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19일(현지시간) 출구전략 시간표를 공개하면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도 방향 전환이 불가피해졌다.
한은의 한 금융통화위원은 벤 버냉키 미 연준 의장의 선언을 "지금부터 전혀 다른 새로운 출발점"이라고 평가했다. 지금까지 기준금리를 내렸다면 앞으로는 금리인상을 저울질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당장 금리인상으로 돌아설 상황은 아니다. 미국의 출구전략이 예고되면서 시장금리가 가파르게 오를 가능성이 커졌지만 정책금리가 그 속도를 따라갈 만큼 경기회복세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한은 입장에서는 기준금리를 올리기도, 내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때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경제지표는 물가다. 김중수 한은 총재 역시 "한은의 의사결정시 한은법 1조(물가안정)보다 우선하는 가치는 없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현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개월째 1%대를 유지할 만큼 안정적이다. 장마가 영향을 미치는 오는 7~8월부터는 2%대에 진입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지만 그렇다고 금리인상이 필요할 수준은 아닐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자금유출을 걱정하는 신흥국 대열에 서 있기는 하지만 물가 때문에 금리를 올린 인도네시아ㆍ브라질 등과는 상황이 전혀 다른 셈이다.
세계 경기가 물가상승 압력을 우려할 만큼 빨리 회복되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공급 측면에서 특이요인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 물가는 당분간 낮게 유지될 것 같다"고 말했다.
물가 다음으로 고려되는 성장도 마찬가지다. 미약한 성장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예상경로를 벗어나 더 높은 성장률이 나올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낮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물가와 경기회복 속도를 고려해 기준금리를 결정해야 할 텐데 올해 안에는 올릴 이유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정책금리와 시장금리가 너무 벌어진다면 금리인상 압박이 강해지겠지만 설사 그렇다고 해도 금리 카드를 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미국이 자산매입 축소를 마무리하고 기준금리 인상에 들어갈 때까지 한은이 취할 수 있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증권회사의 한 관계자는 "미국이 빠르면 내년쯤 금리를 움직일 텐데 인플레이션보다 경기회복에 중점을 둔 우리나라는 미국을 따라가는 모양새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우리 역시 내년이 돼야 금리인상 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