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고객님" 약간 하이톤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 흘러나온다. 전화를 받자마자 대뜸 '고객님'이라는 일반명사부터 튀어나오는 경우는 대부분 전화권유업체, 흔히 '텔레마케터'라 불리는 이들로부터 온 것이다.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속사포처럼 제품이나 서비스를 설명하고 '한번 이용해보는 게 어떠세요'는 말까지 듣고 나면 황당하기까지 하다. 이젠 '안녕하세요'라는 인사조차 짜증스럽다.
△우리나라에 전화를 통한 영업행위가 등장한 것은 1980년대 말. 당시에는 직접 찾아가지 않고서도 상품을 팔 수 있다는 장점에 선진 마케팅기법으로 평가됐다. 영업사원의 교통비를 절감하고 빠른 시간에 홍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판매효율성을 높였다는 호평까지 나왔다. 물론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겪게 될 피해는 고려되지 않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기업활동이 무엇보다 앞서는 최우선 과제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전화권유영업이 주는 가장 큰 피해는 스트레스다. 휴대폰, 보험, 콘도에 가입하라고 하루에도 서너번씩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전화 공해도 문제지만, 마음에 들어도 자신이 정말 괜찮은 것을 산 것인지, 사기 당하는 건 아닌지 알 수 없는 것도 고민거리다. 지난해까지 전화권유로 인한 소비자 피해접수건수가 1년 전보다 100건 이상 늘어난 546건이나 되고 올해도 어제까지 332건에 달한다는 소식을 듣다 보면 불안감만 커질 뿐이다. 가끔 이름이라도 들먹이면 개인정보가 유출된 건 아닌지,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았는지 또 걱정이다.
△앞으로는 이런 불안을 좀 덜 수 있으려나. 공정거래위원회가 전화권유 판매에 대해 수신을 거부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설치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자신의 전화번호를 입력하고 거부 의사를 표시하면 된다니 전화 소음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으리라 기대도 해본다. 그런데 시스템을 좀 더 발전시키진 못할까. 그래서 국민을 위한답시고 매일 싸움만 하고 정치인과 수천억원의 비자금을 숨기고 29만원밖에 없다고 잡아떼는 사람들을 자동으로 거부할 수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