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수그러들었던 동원수산의 경영권 분쟁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9월 왕윤국 동원수산 명예회장이 사망한 후 불거졌던 왕기철 동원수산 대표와 왕기미 식품사업 부문 전략기획총괄 상무 간의 경영권 분쟁 이슈가 이달 들어 사그라지는 듯했지만 최근 신주인수권(BW) 주식 전환을 계기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동원수산의 19만여주 신주인수권부사채(BW) 물량이 주식으로 전환돼 오는 21일 추가상장된다.
이번에 상장되는 주식은 동원수산이 2011년 12월28일 120억원 규모의 BW를 발행한 가운데 투자기관에서 받아간 신주인수권이 주식으로 전환된 것이다. BW에 참가했던 곳은 신안상호저축은행(80억원), 무림캐피탈(20억원), 신한캐피탈(20억원) 등이다.
120억원 규모의 BW가 발행될 당시 80%의 신주인수권은 왕기철 대표 측에게 양도하기로 돼 있었다. 이에 따라 80%의 신주인수권은 이미 왕 대표 측에게 양도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나머지 20% 물량이 이번에 주식으로 전환됐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에 주식으로 전환된 신주인수권 물량은 2011년 당시 BW 발행에 참여했던 캐피탈 측의 물량"이라며 "전환 가능 물량 대부분을 주식으로 전환시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는 120억원 BW 가운데 일부 신주인수권 물량이 최근 주식으로 전환된 것을 놓고 경영권 분쟁이 다시 촉발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왕 대표 측은 조만간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지분을 늘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 왕 대표 지분율이 0.5%에 불과해 이 지분으로는 회사를 지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회사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르면 이달 안으로 왕 대표 측이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지분을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월1일 기준 주식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왕 대표가 행사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은 행사가격 1만508원에 총 47만1,994주다. 특수관계인인 왕수지씨의 신주인수권까지 더하면 총 94만3,988주가 된다. 여기에 기존 왕 대표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 1만5,200주(0.5%)까지 합할 경우 왕 대표 측의 지분율은 22.7%까지 올라가게 된다.
만약 왕 대표 측에서 신주인수권을 전량 주식상환하면 지분이 6%가 채 안 되는 왕 상무 측은 왕 명예회장의 지분을 상속받게 되더라도 왕 대표 측의 지분을 넘지 못하게 된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왕 상무 측의 추가대응 여부에 따라 경영권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왕 명예회장은 특별한 유언장 없이 사망해 현재 민법상 배분의 원칙에 따라 상속절차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동원수산은 과거 왕 명예회장의 두 번째 부인인 박경임씨, 그리고 그의 친딸인 왕 상무 측과 전처의 소생인 왕 대표 간의 경영권 분쟁이 벌어진 바 있다. 2011년 박씨가 대표 교체를 요구하며 장내매수를 통한 지분확보로 경영권 분쟁이 촉발됐다. 박씨는 왕 명예회장의 첫째 아들인 왕 대표를 이사직에서 물러나게 하고 자신의 딸인 왕 상무를 신규 이사 후보로 선임하겠다는 주주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당시에는 왕 명예회장의 지시로 왕 상무를 신규 사내이사로 임명하고 기존의 왕 대표 체제를 유지하는 쪽으로 일단락됐지만 이후에도 왕 상무가 장내에서 지분을 사들이는 등 경영권 분쟁 움직임이 지속돼왔다. 그동안 중재자 역할을 해 오던 왕 명예회장이 사망하면서 경영권 분쟁 이슈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고 증권가는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