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시스티나 성당의 굴뚝을 주시하던 군중 속에서 “연기가 나온다”는 소리가 나왔다. 웅성거림은 잠시 뒤에 비로소 환호성으로 바뀌었다.
하얀 연기인지 검은 연기인지 분간이 안 돼 머뭇거렸던 성 베드로 광장의 신자들은 교황 탄생에 대한 확신이 들고 난 뒤에야 비로소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다. 일부 신자는 두 손을 모은 채 기도하며 눈물을 흘렸다.
현지시간으로 13일 오후 7시를 넘긴 시각 추기경단 비밀회의인 콘클라베가 소집된지 이틀만에 12억 가톨릭 신자를 이끌 새 교황을 탄생시킨 순간이었다.
새 교황 선출 소식을 알리는 하얀 연기가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 나올 당시 성 베드로 광장에는 수천 명 정도만 남아 있었다. 바티칸시티 일원에 온종일 비가 내린 탓도 있었지만, 콘클라베 결과가 나오려면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기 때문.
하지만 굴뚝의 하얀 연기에 이어 성당 종소리가 울려 퍼지고 자동차 경적 소리까지 더해지자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몰려나와 성 베드로 대성당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새 교황이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내기 전에는 10만~15만명이 들어설 수 있는 광장이 인파로 가득 메워졌다.
하지만 발표를 맡은 장-루이 토랑 프랑스 추기경이 베드로 성 베드로 대성당 중앙 발코니에 등장해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76) 추기경을 거명하자 군중은 다시 조용해졌다. 가톨릭 교회 전통에 따라 그가 라틴어로 새 교황의 이름을 말해 대부분이 누가 선출됐는지 알지 못하는 듯 갸우뚱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하지만 조금 뒤 새 교황 프란체스코 1세가 대성당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내 손을 흔들자 환호가 이어졌다.
프란체스코 1세는 축복을 전하는 ‘우르비 엣 오르비(Urbi et Orbi 바티칸시와 전 세계에게)’라는 인사를 통해 “좋은 저녁입니다”라고 말문을 연 뒤 “여러분의 환영에 감사합니다”고 말했다.
신자들은 새 교황의 탄생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지만 예상치 못했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사상 첫 유럽 외부의 교황 선출에 카톨릭교인들은 축복과 지지를 보냈다.
대학생인 독일인 우베 쿠젤(25)씨는 “처음 듣는 이름이어서 의외지만 전 세계 가톨릭 교회를 잘 이끄실 분일 것으로 믿는다”며 “역사적인 현장에 와있다는 것이 놀랍고 기쁘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 출신의 로지스 오둠 신부는 “유럽 외부에서 교황이 나왔다는 것은 하느님께서 뜻하시는 바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부 유럽권 신자들은 비유럽권 교황 탄생에 대해 놀라움과 함께 아쉬움을 나타냈다.
성 베드로 광장 인근 콜럼부스 호텔 지배인인 알렉산드라씨는 “유럽 가톨릭의 부흥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여서 이탈리아 스콜라 추기경이 교황이 되시길 바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