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수사 진두지휘… 최재경 인천지검장 사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수사를 진두지휘했던 최재경(51) 인천지검장이 수사 실패의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했다. 이로써 불과 사흘 만에 순천경찰서장·전남경찰청장 등에 이어 검경 고위직 3명이 부실 수사의 후폭풍으로 물러나게 됐다. 정치권에서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이성한 경찰청장 등에 대한 사퇴 요구도 거세 '공권력의 집단사퇴'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24일 최 지검장은 인천지검 기자실을 찾아 "유 전 회장을 살아 있는 상태에서 체포해 응분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하는 사명을 완수하지 못해 국민들께 송구하고 이에 책임을 지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 지검장은 전날 김진태 검찰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의를 표명하고 이날 오전 대검찰청에 사표를 냈다.

최 지검장은 대검 중수부장, 서울중앙지검 3차장 등 요직을 거치며 현대차 비자금 사건과 외환은행 론스타 불법매각 사건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처리해 '최고의 칼잡이'로 불렸으나 유병언 수사에 막혀 끝내 검찰을 떠나게 됐다.

검경 안팎에서는 지난 5월25일 유 전 회장의 은신처인 순천 별장을 급습하고도 별장 내 비밀공간에 숨어 있던 유 전 회장을 찾아내지 못한 사실이 최근 확인되면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최 지검장이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비밀공간의 존재와 유 전 회장이 갖고 다닌 돈가방을 확보한 사실을 경찰에 알리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져 "검찰의 정보 독점이 수사 실패를 낳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검찰 수뇌부 중 한 명인 최 지검장이 전격 사임했으나 책임론의 후폭풍은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치권에서는 법무부 장관, 경찰청장과 함께 김 검찰총장까지 물러나야 한다고 연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긴급현안 보고에서 "국민들은 지금의 수사당국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다"며 "법무부 장관은 경찰청장과 검찰총장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장관은 이에 "책임을 피할 생각이 전혀 없다"면서도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들을 확인하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에 일단은 그것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열린 국회 안전행정위 전체회의 긴급현안 보고에서는 이 경찰청장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비판이 거세게 일어 검경 수뇌부의 사퇴가 줄을 이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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