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엔진 꺼져가는데 선장·기관사 대립만

최병일 한국경제연구원장


"한국 경제의 과거 성장엔진은 꺼져가는데 새로운 선장과 기관사는 의견이 달라 서로 충돌하고 삼각파도와 암초는 곳곳에 산적해 있다."

최병일(사진)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29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경제가 처한 상황을 이같이 설명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북핵 문제, 엔저 등으로 한국 경제에 빨간 불이 켜졌지만 정부와 정치권의 의견 충돌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대책 마련이 지연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 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통해 "한국 경제가 예상보다 빨리 저성장 구도로 가고 있어 우려된다"면서 "예전에는 정부가 나서서 정책을 추진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국회의 역할이 커져 국회에서 논의해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 원장은 특히 최근 정치권에서 논의하는 경제민주화 법안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시장경제는 자동차로 따지면 엔진과 브레이크가 모두 필요한데 우리나라는 경제민주화 논의 과정에서 시도 때도 없이 브레이크만 밟으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과잉 규제는 규제의 효과도 발휘하지 못하고 정작 보호받아야 할 사람도 보호하지 못한다"면서 "국민경제의 건강성과 확대 선순환 경제를 위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최 원장은 경제민주화의 대표적인 부작용 사례로 유통산업발전법을 꼽았다.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대형마트 등의 영업을 제한하는 규제를 도입했지만 정작 소비자를 골목상권으로 끌어들이지 못하고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납품업체 및 농어민의 피해만 키웠다는 것이다. 최 원장은 "어떤 법안이 당초 의도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지원 대상에 직접적인 혜택을 주는 것"이라며 "경제민주화 주장처럼 어느 한쪽을 막아 다른 쪽을 지원하겠다는 방법은 실질적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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