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공식별구역 확대 성공 위한 세가지 조건

정부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확대를 선포했다. 잘한 일이다. 모든 점에서 후하게 평가 받아 마땅하다. 신속한 결정과 국제사회가 공감할 수 있는 명분을 내세운 점, 미국과 최소한의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 등 모든 처리가 매끄럽다. 무엇보다도 한국전쟁 중이던 지난 1951년 미국에 의해 KADIZ가 선언된 지 62년 동안 보수와 진보를 떠나 역대 어떤 정권도 실행하지 못했던 사안을 우리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을 내렸다는 점이 의미 있다.

중국이 기습적으로 방공식별구역(CADIZ)을 발표하며 이어도를 포함시킨 지 보름 만에 이어도가 한국 관할이라는 실질적 대응에 나선 점도 높게 평가할 만하지만 나머지 지역의 포함은 보다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국제법상으로 공해상인 이어도 해역과 달리 마라도와 홍도(거제도 남단 무인도)는 우리 영토와 영공·영해이면서도 62년 동안 일본 측 방공식별구역(JADIZ)에 속해 있었는데 이번에 KADIZ 안으로 끌어들였다. 뒤늦게나마 주권국가로서 당연한 권리를 행사한 정부의 결정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다.

남은 과제는 주변국과의 갈등 최소화에 있다. 정부가 KADIZ 확장을 발표한 이상 중국·일본과 방공식별구역 중첩으로 인한 마찰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세 가지 숙제가 우리에게 남았다. 첫째, 중첩 지역을 비행하는 제3국 비행기들이 한국에 사전 통보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의 치밀한 외교 및 홍보 노력이 요구된다. 두번째는 실효지배력 강화에 있다. 장거리 투사가 가능한 F-15K전투기를 운용할 수 있는 기지를 늘리고 공중급유기를 도입하며 독도·이어도 기동전단 편성에 필수인 이지스함 건조를 앞당겨야 한다. 세번째는 국민들이 차분해질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후속대책을 제대로 진행하려면 국민들이 정부를 믿고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한중일 3국 간 신뢰와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맡을 역량을 키운다면 이번 갈등은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