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 3급인 홍모(23)씨는 집안일 등 일상 생활을 하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계약과 관련한 복잡한 사무를 처리하는 건 힘겹다. 최근에는 홍씨 명의로 휴대폰을 개설해주면 안 되냐는 이웃 아저씨의 말만 듣고 덜컥 이름을 빌려줬다가 160만원에 이르는 요금을 떠안기도 했다.
홍씨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 도와줄 사람은 함께 사는 친척 할아버지뿐이었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나이가 너무 많아 홍씨가 받아야 하는 병원 진료나 자활훈련, 사회복지 서비스 등에 대한 조언을 거의 해주지 못했다.
다행히 지난달 1일 성년후견제가 실시됐고 법원이 홍씨의 후견신청을 받아들임에 따라 앞으로 어려운 의사결정 등을 할 때 시민 후견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서울가정법원 가사20단독 이현곤 판사는 홍씨가 보건복지부의 지원 아래 시민 후견인 유모(48)씨를 특정후견인으로 선임해달라고 낸 청구를 받아들였다고 22일 밝혔다. 홍씨의 청구는 개정 민법에 의해 성년후견제도가 시행된 후 처음으로 접수된 사건이다.
성년후견제는 장애ㆍ질병ㆍ노령으로 의사결정이 어려운 성인들을 위해 후견인을 선임해 도움을 주는 제도다.
서울가정법원은 장애검진서와 사회조사보고서 등을 토대로 홍씨의 특정후견인을 선임했으며 후견이 잘 이뤄지는지는 계속 감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성년후견인 선임 등에 드는 비용을 댈 능력이 없는 경우에는 국가에서 감정료 등을 부담해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