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중산층을 키우자] <2부> 자산관리 틀을 바꿔라 ① 요람서 배우는 투자

어릴 때부터 투자·자산관리 체험… '한국의 버핏' 싹 틔워야
어린이펀드외 마땅한 상품 없어… 그나마 세제혜택 적어 지지부진
유소년층 펀드·서비스 개발하고 생활금융 교육 인프라도 구축을





여섯 살 껌팔이가 어마어마한 거물로…
[금융중산층을 키우자] 자산관리 틀을 바꿔라 ① 요람서 배우는 투자

송주희기자 ssong@sed.co.kr









































어릴 때부터 투자·자산관리 체험… '한국의 버핏' 싹 틔워야
어린이펀드외 마땅한 상품 없어… 그나마 세제혜택 적어 지지부진
유소년층 펀드·서비스 개발하고 생활금융 교육 인프라도 구축을

#. 여섯 살 때 이웃에 껌과 콜라를 팔아 돈벌이를 하며 금전출납부를 기록했고 일곱 살 때는 채권에 관한 책을 선물로 달라고 산타클로스에게 기도했다. 열 살이 되던 해 생일 기념으로 소풍 간 곳은 뉴욕 증권거래소였다. 비교적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의 엄격한 투자교육으로 어린 시절부터 재테크에 나선 소년. 훗날 '투자의 귀재' '오마하의 현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 아이의 이름은 워런 버핏이다. .

최근 금융자산 양극화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부의 건전한 세대 간 이전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아버지에게서 아들로 단순히 재산을 넘겨주는 부의 전달이 금융시장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부의 건전한 이전을 촉진하고 미래의 금융중산층을 키우기 위해 어릴 때부터 자신의 자산을 관리하는 경험과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관련 상품과 인프라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실 어린이들에게 가장 좋은 금융 체험은 실제로 상품에 투자해보는 것이다. 상품에 가입함으로써 수익이 어떻게 발생하고 기간에 따라 수익률은 어느 정도 되는지 등을 자연스럽게 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주식시장에 슈퍼 개미로 손꼽히는 인물 중에 한세희씨가 있다. '백전백패'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일반 개인투자자와는 달리 그는 30대의 나이에 100억원대 돈을 굴리며 시장에 막강한 영향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이렇게 성공적인 투자자로 거듭날 수 있었던 계기를 제공한 것은 어린 시절 할아버지가 사준 포스코(옛 포항제철) 단 몇 주였다. 선물 받은 주식을 통해 그는 자연스레 주식시세를 살피게 됐고 이후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는 본격적으로 주식매매를 시작해 지금은 어엿한 한 코스닥 상장사의 최대주주로 있다.

한씨의 경우처럼 청소년기에 투자를 배우는 데 있어 가장 좋은 것은 실전 상품을 체험하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경제논리를 배우는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우리나라에서 또 한 명의 한씨를 만들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상품이라고 해야 어린이펀드가 고작이고 극히 일부 증권사에서만 부모와 어린이를 대상으로 전문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어린이펀드나 주니어 자산관리 서비스가 일반 상품 또는 서비스와 크게 차이가 없어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힘들다는 데 있다. 미국이나 영국 등에서 자녀들의 학자금 마련 등을 위해 금융상품에 가입할 경우 각종 세제 혜택을 부여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금융상품에 대한 접근성의 제약은 잘못된 투자습관을 가져오고 있다. 최근 개인투자자들이 몰려다니고 있는 테마주가 그 대표적인 예다. 금융상품을 경험하지 못하고 그에 따라 올바른 투자습관을 배우지 못하다 보니 결국 '한탕주의'로 빠지게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소정 KDB대우증권 PB컨설팅부장은 "개인투자자들의 경우 정치 테마주와 같이 한몫 잡으려는 성향이 매우 강한 편"이라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인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에서 어려서부터 금융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갖추기는 사실상 힘들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이 국내 고등학생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금융 이해력을 측정한 결과 각각 59.3점, 60.8점을 기록해 낙제점을 겨우 웃돌았다. 예비 경제인들의 금융 인식이 그만큼 뒤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유소년층부터 생활금융을 체험할 수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어린이나 청소년을 위한 교육비 마련을 목적으로 투자하는 상품에 대해서는 비과세를 적용하거나 증여세를 면제해 이들의 가입을 유도하는 게 시급하다는 것이다.

김종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학자금 등 아동의 미래 소요자금 마련을 위해 정부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며 "세제 혜택이라는 인센티브를 통해 장기저축과 투자를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전문화된 금융교육을 받을 수 있는 인프라 구축도 필요한 과제로 지적된다. 사실 우리나라의 금융교육 인프라는 기껏해야 금융기관 중심으로 진행되는 금융교실과 어린이 캠프, 그리고 학교에서 제대로 가르치지도 않는 교과교재 발간이 전부다. 정규과목도 없고 이를 전담하는 부처도 없다. 투자교육은 아예 개념조차 없는 상태다.

반면 미국의 경우 금융교육 관련 자문위원회가 대통령 산하기구로 존재하고 일부 주에서는 '고교 졸업 요건'에 재무수업 이수를 포함시켜 금융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미국 의회의 경우에는 '경제교육법안'과 '조기금융교육법안' 등 관련 법률을 제정하기도 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어릴 적부터 체계적인 금융교육을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황혁 신영증권 이사는 "경제 마인드가 아닌 단순한 자산을 물려주는 방식의 부의 이전은 '벼락부자' 같은 불공정한 투자문화를 만들 뿐"이라며 "어릴 때부터 종잣돈을 어떻게 만들고 굴려야 하는지, 절약과 저축습관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등을 가르쳐 올바른 경제철학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흥선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 사무국장도 "학교 현장에서는 입시 위주의 교육이 펼쳐지다 보니 생활금융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최현자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상대적으로 입시 부담이 덜하면서 초등학생 대비 인식 형성이 된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용 금융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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