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의 큰손 연기금이 연일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지난 한 달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삼성전자ㆍ기아차ㆍ현대차 등 저평가된 대형주 위주로, 코스닥 시장에서는 정보기술(IT) 업종 위주로 투자를 했다. 연기금은 코스피지수가 오를 것으로 보고 있으며 업종별로 주가가 떨어진 대형주에 초점을 맞추는 정석 투자를 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6월 이후 증시가 전기전자와 자동차 등 전차 군단을 중심으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는 여의도 증권가의 시각과 맞아떨어진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지난 5월 한 달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9,628억원을 순매수했다. 연기금이 5월 한 달 동안 순매도한 날은 6일과 21일 단 이틀에 불과하며 특히 5월22일 이후로는 9거래일 연속 순매수 행진을 벌이고 있다. 반면 이 기간 연기금은 코스닥시장에서 1,03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 기간 연기금이 유가증권시장에서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다. 연기금은 지난 한 달 동안 삼성전자를 1,85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다음으로는 기아차(1,516억원), 현대차(1,102억원), KT(767억원) 순이었으며 하나금융지주ㆍ우리금융ㆍ현대미포조선ㆍSKㆍ동아에스티ㆍ삼성SDI 등도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연기금이 가장 많이 내다 판 종목 중에는 영풍(453억원 순매도)ㆍ무림페이퍼(-432억원)ㆍ삼천리(-362억원)ㆍSTX팬오션(-349억원)ㆍ넥센타이어(-316억원)ㆍ삼성생명(-290억원) 등이 포함됐다.
류용석 현대증권 투자컨설팅센터 시장분석팀 팀장은 "최근 코스피지수가 올랐지만 여전히 큰 변동은 없었다"면서 "지수가 많이 올랐으면 연기금도 매수 금액을 줄였을 텐데 그렇지는 않았기 때문에 연기금의 매수가 계속된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도 연기금은 월 단위로 비슷한 규모를 사들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 팀장은 "특히 연기금 입장에서는 지수 수준도 중요하지만 업종별 밸류에이션이 투자 판단의 중요한 기준"이라며 "연기금이 철저하게 밸류에이션으로 판단해 저평가된 대형주에 투자하는 정석 투자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업종별로 보면 삼성전자의 경우 5월에 큰 폭의 오름세가 없었기 때문에 여전히 밸류에이션이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추가 상승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연기금이 매수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 현대차ㆍ기아차 등과 같은 자동차 주에 대해서도 최근 엔저에 따른 변동성이 줄어들었고 도요타ㆍ혼다 등과 같은 일본 경쟁 업체에 비해 수익 대비 주가가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연기금의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류 팀장은 연기금 매수 상위 종목에 포함된 은행주에 대해서는 "최근 은행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6까지 내려갔는데 자기자본이익률(ROE) 수준을 고려하더라도 0.8 정도는 돼야 한다"면서 "특히 정부의 추가경정예산과 금리 인하, 부동산 시장 거래 활성화 등을 감안하면 장기적인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올해 초 상승폭이 컸던 가스ㆍ에너지 등 유틸리티 업종에 대해서는 신중한 투자를 요구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유틸리티 업종의 경우 연초 해외 쪽에서 이들 업종에 대한 전망이 밝아 많이 오른 측면이 있다"면서 "연기금이 유틸리티 업종을 팔고 있는 것도 이들 업종이 고평가돼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연기금의 유가시장 투자 전략에 대해 "현재와 같은 상황은 여전히 대내외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연기금이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지수 방어적이면서도 저평가된 대형주에 투자하는 정석 투자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연기금은 저평가된 대형주 위주로 사들이고 있는 유가증권시장과 달리 코스닥시장에서는 철저하게 트렌드에 맞춰 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지난달 연기금의 코스닥 순매수 상위 종목을 살펴보면 IT 산업 수혜주인 KH바텍(187억원)ㆍ휴온스(96억원)ㆍ루멘스(78억원)ㆍ심텍(76억원)ㆍSK브로드밴드(73억원)ㆍ유진테크(55억원) 등이 대거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