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공, 퇴직자에 선심 쓸 돈 있으면 14조 빚부터 갚아라

정부가 공공기관 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고질적인 방만경영은 개선될 기미가 없다. 감사원이 3일 공개한 한국수자원공사·도로공사의 경영관리실태 보고서는 공기업 부실경영의 심각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수공은 퇴직직원 모임에 매년 3,000만원씩을 특별회비 명목으로 지원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근거 없이 퇴직자 모임을 돕기 위해 3억2,000만원의 혈세를 낭비한 것이다.

부채가 급격히 늘기 시작한 2009년 이후에도 1억원 가까이 이 모임에 지원했다. 수공은 지난해 기준으로 빚이 14조원에 달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빚 갚기는커녕 최근 5년간 공사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19개 기관에 협력비 명목으로 2억8,000만원을 퍼주기도 했다. 2012년부터 236억원을 들여 추진 중인 충남 부여, 전남 나주 일대 친수구역 조성사업은 사업타당성 조사가 잘못된 것으로 밝혀지기까지 했다. 관광객 수를 중복 계산해 수요를 부풀리고 기준보다 분양·대금수납 기간을 짧게 적용해 사업성을 과대평가했다는 것이다. 재검토 결과 이들 사업은 실제로 사업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손실발생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가 우려된다고 하니 부채감축에 대한 의지가 있기나 한지 의아할 따름이다.

주먹구구식 경영은 도공도 마찬가지다. 경쟁입찰 대신 수의계약을 통해 49개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업체로 2개사를 선정한 뒤 이들에게 사실상 특혜를 제공해왔다. 이로 인한 도공의 이자손실액만도 2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렇게 무책임한 경영이 반복되는 지경인데 '제2창업 수준의 혁신' 다짐을 누가 믿겠는가. 등 떠밀려 만든 경영개선계획으로 생색을 내면서 수도요금이나 도로통행료 인상 타령만 해서는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 그건 사업 구조조정, 원가절감을 비롯한 피나는 자구노력을 실시한 후에나 할 수 있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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