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강화 앞두고 소액공모 러시


금융당국이 소액공모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자 국내 상장사들이 서둘러 소액공모에 나서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들어 소액공모 건수는 6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3건)보다 22%가 늘었다.

소액공모는 10억원 미만으로 유상증자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ㆍ전환사채(CB)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말한다. 소액공모는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돼 주로 자금 난을 겪는 한계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창구로 활용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외국기업인 네프로아이티가 소액공모 유상증자 과정에서 청약증거금을 무단 인출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투자자 피해가 늘자 금융위원회가 9월 소액공모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현재 유상증자와 BWㆍCB 발행 등 최대 연간 30억원까지 가능했던 소액공모 금액을 증권 종류에 상관 없이 연간 10억원으로 제한했다. 또 공모자금을 기존에는 기업들의 보통 예금통장에서 관리해 임의적으로 인출이 가능했던 것을 차단하기 위해 증권사나 은행 등 금융기관이 계좌를 관리하도록 제도를 마련했다.

금융위는 이 같은 내용의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해 지난 2월 입법 예고한 바 있지만, 현재 개정안은 규제개혁위원회에 제출돼 있는 상태다. 앞으로 법제처ㆍ차관회의ㆍ국무회의 등을 거쳐 시행될 예정이다.

상황이 이렇자 상장사들이 규제가 강화되기 전에 소액공모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액공모는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쉽게 자금조달 할 수 있어 한계기업들이 긴급하게 자금을 수혈하는 통로가 돼 왔다”며 “규제 강화로 자금 조달 폭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는 상장사들이 미리 자금 조달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개정안 시행이 늦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한 코스닥상장사의 기업설명(IR) 담당자는 “소액공모의 경우 청약증거금이 기업이 관리하는 통장으로 입금되기 때문에 임의로 출금이 가능한 상태”라며 “일반 공모를 할 때 별단 계정을 관리하듯 기업들이 임의로 출금할 수 없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지만 시행령 개정이 늦어지면서 그 사이 네프로아이티와 같은 또 다른 피해가 생기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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