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세월호 사고 수습과 국가개조를 위한 책임총리 후보로 내세웠던 '안대희 카드'가 전관예우 논란으로 후보자 스스로 사퇴함에 따라 무산됐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고심 끝에 내놓은 회심의 인사가 좌절됨에 따라 정치적 타격은 물론이고 후속 인선을 비롯한 앞으로의 국정추진에도 상당한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안 총리 후보자의 낙마는 우리 사회에 많은 숙제를 남기고 있다. 당장 앞으로 누가 총리 후보로 나서려 하겠느냐는 점이다. 안 후보자 낙마에 결정적 역할을 한 전관예우 논란만 하더라도 법조계에서 보는 시각과 우리 사회가 공직 후보자에게 요구하는 기준의 차이가 현격하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해줬다. 그간 수차례 고위공직자의 인사 검증에서 논란이 됐던 전관예우, 논문 표절, 과다 재산 등은 법과 관행의 문제가 아니라 이를 수용하는 국민 정서와 마찰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인사는 이상이 아니라 현실이다. 가뜩이나 총리직을 수행할 만한 능력과 경륜을 가진 인재풀이 협소한 상황이다. 앞으로 제2, 제3의 안대희 사태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인사권자는 개인적 능력이나 경륜보다 오로지 검증이라는 시험 통과에만 주력할 수밖에 없게 된다. 악순환이다.
특유의 소신과 강단으로 기대를 모았던 안 후보자가 6일 만에 낙마한 것은 우리 사회 전체의 손실이다. 이번 안 후보자의 사퇴를 통해 우리 사회가 공직 인사검증에서 지나치게 높은 도덕적·윤리적 잣대만을 들이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사전 검증에서 구멍을 드러낸 청와대도 앞으로의 인사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국민과의 소통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기존 방식을 원점에서 재점검해봐야 한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도 언젠가는 집권세력이 될 수 있다. 무조건적인 반대에서 벗어나 협조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 지금 중요한 것은 국정이 하루라도 빨리 정상의 궤로 올라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