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민주 도청 전문당" vs 야권 "새누리 정치공작당"

■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난타전
새누리 "역사적 진실 반성보다 음습한 얘기만 난무"
민주 "박근혜 대통령 중국서 귀국즉시 국민에 사과를"
안철수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해야" 야권에 힘 보태

국가정보원이 전격적으로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발언이 드러난 데 이어 민주당이 대선 전 새누리당이 대화록을 사전 입수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여야 간 정쟁은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여당은 "민주당을 도청 전문당"이라고 비난했고 야당은 새누리당을 정치공작의 명수로 비하했다. 양측은 노 전 대통령의 NLL 관련 발언을 놓고도 서로 "이적행위를 했다"고 비판하며 사과를 요구했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은 "남재준 국정원장을 해임해야 한다"며 야권에 힘을 실었다.

새누리당은 정상회담 대화록을 대선 전 불법적으로 입수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국정원 정치 개입 책임론'의 불똥이 박근혜 정부로 옮겨붙자 "노 전 대통령이 NLL를 포기하려 한 본질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대화록 공개 후 역사적 진실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다짐보다 음습한 얘기만 난무해 매우 안타깝다"며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권영세 주중 대사와 관련된) 음성파일 100여개를 확보했다고 하는데 '도청 전문 정당'이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문종 사무총장도 "권 대사의 음성파일은 명백하게 도청한 것으로 불법적으로 취득한 정보"라며 "더군다나 짜깁기를 비롯해 조작 의혹도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이었던 김무성 의원이 대화록을 사전 입수해 봤다고 지적한 데 대해 신빙성이 없을뿐더러 불법이어서 증거능력도 없다고 항변했다. 새누리당은 다만 불필요한 오해를 막기 위해 소속 의원과 당 관계자들에게 신중한 언행을 주문했다.

민주당은 그러나 대화록 사전 유출 의혹을 확산시키며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박 대통령을 향해 "(중국에서) 귀국하는 즉시 새누리당이 지난 대선에서 탈법적 정치공작에 나선 데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국민과 함께 천인공노할 범죄 커넥션의 배후와 몸통을 밝히겠다"며 "대화록 공개를 둘러싼 공작적 행태에 분노를 억누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주중 대사, 정문헌 의원 등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문재인 의원도 대화록 유출 경위 및 새누리당 대선 캠프와 국정원 간 결탁 가능성을 제기하며 검찰 수사와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그는 공개된 대화록 표지에 생산일자가 2008년 1월로 정상회담과 시차가 큰 점을 들어 대화록의 왜곡ㆍ조작 가능성도 제기했다.

안 의원도 이날 국정원의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에 대해 "남 원장이 국정원 명예를 위해 대화록을 공개했다고 했는데 국익보다 국정원 명예가 중요하다는 것이냐. 책임을 물어 해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 의원은 국정원 국정조사에서 "대선 전 새누리당의 정상회담 대화록 사전 입수 의혹도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