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선택' 이후] 피말렸던 경기·부산·강원·충북… 무효표가 승패 갈랐다

● 경기·부산
당락 가른 표 2~3배 넘어
중도 사퇴 통진당 후보표 대거 포함됐을 가능성 커
● 강원 충북
잘못 기표한 후 교환 안되자 무효표·死票 처리 했을수도


'무효표'가 초박빙의 판세로 치러진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의 승패를 가른 것으로 드러났다.

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무효표가 1·2위 후보자의 득표 차이를 넘어서는 선거구는 모두 4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광역단체장 선거 지역은 경기와 부산·강원·충북 등이다.

경기도지사 선거의 경우 남경필 새누리당 후보가 252만4,981표를 얻은 가운데 김진표 새정치연합 후보는 248만1,824표를 얻어 4만3,157표 차이로 남 후보가 당선됐다. 그러나 무효표는 당락을 가른 4만여표의 3배를 넘는 14만9,886표에 달했다.

부산시장 선거 역시 1·2위 간 득표 차이는 2만701표인 가운데 무효표는 득표 차이의 2배가 넘는 5만4,016표를 기록했다. 강원도지사 선거는 1만2,137표가 승패를 가른 상황에서 무효표가 이를 뛰어넘는 1만5,046표에 달했으며 충북지사 선거도 무효표 수가 1만5,192표로 당락을 가른 1만4,963표보다 많았다.

경기지사와 부산시장 선거에서 무효표가 당락을 결정한 것은 통합진보당 후보자의 중도 사퇴에 따른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실제 경기지사 선거에서는 백현종 통합진보당 후보가 지난 6월1일 사퇴를 결정했고 부산시장 선거에서도 고창권 통합진보당 후보가 중도 포기하면서 이들 후보자의 이름이 인쇄된 투표 용지가 배부됐다. 통상 투표 용지 인쇄는 투표일 2주 전 시작해 중도 사퇴자의 이름을 반영하지 못해 사퇴를 인지하지 못한 유권자들은 이들에게 기표할 수 있다. 결국 중도 사퇴를 인지하지 못한 유권자와 이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후보 사퇴와 무관하게 사퇴 후보를 선택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역별로는 통합진보당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성남 중원구에서 전체 4,000표에 육박하는 무효표가 나온 것도 이를 증명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경기 지역 기초 단체장 선거 결과에서 통진당 후보들의 득표율은 미미해 각각의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해 새정치연합이 압승을 거뒀다"며 "그러나 통상적으로 2% 안팎의 득표율로 당락이 결정되는 경기지사 선거에는 통진당 고정표가 사표 처리되면서 전체 선거 결과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기지역 기초단체장 선거 결과 새정치연합은 17곳, 새누리당 13곳, 무소속 1곳에서 승리를 거둬 새정치연합의 우세 승으로 끝났다. 또 경기도의회 의석수도 전체 116석 중 △새정치연합은 72석 △새누리당 44석을 각각 차지해 야당이 압승을 거뒀다. 기초단체장과 도 의회 선거에서도 압승을 거뒀지만 유독 도지사 선거에서 패한 것은 통진당 후보의 사퇴와 이에 따른 무효표 증가라는 분석이다.

새정치연합의 또 다른 관계자는 "여당이 선거 초기 색깔론을 제기하면서 중앙당이 통진당과 단일화 추진을 금한 것도 새누리당의 전략에 휘말린 것으로도 볼 수 있다"며 "지난 2010년 선거와 흡사한 상황에서 경기지사 자리를 내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2010년 선거에서도 이 같은 일은 일어났다. 당시 심상정 후보가 경기 지사 선거에서 중도 사퇴하면서 무효표가 속출한 것이다. 결국 무효표가 18만표에 달해 김문수 후보와 유시민 후보 간의 승패를 가른 4만5,000여표를 뛰어넘었다. 이에 따라 김진표 후보 측에서는 초박빙의 승부가 예상된 경기지사 선거에서 통진당 후보가 새누리당 후보를 당선시키는 데 일조했다는 볼멘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2010년 선거에서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 측 캠프에서 나왔던 탄식의 데자뷰인 셈이다.

다만 강원지사와 충북지사 등 중도 사퇴한 후보가 없었던 선거구에서는 유권자가 스스로 사표를 만들기 위해 무효표로 만드는 것과 기표 방법 인지 미숙에 따른 사표 처리가 배경으로 꼽힌다. 투표 과정에서 본인이 원하지 않은 후보자를 기표한 후 이를 사표 처리하면서 무효표가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투표 용지 교환이나 재교부를 허용하지 않는 현행 선거법의 문제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다.

선관위의 한 관계자는 "투표 용지 교환이 허용되지 않는 만큼 오기한 후 스스로 사표를 만드는 경우도 있다"며 "법 개정이 이뤄져야 오기에 따른 사표 처리를 방지할 수 있지만 투표 용지 관리상의 문제로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일각에서 제기되는 불공정 개표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개표 과정에서 각 정당별 참관인들이 모두 무효표 등을 확인하는 점을 감안할 때 불공정 가능성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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