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가 우연히 듣게 된 노랫가락을 자신도 모 르게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흥얼거렸던 기억이 누구나 한번쯤 있을 것이다. 이를 전문용어로 ‘귀 벌레(earworm)’ 현상이라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기억이 쉽게 떠오르는 냄새가 있다. ‘코 벌레(earworm)’ 현상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어도 그에 상 응한다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물론 귀 벌레 현상처럼 누구나 겪는 경험은 아니다. 정신과 의사로서 스스로를 냄새 과학자라 칭할 만큼 오랜 기간 후각을 연구해온 에이버리 길버트 박사에 의하면 정신분열증 환자나 편두통 환자들이 이 같은 환향(幻香)을 경험하기도 한다는 보고가 있다. 그래서 그는 환향이 ‘부정적 후각(negative smell)’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말한다. 정상적인 사람은 환향을 맡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2013년 한 연구팀은 환향을 맡고 있는 파킨슨병 환자를 이렇게 묘사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나무 탄내가 난다고 하더니 양파냄새와 지독한 스컹크 배설물 냄새로 바뀌었다고 표현했다’고 말이에요.”
길버트 박사는 사람이 의도적으로 냄새를떠올리는 능력에 대한 연구를 한 적도 있다. 이를 통해 그는 향 수 배합 전문가 같은 향기에 민감한 프로들의 경우 일반인보다 과거에 맡았던 향기를 상기해내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결과 를 얻었다.
“냄새를 생생하게 연상하는 능력이 뛰어날수록 꿈속에서 냄새를 맡을 확률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만약 노즈웜 현상이 실재한다면 어떤 과정에 의한 것일까. 아마도 환향과는 다소 다를 수 있다는 게 길버트 박사의 판단이다.“예컨대 비버의 향낭에서 풍기는 해리향(castoreum)처럼 독특하거나 기괴한 냄새를 접했을 때 향기 분자가 사람에게 들러붙을 수 있습니다. 향수 냄새가 셔츠에 배이듯이 말이죠.이때 향기분자가 콧속에 달라붙는다면 그 냄새가 하루 종일 느껴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