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청산을 위한 국내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줄을 잇고 있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 달 중 회사채 발행에 나서는 곳은 6곳으로 총 7,9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목적은 대부분 빚 갚기로 앞서 발행한 회사채나 기업어음(CP) 등을 상환하고자 대규모 자금 확보에 나선다.
STX팬오션의 경우 회사채 발행으로 확보한 자금 1,000억 원 가운데 70% 가량을 회사채 상환에 활용한다. 한국개발금융은 400억 원 전체를, 대우건설도 조달 금액 2,500억 원 모두를 회사채 상환에 쓸 계획이다. 두산건설과 우리금융지주, SK증권 등도 이번 회사채 발행으로 확보한 자금을 회사채나 CP 상환에 사용한다.
이처럼 기업들이 빚 청산을 목표로 자금조달에 나서고 있는 것은 만기가 도래한 대규모 회사채 물량이 올해 쏟아지는 등 현금 확보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 만큼 올해 급히 갚아야 하는 빚이 많은 만큼 현금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는 얘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에만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물량은 39조원 가량에 육박하고 있다. 1, 4분기 9조1,073억 원을 시작으로 2분기 10조2,957억 원, 3분기 9조4,286억 원, 4분기 10조3,269억 원의 만기 도래 회사채 물량이 대기 중이다.
문제는 회사채시장이 침체 국면을 지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계획한 자금을 100% 확보할 수 있을지 여부다. 회사채 발행에 앞서 시행한 기관 수요조사에서 일부 기업이 기대 이하의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어 자금을 성공적으로 조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STX팬오션이 회사채 발행에 하기 전 실시한 기관 수요예측 결과는 0.3대 1. 두산건설이 실시한 수요예측에는 기관 투자자의 참여가 없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매 분기 10조원 가량의 회사채 만기 물량이 도래한 데 따라 기업들이 이를 상환하기 위한 움직임도 한층 분주해지고 있다”며 “하지만 현재 회사채시장이 극도의 침체기에 빠지면서 신용등급 A 이상의 우량 기업도 자금 확보를 100%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연구원은 “그나마 최근 발행에 나서는 기업들은 대부분 신용등급이 좋은 곳”이라며 “앞으로 시간이 흐르면서 신용등급이나 재무상황에 이상 징후가 보이는 기업들은 회사채를 발행하려고 해도 자금이 모이지 않는 힘든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