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투자증권이 국고채전문딜러(PD) 지위를 상실한다. 10대 대형 증권사가 PD에서 강등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PD는 정부가 발행하는 국고채를 인수할 권한을 갖는 대신 유통시장에서 채권 거래가 원활히 이뤄지게끔 시장조성 의무를 수행하는 국고채 딜러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19일 “한화투자증권이 분기별로 실시되는 PD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아 예비국고채전문딜러(PPD)로 강등된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이 같은 강등 계획을 한화투자증권에 이미 통보했으며 이달 중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채권 업계는 한화투자증권이 PD 자리를 사실상 자진반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PD 지위를 유지하는 것보다 포기하는 게 비용절감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한화투자증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수익이 악화돼 조직개편을 단행했고 이 과정에서 PD 담당 관련 인력도 축소했다”며 “비용 측면에서 놓고 봤을 때 PD 업무를 계속 하기 어렵겠다는 회사의 결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고채 PD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동성 공급을 통한 시장조성 의무에 나서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수익보다는 비용이 더 많이 발생하는 측면이 있다”며 “최근 채권시장 불안까지 가중되는 상황이라 PD 지위를 유지하는 게 메리트가 적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증권 업계 불황이 지속되면서 채권영업 부문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고착되고 있다. 대형 증권사들은 지속적으로 PD업무에 참여하고 있지만 중소형 증권사들은 수익성이 적다고 판단하고 명맥만 유지하거나 PD업무를 줄이고 있다. 현재 PD에 참여하는 12개 증권사 중 중소형 증권사는 동부증권·SK증권·교보증권 정도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증권 업계에서 PD업무가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그나마 여력이 있는 대형 증권사들만 PD업무를 지속적으로 영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 같은 자진반납이 국채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한화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구조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PD는 21개사(은행 9개, 증권 12개)이며 한화투자증권의 강등에 따라 20곳으로 줄어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