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십자각] 새천년은 벤처.중소기업과 함께

「새천년은 중소기업과 함께」라는 슬로건아래「제1회 전국중소기업인대회」가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주재로 청와대 영빈관에서 성대히 열렸기 때문이다. 역대 정권에서도 중소기업을 위한 각종 행사가 많았지만 이날처럼 대통령이 중소·벤처기업 대표들을 직접 청와대로 불러 이들을 격려하고 특히 획기적인 정책적 지원을 약속한 경우는 흔치 않았다.이날 金대통령은 그동안의 중소·벤처기업의 건의사항을 토대로 벤처투자기금 1조원을 조성하고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현금결제비율을 높이는 등 5대주요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국민의 정부가 중소·벤처기업에 대해 얼마나 많은 관심과 열정을 갖고 있는가를 입증한 셈이다. 그런데다 이례적으로 「중소기업은 …시장경제의 창달과 국민경제의 발전에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한다…」는 내용의 「중소기업헌장」도 제정됐다. 많은 중소·벤처기업인들은 정부의 이런 자세에 각오를 새롭게 다지면서 기대를 잔뜩 걸고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모습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이 대회가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적인 행사로 끝나버리는 것은 아닌가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도 감지되고 있다. 한 중소기업인은 『총선이 매년 열리면 중소·벤처기업들은 정말 살맛나는 세상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의미있는 촌평을 했다. 그러면서 정말 정부의 정책실행의지가 과연 어느정도 현실화될 지에 대해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실례로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대기업이 중소기업 납품대금지급시 어음결제비중이 지난 96과 97년 각각 연평균 76.2%와 77.5%에서 지난해는 83.7%로 급증했다. 대기업의 중소기업대상 발행어음의 평균결제기간도 지난 96년과 97년 각각 77일과 81일에서 지난해에는 89.5일로 크게 늘었다. 결제기간도 법정기일(60일이내)을 지킨 경우는 96년과 97년 43.6%, 42.4%에서 지난해는 30.3%로 뚝 떨어졌다. 담보대출비중(4개은행 평균치기준 올 3·4분기현재 45.1%)도 여전히 매우 높고 신용대출제 정착은 아직 요원한 숙제로 남아있다. 최대 애로사항 가운데 하나인 어음과 대출문제는 수많은 문제제기와 정부의 개선약속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소·벤처기업을 옥죄고 있다. 그리고 현실을 따르지 못하는 각종 제도와 당국 실무자들의 유연치못한 자세 등 소프트웨어부문의 수많은 불합리성은 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억누르고 있다.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S사의 K사장은 이렇게 얘기한다. 『정부가 오랜만에 의미있고 설득력있는 정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항상 그랬듯이 아직도 실무부서의 복지부동은 여전하다. 그래서 또다시 용두사미(龍頭巳尾)로 끝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국민의 정부가 과거의 행태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많은 중소·벤처기업들은 갈망하고 있다. 새로운 밀레니엄시대를 중소·벤처기업과 함께 열겠다는 정부의 희망사항은 역시 정부의 의지에 달려있음을 정책당국자는 알아야 한다. 남문현 성장기업부 차장MOONHN@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