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 처리 내년으로 연기

한보철강 당진제철소 국제입찰이 결국 유찰됨에 따라 2년 가까이 진행돼온 한보철강 처리작업이 원점으로 다시 돌아가면서 내년으로 미뤄지게 됐다.그러나 채권은행단은 이른 시일내 기존에 관심을 표명했던 모든 업체들을 대상으로 수의계약을 추진한다는 방침이어서 내년 1월중에는 인수업체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보철강 채권은행단은 17일 『동국제강과 태국의 니콘타이(NTS) 등 2개업체가 이번 국제입찰에 참여했지만 인수금액 및 조건에 대한 의견차이가 커 유찰키로 했다』며 『당초 방침과는 달리 이들 업체를 우선협상대상자로도 선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동국제강과 니콘타이가 제시한 인수 조건이 채권단의 예상과 너무 현격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설명이다. 동국제강의 경우 당진제철소 A·B지구 일괄 인수를 추진하면서 1조원 가량의 인수가를 제시했지만 최소 2조원 이상을 희망하고 있는 채권단으로서는 협상자체의 실익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B지구 설비만을 인수하고자 했던 니콘타이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는 게 채권단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한보철강 매각 방식은 국제입찰에서 수의계약으로 변경됐다. 그러나 업계에선 수의계약 방식으로 전환한다고 해도 채권은행단이 목표로 하는 인수금액을 받는 것은 이미 물건너 갔다고 보고 있다. 국제입찰 초기에 지대한 관심을 표명했던 영국 이스팟 등 대부분의 외국철강업체들이 당진제철소의 항만 및 발전시설을 정부가 부담해 줄 것으로 요구하는 등 이번에 응찰한 업체보다 훨씬 좋지 않은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가 이번 국제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도 이같은 요구사항을 채권단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한보철강 채권은행단이 이들 외국철강업체와 별도의 수의계약을 추진한다고 해도 인수가격 및 조건에서 만족할 수 없어 난항을 겪을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다시말해 동국제강이 제시한 조건보다 나아질 게 별로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국제입찰에서 응찰업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초 방침과는 달리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지 않은 것은 해외업체를 사전에 내정해 놓고 개별협상을 벌이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동국제강측은 『한보철강 처리가 국제 공개 경쟁 입찰을 통해 이뤄질수 있으리라고는 애당초 기대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동국제강이 이번에 제시한 인수조건들 이상을 제시할수 있는 업체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철강 업계에서도 결국은 동국제강이 한보철강을 수의계약 방식으로 인수, 본격적인 철강업계 구조조정이 이뤄지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한보철강 처리문제와 함께 철강업계 구조조정의 걸림돌이 됐던 삼미특수강의 회사정리 계획안 문제가 17일 완전히 확정돼 법정관리에 돌입하게됨에 따라 국내 철강 산업 구조조정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와함께 현대강관도 워크아웃대상에 포함, 외한은행이 출자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복잡하게 얽힌 철강 업계 구조조정이 점차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철강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현대 강관문제는 반도체 빅딜과도 얽혀있다』고 설명하고 『내년초에는 철강산업 구조조정의 가닥을 잡을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이훈·김기성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