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칼럼] 日 M&A, 100년만의 기회 찾아온다

지난 한 달 동안 뉴욕의 많은 경제 및 투자전문가들로부터 일본 도호쿠(東北) 대지진이 일본 경제와 한국 경제 더 나아가서 세계 경제에 대해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미국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 지진이 단기적으로는 부정적 영향을 미치겠지만 일본 경제의 회복이 빠를 것으로 보고 있다. 2차 세계대전 패망 후 경제대국을 일군 일본에 대한 신뢰가 여전하고 많은 미국 투자자들이 일본에 투자한 포지션이 큰 만큼 상황을 낙관적으로 표현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워린 버핏이나 미국 내 몇몇 사모펀드 그룹들은 오히려 지금이 일본투자의 기회로 보고 있다고 언론에 소개됐다. 하지만 희망적인 전망이 너무 지나치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대지진으로 인한 생산시설이나 사회 인프라의 붕괴, 부품 공급체제 훼손, 원전파손으로 인한 일본국민들이 심리적 충격이 커서 일본 경제회복이 생각만큼 쉽지 않아 보인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일본 경제를 전망하는 데 있어 중요한 고려요소는 이 같은 대지진이 더 이상 없을 것이냐는 점이다. 지질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지판 움직임에 의한 크고 작은 지진들이 시간을 두고 지루하게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한국 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아직 국내 증시에 부정적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일본의 부품 공급사슬(Supply Chain)이 훼손됨에 따라 부품소재 등 중간재의 일본 의존도가 높고 일본과 수직적 분업관계가 강한 한국 경제도 향후 2~3개월간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시기가 지나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고려할 때 한국 경제성장 추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이번 지진은 일본으로서는 큰 불행이지만 우리나라로서는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100년 만에 오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많은 일본기업들 특히 중소 하이테크 부품제조 업체들은 지질학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생산거점을 해외로 옮겨 위험을 분산하려는 움직임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일본기업들을 한국에 유치하면 기술획득뿐 아니라 대일 의존도가 높은 우리 수출경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의 대기업들도 보다 적극적인 일본기업과의 M&A로 그동안 노력해도 확보하지 못한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중국의 추월을 조금 더 벌려놓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또 일본 내 외국기업들이 생산거점이나 아시아 본부를 일본을 떠나 인근 아시아 국가로 옮기려는 움직임들이 있을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지금 한국이 아시아의 허브로 자리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아 보다 더 적극적인 계획을 수립해 외국기업들을 유치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싱가포르ㆍ상하이ㆍ홍콩 등 다른 도시로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일본의 고급두뇌와 우수한 인적자원을 한국에서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정부는 각종제도와 법규를 정비해야 한다. 그리고 일본의 어두운 미래를 틈타 불량 인적 자원 및 자금들도 들어올 수 있으므로 이들이 발을 못 부치도록 종합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독도 문제도 꼭 짚고 넘어가야 하겠지만 일순간 끓어오르다 식어버리는 식의 반일감정 표출은 한국의 미래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웃을 돕는 마음으로 인정을 베풀며 일본인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믿을 수 있는 친구로서 행동한다면 일본인과 일본기업들이 제 발로 한국을 찾아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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