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스포츠기업 "스포테인먼트로 긴 불황 뛰어넘자"

나이키·아디다스·뉴발란스 등 이색 마라톤 대회로 소비자 만나
브랜드 인지도·충성도 높아져
20~30대 잠재 고객 적극 공략

지난해 10월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열린 '뉴발란스 컬러런'에서 1만 여명의 참가자들이 환호하며 행사를 즐기고 있다. /사진제공=뉴발란스

#지난해 10월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 러닝화, 흰 티셔츠를 갖춰 입은 청년들이 삼삼오오 출발선에 모였다. 옥수수 분말로 제작된 형형색색의 컬러 파우더가 폭죽처럼 터지면서 참가자들의 흰색 티셔츠를 물들였다. '뉴발란스 컬러런'인 이 행사는 여느 마라톤대회와는 성격이 다르다. 5km 단거리를 별도의 기록 측정없이 자유롭게 즐기며 내달린다. 결승점을 통과했다고 레이스가 끝난 건 아니다. 음악·춤 등이 한데 어우러지며 이 때부터 본 행사가 시작된다. 단순한 스포츠 행사가 아닌 공통의 브랜드를 통해 여러 사람들이 함께 즐기는 축제의 장인 것이다.

나이키, 아디다스, 뉴발란스 등 정통 스포츠기업들이 브랜드와 연계한 이색 마라톤 대회를 통해 소비자와 소통하고 있다. 장기 불황에 소비 심리가 위축됐지만, 마라톤과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결합한 '스포테인먼트'를 발판 삼아 가치와 스타일을 추구하는 20~30대 젊은 잠재 소비층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내달 23일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열리는 '뉴발란스 컬러런 2014' 참가 접수가 3시간만에 조기 마감됐다. 당초 이달 21일 오전 10시부터 27일 오후 6시까지 사전 신청이 예정됐지만, 옥션과 G마켓을 통해 접수가 시작되자마자 첫날 오후 1시 1만2,000표가 모두 동났다.

2012년 1월 미국에서 시작한 컬러런은 뜨거운 호응 속에 매년 3배 이상 규모를 키웠고, 지난해 30개국 170개 도시에서 행사가 진행됐다. 국내는 지난해 처음 상륙했다. 참가자 대다수는 20대다.

이 같은 스포테인먼트가 매출 증대로 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젊은 세대 문화에 깊이 침투해 브랜드를 자연스레 노출하고,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2008년 나이키가 주최한 '휴먼레이스'이후 스포테인먼트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국내에서 펼쳐지는 10km 단일 레이스로 최대 3만 명이 참가하는 이 대회는 2010년 20대 젊음의 에너지와 도시 에너지를 결합한다는 의미로 '위런서울'로 명칭을 바꿨다. 지난해 온라인을 통한 1만7,000명 참가분 등록이 19분 만에 종료되는 등 도심 레이스는 젊은 잠재 소비자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나이키 관계자는 " 위런 서울 덕분에 러닝화 매출 등 관련 비즈니스가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디다스와 푸마 역시 각각 '마이 런 부산' '나이트 런' 등의 스포테인먼트 이벤트를 강화하고 있다. 아식스는 오는 9월 처음으로 '쿨 런' 행사를 열며 스포테인먼트 마케팅에 뒤늦게 뛰어들었다. 아식스 쿨 런은 서울 남산공원에서 출발, 총 7㎞의 코스로 진행되며 참가자들은 6가지 미션별로 각각 그룹을 나눠 달리게 된다. 레이스가 끝난 후에는 반얀트리 서울에서 제공하는 '딘치'(Dinch, Dinner+Lunch)와 완주 기념 콘서트를 즐길 수 있다. 이 대회 참가 모집 역시 지난 22일 접수 시작 5분 만에 조기 마감됐다. 아식스 관계자는 "이색 러닝 대회와 같은 스포테인먼트는 단체 물품 후원 등의 단순한 스포츠마케팅보다 예산이 더 들지만, 중장기적으로 브랜드와 함께 커가는 신규 고객을 창출하는 중요한 텃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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