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지난번 대선이 있었던 2007년 이후 대부분의 시간 동안 불화했다. 그런 두 사람이 대선을 108일 앞둔 예민한 때 단 둘이서 100분 동안 만났다. 야당의 대선후보는 논외로 치더라도 대통령과 여당의 후보가 독대한 경우는 10년 만에 처음이다. 민감한 시기에 드문 만남이 이뤄졌으니 국민이 관심을 갖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이날 만남 결과는 박 후보가 구술한 내용을 축약해 당 대변인이 3분간 발표하고 2분간 질의 응답한 게 전부였다. 박 후보가 0~5세 전 계층 무상보육, 반값 등록금 등의 대책을 요구해 이 대통령이 공감했다는 내용이다.
당은 박 후보가 민생 현장에서 보고 들었다는 요구사항을 길게 소개하고 이 대통령이 수긍했다는 짧은 답변을 전했다. 민생을 챙기는 후보를 부각시키는 방식이다.
이날 박 후보가 요구한 전 계층 무상보육과 반값 등록금은 그동안 정부가 반대한 정책이다. 당은 이 대통령이 "학생의 어려움과 여성에게 도움이 절실하다는 것을 잘 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여전히 반대해서 원론적인 답변으로 회피한 것인지, 강력하게 요구하니 받아들인다는 뜻인지 아리송하다. 어느 쪽인지 대변인에게 물었지만 "같이 있지 않아서 모른다. 확인할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두 정책은 모두 많은 예산이 들기 때문에 찬반이 들끓는다. 그런데도 여권을 대표하는 두 수장은 겉핥기식의 문답만 전했다. 민감한 논란은 피하고 어쨌든 민생을 챙기는 대선후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남는 이유다.
두 사람의 만남은 이전부터 선거 개입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그 같은 비판을 감수하고 만났다.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 서로 비난하던 구태를 접고 민생 앞에 협력하는 새 관행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렇다면 최소한 정책 논의는 국민에게 구체적인 내용을 밝혀야 한다. 여권 내부 집안문제인 대선 논의는 제외하고라도 말이다. 그게 민생에 초점을 맞췄다는 당의 설명과 부합한다. 박 후보는 정부의 내부자료 공개를 의무화한 '정부 3.0'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후보 스스로 필요에 따라 감추면서 정부에 공개를 요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쇼를 싫어한다는 박 후보가 굳이 결과물 없는 청와대 회동을 한 이유도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