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재정수지와 경상수지 모두 적자를 기록하는 '쌍둥이 적자' 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음을 내기 시작했다. 지난 1월 경상수지가 4개월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가며 월별 적자폭이 1조6,000억엔에 육박할 정도로 급증한 가운데 앞으로 일본이 막대한 물량의 국채를 소화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재무성은 1월 경상수지가 1조5,890억엔(약 16조4,000억원)으로 비교 가능한 통계가 발표된 1985년 이후 사상 최대폭을 기록했다고 10일 발표했다. 이는 지금까지 역대 최대 적자였던 지난해 12월(6,386억엔)의 약 2.5배에 달하는 규모다. '흑자국'으로 알려졌던 일본의 경상수지가 4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도 처음 있는 일로 오는 3월 말에 끝나는 2013회계연도(2013년 4월~2014년 3월)가 적자로 끝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올 1월까지 경상수지 누계는 1,300억엔 흑자에 그친다.
적자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정부 내에서도 경상적자 고착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날 열린 재무성 자문기구인 재정제도등심의회 재정제도분과회는 무역적자 확대로 연간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락해 쌍둥이 적자가 현실화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재정적자를 막대한 국채로 메우고 있는 일본이 경상적자에 빠질 경우 앞으로 일본이 국내에서 국채 물량을 소화하는 데 지장이 생기면서 장기 국채금리 급등→재정부담 악화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된다. 특히 올 회계연도에 가계 저축률이 1980년 이후 첫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 이날 분과위에서도 앞으로 국채 물량을 국내에서 소화하지 못하고 해외 투자가에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언급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경상수지가 악화하는 한편으로 전반적인 경기도 당초 예상보다 부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내각부가 이날 발표한 지난해 10~12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연율 환산)은 앞서 발표된 속보치보다 낮은 0.3%포인트 하향 조정된 0.7%에 그쳤다. 수출이 둔화되고 개인소비와 설비투자가 추정치에 못 미친 탓이다. 설비투자는 연율 환산 기준 3%에 그쳐 지난달 발표된 속보치 5.3%에 비해 크게 둔화됐으며 개인소비도 당초 2%에서 1.6%로 하향 조정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다음달 소비세율 인상을 앞두고 일본의 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부진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아베 신조 정권의 '아베노믹스'가 새로운 문제에 직면했다며 일본 경제가 세율인상을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란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