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새누리당이 공무원연금 개혁에 나섰다. '더 내고 재직공무원도 덜 받는' 구조로 수술한다는 것이다. 2월 임시국회에서 기초연금법이 통과되면 공무원연금을 시작으로 사학·군인연금은 물론 국민연금도 손볼 계획이라고 한다. 방향을 잘 잡았다. 그러나 역대 정부가 처리하지 못한 해묵은 과제를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제대로 풀어낼 수 있을지 걱정이 따른다.
정부는 2009년 '더 내고, 신규 공무원 등만 조금 덜 받는' 제도개선안을 마련해 이듬해 시행했다. 11.05%(국민연금은 9%)이던 보험료가 2012년까지 14%로 올랐지만 잠시 주춤했던 정부의 적자보전액은 금세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올해 보전액이 지난해보다 31% 늘어날 정도로 증가세도 가파르다. 내는 돈의 2.7~3.3배를 받아가는 구조를 하루빨리 뜯어고치지 않으면 박근혜 정부에서 15조원, 차기 정부에서 31조원이 넘는 혈세를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연금수급자가 급증하고 있는데다 수명이 늘어나 제도도입 당시보다 수급기간이 25년 이상 늘어난 탓이다. 개혁을 더 미루면 우리 경제와 국가재정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공무원연금을 제대로 수술하려면 공무원들의 입김부터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이명박 정부는 전문가들이 마련한 개혁안을 무시한 채 공무원 취향에 맞는 개선안을 새로 만들어 처리해버렸다. 공무원 노사가 임단협 하듯이 만든 개선안은 불평등과 무원칙이 난무했다. 연금이 깎이는 대상이 신규 공무원과 당시 재직기간 10년 미만자로 한정됐고 기존 공무원들의 연금수급 개시연령을 65세로 늦추려던 계획도 없던 일이 돼버렸다. 주무부처인 안전행정부의 유정복 장관은 공무원연금개혁추진단(가칭) 구성부터 종전과 달리하기 바란다. 국민연금과의 조화를 꾀하려면 공무원·사학연금 가입자인 교수 외에 국민연금 가입자인 민간 전문가들도 참여시킬 필요가 있다. 첫 단추를 잘못 끼면 사학·군인·국민연금 개혁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