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고리 원자력발전소 정전사고 은폐사건에 대해 22일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을 청와대로 불러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이날 "보고를 은폐한 것은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라며 "인력은 더 뽑고 설비도 확충하라"고 말했다고 이관섭 지경부 에너지자원실장이 전했다.
이 실장은 "원전 사고뿐만 아니라 보령 화력발전소 화재 등에서도 보고체계에 문제가 있었던 만큼 제대로 점검해서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홍 장관이 이 대통령에게 효율성 중심의 관리 시스템을 안전성 위주로 조직문화를 바꾸겠다는 뜻을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지경부는 또 별도의 홈페이지를 만들어 원전 운영상황 등 관련 정보를 최대한 자세하게 제공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경직된 한국수력원자력 조직문화를 바꾸고 협력사 재취업 문제를 개선하기로 했다. 원전 예방정비 항목과 기간도 늘리고 인원과 설비투자도 늘리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책임자 문책도 강하게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책임자를 철저히 가려 조치할 것이 있으면 조치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김종신 한수원 사장에 대한 경질 여부가 조만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조사결과에 따르면 직원들의 사고은폐에 이어 한수원 사장도 늑장보고를 하는 등 조직전체에 걸쳐 보고체계 및 내부관리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
지경부 고위관계자는 "23일부터 24일까지 열리는 원자력인더스트리서밋이 끝나면 한수원 사장의 거취 문제를 논의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김 사장도 지난 14일 기자 브리핑에서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