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린 동부 구조조정

워크아웃說 제철 자율협약 가닥
신제윤 "법정관리 피하는게 맞아"


동부그룹 구조조정이 한숨을 돌렸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위기설이 돌던 동부제철은 채권단과 자율협약 방식의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비금융계열사의 지주사격인 동부CNI도 이달 만기인 회사채(500억원) 상환을 놓고 막바지 진통을 겪고 있지만 회사 보유현금 등을 통해 일단 고비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30일 기자들과 만나 "동부그룹 계열사들의 기업회생절차(법정 관리)는 피하는 것이 맞다"고 밝혀 파국은 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동부 채권단은 이날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동부제철 자율협약 진행을 위한 사전협의를 열었다. 동부제철도 이날 채권단에 정식으로 자율협약을 신청해 이르면 7월1일 동부제철과 채권단 간 자율협약이 체결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자율협약의 열쇠를 쥔 신용보증기금은 이날 회의에 앞서 자신들이 지원하는 차환발행분 240억원에 대한 우선변제권을 요청했으며 산은은 기존 채권과 동순위 변제권을 주겠다고 밝혀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동부제철의 위기가 진화 국면에 들어선 가운데 유동성 위기에 몰렸던 동부CNI는 오는 7월5일과 12일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상환을 위해 산은이 100억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놓고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산은 측이 추가 지원을 거부해 협상이 필요한 상황이다.

동부CNI가 자금마련을 위해 정보기술(IT) 사업 부문을 동부화재에 매각하는 방안은 금융당국이 부정적 입장을 밝히고 있어 현실화까지 역시 진통이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동부는 자율협약신청서에 대주주의 자구안 등을 담아 제출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기존의 자산매각 계획과 함께 추가적인 동부의 카드가 담길 것으로 보이지만 김준기 회장의 장남인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의 동부화재 지분은 끝내 내놓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채권단이 요구하는 방식으로 김 회장의 사재를 출연하는 선에서 동부의 자구안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김 회장은 1,000억원 규모의 사재를 당초 약속과 달리 동부제철이 아닌 동부인베스트먼트에 출연하겠다고 했다가 채권단과 마찰을 빚은 바 있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아직 김 회장의 방안을 받아보지 못했지만 동부도 채권단이 쉽게 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잘 알 것"이라며 "대주주가 정신을 차려야 동부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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