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창] 불황을 바라보는 다른 시각

신경섭 삼정KPMG 재무자문 대표


우산장수 아들과 짚신장수 아들을 둔 할머니가 비가 오나 해가 뜨나 아들 걱정을 한다는 옛이야기가 있다. 비가 오면 짚신이 안 팔리고 날이 개면 우산이 안 팔리니 할머니의 근심은 그칠 날이 없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할머니의 가족은 매우 훌륭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것이다. 비가 오면 우산이 팔리고 맑으면 짚신이 팔릴 테니 1년 내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투자자의 시각에서는 비가 오나 해가 뜨나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자산 배분이다.

우리나라는 최근 '내우외환'의 상황에 처해 있다. 밖으로는 그리스가 벼랑 끝 전술을 펼치며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고 안으로는 수출ㆍ내수 부진 등으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됐다. 이러한 상황에 일부 비관론자들은 '셀 코리아(Sell Korea)'를 외칠 수도 있다. 그러나 거꾸로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자산배분을 잘한다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선 국내 기업의 상황을 보면 앞으로 몇 년 동안은 구조조정의 시대가 될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STX그룹·동부그룹 등은 이미 구조조정을 완료했고 철강·해운·조선·화학 등의 산업군에서 성장성이 둔화된 기업들도 뼈를 깎는 생존의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이때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기업회생이나 구조조정 이슈를 가진 주식형펀드·사모펀드·인수금융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갑작스럽게 매물로 등장하는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것도 괜찮다. 우리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국내 기업이 서둘러 매물로 내놓은 빌딩들의 가치가 2~3배 이상 오르는 현상을 이미 안타깝게 목격한 바 있다.

불황에도 불구하고 성장을 지속하는 사업들도 있다.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 백화점 대신 저렴한 온라인 쇼핑을 즐기고 작은 평수로 집을 옮기거나 하나의 오피스텔로 전세 공유를 하는 등 새로운 시장이 형성된다. 불황 속에 변하는 심리 변화 역시 주목해야 한다. 이러한 전략을 투자에 직접 접목시키는 곳이 바로 벤처캐피털(VC)이다.

불황이 길어질수록 전통적인 투자 대상인 주식과 채권 외에도 다양한 대체투자 영역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투자의 지평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대체투자를 대형 기관투자가의 전유물로만 여겼지만 최근 일부 고액자산가들은 직접 '패밀리 오피스(Family Office)' 설립에 나서는 등 다양한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털·상업부동산·부실채권투자 등이 일상생활로 들어오고 있는 셈이다.

위기(危機)는 위험(危險)과 기회(機會)의 의미를 동시에 담고 있는 단어다. 불황의 위험을 슬기롭게 이겨내면 곧 기회가 되는 것이고 반대로 극복하지 못한다면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장기적인 경기 침체와 불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새로운 시각으로 시장 기회를 창출해야 지속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