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블로그] 이종배 차장의 재미있는 특허이야기(9)-특허 악어와 악어새

21세기는 특허 러쉬(Patent Rush)


수년 전 국내 모 기업 특허소송 전문가는 특허괴물로부터 소송을 당한 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다. 그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 때 충격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특허로 먹고 사는 수 많은 기업들이 이미 활발히 활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특허괴물을 연결해 주는 특허 브로커부터 특허를 평가하는 컨설팅 업체 등 다양한 특허 관련 기업이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당시만 해도 우리 특허 시장 현실은 기업 특허팀과 특허 컨설팅 업체 등이 고작이었다. 이 관계자는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특허로 먹고 사는 유기체들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며 “새로운 특허 신세계가 만들어 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특허를 보는 기업의 인식 변화 못지 않게 생태계 변화의 핵심으로 꼽히는 것이 특허괴물의 등장으로 인해 그에 관련된 수 많은 특허 중개자(혹은 기업. Patent intermediaries)가 양산된 점이다. 실제로 특허 중개자에 관련된 연구 논문을 보면 최근 5~10년 동안 특허 중개자(기업)가 다량 등장했으며 동시에 이들 각각이 서로 다른 사업 모델을 갖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허 중개자(Patent intermediaries)의 유형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표 참고). 우선 특허 보유 및 활용에서 활동하는 유형이다. 여기에는 특허괴물이 대표적이며, 인규베이션 기업(잠재적 특허괴물), 반 특허괴물 동맹 등이 포함돼 있다.

특허 소송 자금을 지원하는 중개자(기업)도 있다. 한마디로 거액의 자금이 들어가는 특허소송에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Burford Capital, Arca Capital 등이다. 이들 기업 외에도 소규모 캐피탈 업체들이 특허괴물에 자금을 대 주면 소송 지원에 나서고 있다.

IP 협상만을 전문으로 진행하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 Sisvel, Via Licensing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지적재산권을 위탁 받아 관리 및 라이엔스 협상을 대행해 주며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다.

IP M&A 전문 컨설팅도 생겨나고 있다. 한마디로 기업 인수합병 시 IP에 특화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다. 이외에도 증권거래소 지수와 같은 IP 지수를 개발해 서비스 하는 기업도 생겨나고 있다.

심지어는 특허 브로커도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소규모 기업과 특허괴물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특허 브로커 외에도 특허괴물에 대응하기 위해 생겨난 방어 펀드, 그리고 IP 펀드, 특허 온라인 경매 등이 대표적인 예다.

특허 중개자(기업)들은 일종의 악어와 악어 새로 분류할 수 있다. 특허괴물이 창조해 놓은 시장에서 이를 키우고 함께 돈을 벌며 특허 시장을 더욱 키우고 있는 것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악어새 시장 역시 미국이 주도하고, 미국이 이끌고 있으며, 미국에 의해 주도 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미국은 특허괴물로 돈 벌고, 그로 인해 생겨난 중개자들로 돈 벌고, 한국 등 세계 기업들은 여기에 돈을 갖다 바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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