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 해외 공장이전 급감] 툭하면 임금인상 시위·숙련도마저 떨어져… "투자 실익 없다"

중국 인건비 2배 오르고 稅 감면 등 혜택 줄어
동남아도 생산성 저하·원가경쟁력 없어 부담
FTA 효과 힘입어 개성공단·국내로 눈돌려


# 금속부품업체를 운영하는 A대표는 시장공략을 위해 중국으로 공장 이전을 검토하다 포기했다. 현지 인건비가 매년 20%씩 오르고 있고 세금 부담이 커져 선뜻 중국행을 결정할 수 없었다. 그는 "원가 상승 요인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 과거처럼 무조건 해외 이전을 선택할 수 없었다"며 "국내에 공장 부지를 확보해놓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 중견기업 B대표는 이달 중 4,000평 규모의 공장을 가동한다. 3년 전부터 동남아 지역과 국내 몇 곳을 후보에 올려놓고 고민한 끝에 충청도를 선택했다. 그는 "중국은 워낙 물가나 인건비가 많이 오른 상태"라며 "그나마 동남아 지역이 아직 중국 인건비의 절반 수준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큰 이득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공장이전이 급감한 가장 큰 이유는 인건비 상승이다. 중국의 경우 최근 5년간 주요 도시의 최저 임금이 5년 만에 2배 가까이 올랐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베이징시의 월 최저임금(전일제 근로자 기준)은 지난해보다 11% 오른 1,560위안이다. 지난 2009년 최저임금 800위안에 비해 2배 가까이 인상됐다. 국내 기업들이 가장 많이 진출한 산둥성의 최저임금은 2009년 760위안에서 올해 1,500위안으로 올랐다.

중국 정부는 내수시장 확대와 소득격차 해소를 위해 최저임금을 해마다 큰 폭으로 인상하고 있다. 최저임금이 시간 외 근무수당 등을 포함하지 않고 있는 만큼 기업이 실제 부담하는 임금은 훨씬 높다는 지적이다. 5대 보험 등 사회보장비용을 추가한 실제 고용 비용은 20%에서 최고 60%까지 늘어난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로 공장을 옮길 때 누렸던 혜택도 상당 부분 사라졌다. 과거 중국 정부는 해외기업 유치를 위해 각종 세금감면 정책을 내놓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확연하게 다르다. 중국의 산업구조가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점차 첨단산업으로 발전하면서 환경규제도 강화되는 추세다.

중국의 해외 공장이전 후보지로서의 매력이 급감하면서 이전 선호 국가도 바뀌고 있다. 세계의 공장 중국의 매력도가 떨어지기 시작한 2000년대 중반 이후 중소기업들, 특히 저임금 중심의 노동집약적 성격이 강한 섬유·신발·완구, 액세서리 등을 제조하는 업체들은 동남아 국가로 공장을 대거 이동시키기 시작했다. 관세청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공장 이전 1순위였던 중국은 2012년 이후 베트남에 자리를 넘겨줬다. 중국의 비중이 줄면서 상대적으로 베트남·캄보디아·미얀마·인도네시아 등 '포스트 차이나'로 불리는 동남아시아 국가의 비중이 늘었다. 하지만 현재 이들 지역의 경영환경도 매력도가 떨어지기는 마찬가지. 노동 숙련도는 기대 이하인 반면 임금인상 대열에 줄줄이 합류하면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임금상승 요구가 대규모 시위사태로 이어지기도 한다. 올해 초 캄보디아에서 벌어진 봉제업체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인상 시위와 지난해 방글라데시 의류 노동자들의 대규모 시위가 대표적이다.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입장은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인력난이 심각한 만큼 임금인상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의 제조업 형태가 저임금에 의존한 저부가가치 업종에서 고부가가치 업종으로 체질이 바뀐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거시경제실장은 "과거와 달리 해외 인건비가 싸지 않고 제도적 플러스 요인도 적기 때문에 기업들의 생각이 달라지고 있다"며 "제조업이 고부가가치형으로 진화하면서 저부가가치 제조업에 특화된 후진국으로의 공장이전이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대영 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이미 국내에서 해외로 나갈 수 있는 업종은 모두 나간 상태"라며 "해외 공장 이전은 더 이상 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세계 46개국과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에 따른 관세인하 효과로 국내로 눈을 돌리거나 경제특구인 개성공단 등을 선호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동남아 등의 현지 임금상승과 규제확대 등으로 해외 생산여건은 악화된 반면 글로벌 경제의 61% 지역과 FTA가 발효된 결과로 국내 생산여건은 크게 개선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개성공단에서 1,400명의 직원을 고용해 패션잡화를 제조하는 D회사의 대표는 해외 이전 대신 개성을 선택한 사례다. 그는 해외로 공장을 옮긴 기업들이 노사문제, 각종 규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면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는 "외국에 생산 라인을 만들 경우 운송부터 관리까지 신경 쓸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며 "해외 이전으로 얻는 실익은 과거처럼 크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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