방을 위해 LS산전이 수주한 신군포 변전소를 시작으로 6300A급 대용량 변전시설을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LS산전 관계자는 “6300A급 GIS가 발전력이 집중된 수도권 전력계통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향후 신설되는 변전소에 6300A급 GIS가 적용될 계획인 만큼, 첫 사업에서 완벽한 솔루션을 제공해 추가 입찰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하겠다”고 말했다.

LS산전은 초고압직류송전(HVDC) 기술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HVDC는 대용량 전력의 원거리 송전 시 손실을 최소화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차세대 기술이다. 국내 전력손실률이 4~5% 수준임을 감안하면, HVDC의 상용화를 통해 약 1조 3,000억 원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미 LS전선은 일반 전선 대비 최대 10배의 송전 효과를 내는 초전도케이블의 상용화에도 성공한 바 있다.

또 LS산전은 지난 2009년 강원도 동해시에 1,800억 원 규모의 해저케이블 전문공장을 준공한 것을 시작으로 지속적인 해저케이블 역량을 키우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 2012년 카타르 석유공사와 국내 전력업계 사상 최대 규모인 4억 3,500만 달러(약 4,400억 원) 규모의 해저케이블 공급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전력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기술은 이른바 ‘그린비즈니스’의 핵심사업으로 불리는 ‘스마트그리드’다. 기존의 전력망에 정보기술(IT)을 접목,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차세대 지능형 전력망인 스‘ 마트그리드’는 전력난을 해결하는 신기술로 각광받으며, 태양광, 전기차, 초고압직류송전(HVCD)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용화가 준비되고 있다.

LS산전 역시 차세대 먹거리로 스‘ 마트그리드’를 선정하고 이를 위한 기술개발 및 투자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LS산전은 현재 스마트그리드와 관련된 거의 모든 솔루션을 보유한 토털 솔루션 프로바이더(Total Solution Provider)로 업계의 인정을 받고 있다.

특히 구자균 부회장이 ‘스마트그리드’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구 부회장은 스마트그리드는 저탄소 녹색성장의 구심점’이라는 지론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자원 부족과 환경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바로 스마트그리드라는 것이다.

구 부회장은 지난 2009년 지능형전력망협회(현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의 초대 회장을 역임했다. 당시 구 부회장은 19개에 불과한 회원사를 147개로 확대하고 국내 스마트그리드 산업을 성장시키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특히 해외기술동향 파악을 위한 일본 스마트 그리드 시찰단 파견, 수출 연계형 인력교류사업, 포럼 개최를 지속으로 진행하며 국내 스마트그리드 산업 경쟁력 확보에 힘을 쏟았다. 구 부회장은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최근 스마트그리드협회 제 3대 회장에 재선임되기도 했다. 최근 최순홍 전 청와대 미래전략수석을 상근 고문으로 영입한 것도 스마트그리드 사업 강화를 위한 포석의 일환이다. 스마트그리드 기술의 핵심인 정보통신(ICT)분야의 경쟁력을 확실히 높이겠다는 의도가 최 고문의 영입에 깔려 있다.

최 고문은 업계에서 잘 알려진 ICT 전문가다. 지난 1981년 국제통화기금(IMF)에 입사해 26년간 IT시스템 관련 업무를 총괄했다. 지난 2007년에는 UN사무국 초대정보통신기술국장(사무차장보급)을 맡아 TI 현대화 작업을 담당하기도 했다. 또 LS산전은 올해 초 스마트그리드·자동차전장·태양광 등 신성장동력 사업을 하나로 묶은 융합사업본부를 신설했다. 신성장 동력을 본격적으로 사업궤도에 올려 확실한 먹거리로 성장시키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융합사업본부 본부장으로 내정된 김원일 전무는 그동안 LS산전의 경영전략을 담당하며 구 부회장의 오른팔 역할을 해 온 핵심 인물이다.

스마트그리드로 해외시장을 공략하다

스마트그리드 시장에 대한 강한 공략 의지를 보이고 있는 LS산전은 이미 해외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 7월 LS산전은 이라크 전력청으로부터 스마트그리드 핵심 기술인 ‘지능형원격검침인프라(AIM)’사업을 수주한 바 있다. 계약금 5,224만 달러(약 536억 원) 규모의 이번 수주는 AMI 국제 입찰 프로젝트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AMI는 전력 소비자와 공급자 간 전력 사용, 요금 정보, 실시간 요금 정산, 원격 전력 차단 등을 지원하는 기술이다. 전력수요 변동에 따른 가전 및 전력기기 제어가 가능해 스마트그리드 분야에서 핵심 기술로 꼽히고 있다. 이번 수주를 통해 LS산전은 계량정보 운영과 전기요금 과금, 고객관리 등 선진 스마트그리드 기술이 적용된 AMI 센터 19개를 이라크 전역에 구축하게 된다. 또 바그다드를 포함한 주요 지역 변전소와 가구에 스마트미터 11만 대를 보급, 전력 운영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배전제어센터 및 중앙제어센터와 공유·관리하게 된다.

이번 LS산전의 이라크 사업 수주에는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다. 사업수행 역량과 기술평가에서 글로벌 기업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특히 가격 경쟁력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음에도 사업을 수주했다는 점에서 LS산전의 기술력이 글로벌시장에서도 통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구 부회장도 이라크 변전소 프로젝트 계약식에 방탄조끼를 입고 직접 참석하는 등 적극적인 시장 공략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이미 LS산전은 지난 2011년 비유럽권 기업으로는 60년 만에 처음으로 이라크 전력 인프라 시장에 진출, 현지 변전소 프로젝트를 수행한 바 있다. 지난해까지 이라크 전력 인프라 사업에서 기록한 누적 수주액은 총 4억 4,400만 달러 수준. 이번 사업을 통해 LS산전이 향후 3년간 이라크에서 벌어들일 금액은 5억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종한 LS산전 스마트그리드사업부장은 “이라크 정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력 인프라 재건 사업에 스마트그리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향후 스마트미터 400만 대 추가 보급이 계획된 만큼, 이번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후속 스마트그리드 사업에도 꾸준히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이 같은 LS산전의 스마트그리드 육성 전략을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성환 유화증권 애널리스트는 “LS산전의 신사업들은 정부가 집중 육성하고 있는 미래 에너지 프로젝트와 일맥상통한다”며 “특히 스마트그리드 기술에 대한 투자를 선도하고 있는 만큼, 스마트그리드시장 확대에 따른 실적 향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전용기 현대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LS산전은 글로벌 사업이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면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올해에도 지난해에 이은 실적 상승이 기대되고 있다”고 전망했다.

LS산전이 스마트그리드시장에서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밑바탕에는 자체 기술력으로 완성시킨 지적재산권(IP) 포트폴리오가 존재한다. LS산전은 국가 인프라 산업으로 일컬어지는 전력 및 자동화 분야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일찌감치 IP 확보에 뛰어들었다. 독자적으로 확보한 IP를 기반으로 신성장 동력 기술 개발 및 투자에 집중하겠다는 뚜렷한 목표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LS산전은 전력IT, 지능형 빌딩제어시스템(IBS), 친환경전력 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내외 특허출원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왔다. 지난 5년간 2만 2,829 건의 특허를 출원해 그중 2,887건을 등록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이 같은 LS산전의 IP 강화 전략은 체계적이면서도 자연스럽게 추진되어 왔다. LS산전은 IP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역량을 강화하는 ‘IP센터’를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IP 전문 인재 육성과 IP 지원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또 모든 임직원을 대상으로 올해의 특허상, 우수 R&D 프로젝트 상 등 다양한 포상제도를 운영하며 사내 IP 창출의 기반을 닦고 있다. 특히 IP를 통한 경쟁력 입증과 국가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한 공로로 최근 금탑산업훈장을 받은 구자균 부회장이 LS산전의 IP 경영전략에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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