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간히 심리학에 무관심한 사람도 (지그문트) 프로이트 정도는 기억할 것이다. 조금 더 관심이 있다면 정신분석학, 꿈의 해석, 리비도까지도. 그럼 한 때 제자 비슷했다가 라이벌이 되버린 (칼 구스타프) 융은 어떨까. 집단 무의식과 콤플렉스 정도일 것이다.
이 책의 두 주인공은 그 다음이다. '프로이트로의 귀환'을 외치며 정신분석학에 소쉬르의 구조주의 언어학을 함께 가져가 새로운 프로이트 해석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은 (자크) 라캉, 하지만 난해한 라캉을 문화비평적으로 독해해 다시금 거장의 반열에 오른 (슬라보예) 지젝. 바로 이 라캉과 지젝을 '한국라깡과현대정신분석학회' 소속의 연구자들이 2012년 정기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내용을 중심으로 엮었다.
학회 이름에서 느끼듯 책의 전반적인 중심추는 라캉 쪽으로 다소 기울어 있고, 나아가 이들의 차이점을 드러내는 것에 치중하고 있다. 머릿말에도 밝혔듯 일반 독자까지 지젝으로 정신분석이론에 입문하고 프로이트와 라캉 사상을 이해하려는 상황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이를테면 김석 건국대 교수는 지젝이 라캉을 계승하면서도 자유와 해방의 정치적 기능성을 자의적으로 강조해, 본래의 정신분석적 의미를 왜곡시킨다고 비판한다. 또 김정한 고려대 교수는 라캉 정신분석학과 지젝 정치철학 사이 연결점과 차이점을 명확하게 구분해준다.
이미 하나의 '문화적 현상'인 지젝과 그 사상적 원류인 라캉을 중심으로 풀어나간 이 책은 솔직히 초심자가 읽기에 만만치 않다. 양쪽 모두 처음이라면 더 친절한 입문서를 거친 후 읽어보시길.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