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가 은행 영업시간 조정을 단체협상 안건으로 들고 나왔다. 현재 오전9시에서 오후4시까지인 영업시간을 30분씩 뒤로 늦추자는 요구다. 무슨 이유가 있겠지만 지금의 영업시간으로 바뀐 것이 불과 3년 전이어서 국민들로서는 어리둥절하고 현기증이 날 일이다.
금융노조는 지난 2009년 영업시간 조정으로 30분 일찍 은행 문을 닫았지만 결과적으로 근로시간만 늘어났다고 주장한다. 잔무처리를 위해 초과근무를 밥 먹듯이 하기 때문에 실제 퇴근시간은 과거와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다. 삶의 질, 근로조건 개선을 추구할 보편적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다는 점, 그리고 금융노조가 터무니없이 현실을 왜곡하지 않을 것으로 믿으면서 우리는 그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적어도 은행같이 공적 성격이 강한 조직의 노조라면 공공의 이해를 고려해야 한다. 어느 분야보다도 국민이나 기업활동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은행의 영업시간은 소속원의 편익에 따라 고무줄처럼 당기고 늦추고 할 대상이 아니다. 광범위한 분야에서 경제활동 리듬의 변화를 일으키고 불필요한 초기 혼란과 비용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당장 현금인출기(ATM) 사용 등 각종 금융거래에 대한 수수료 체계와 전산 시스템도 개편해야 한다.
금융노조는 3년 전으로 돌아가는 것이어서 국민들이 금세 적응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수긍할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다. 국민편익과 고객의 가치는 뒷전인 채 노조의 권익만 챙기려 한다는 비판을 받기 십상이다. 영업시간 조정을 지렛대 삼아 임단협을 주도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심까지 받는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공적 기관인 은행의 영업시간 조정 같은 것은 노사합의 차원으로 끝낼 사안이 아니라고 본다. 영업시간 변경이 단체협상 대상인지도 의문이다. 은행원의 근로시간과 은행 영업시간은 별개의 문제다. 미국에서는 토요일 영업이 일상화돼 있고 오후5시까지 문을 여는 은행도 적지 않다. 반면 우리 은행들은 평일 점심시간에 창구고객들을 오래 기다리게 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영업시간 조정이 근로조건 문제에서 비롯됐다면 자체 인력충원으로 풀어나가야지 국민생활을 담보로 할 일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