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진항 폭발사고가 채 수습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 산둥성 화학공장에서 또다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고속성장에 따른 허점이 안전감독 부실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23일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전일 오후8시40분께 산둥성 쯔보시 헝타이현의 화학공장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로 1명이 사망하고 9명이 부상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현재 피해상황이 공개되지 않아 추가 사상자가 있을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보인다. 룬싱화학공업과기가 운영하는 이 공장은 아디포니트릴이라는 화학물질을 생산하고 있다.
현지 매체인 루중천바오는 공장에서 1㎞ 거리에 위치한 가옥의 유리창이 깨지고 2㎞ 내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진동을 느꼈을 정도로 폭발 규모가 컸다고 전했다. 특히 현지주민들은 폭발 이후 공중에 떠다니는 흰색물질이 보였다며 불안해하고 있다. 사고현장에는 소방차 67대가 출동했으며 인근 도로를 통제해 현장접근을 막고 있다.
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아디포니트릴은 나일론의 중간원료로서 열로 분해돼 유독가스 상태로 사람에게 노출될 경우 피부·눈·목에 자극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매체는 공장 반경 1㎞ 내 거주구역이 있어 화학물질 유출로 인한 2차 피해가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AP·BBC 등 외신들은 이번 폭발사고가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중국 승전 70주년 열병식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당국은 톈진항 화학물질 창고의 초대형 폭발사고가 발생한 지 열흘도 지나지 않아 유사한 사고가 발생한 점에 당혹해하고 있다. 특히 톈진 사고 조사과정에서 루이하이물류회사의 인허가 과정과 유독 화학물질 관리 운영의 허점이 당국의 관리소홀과 연계되며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헝타이 화학공장 폭발도 조사 결과 부실한 관리에 따른 인재로 판명될 경우 중국 정부의 안전감독 체계 자체를 놓고 전면적인 문제 제기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의 중화권 매체들은 121명의 사망자를 내고 60여명이 실종된 톈진 폭발사고를 성장제일주의 아래서 소홀해진 관리감독 부실이 빚은 예고된 인재로 보고 있다. 중국 내에서는 이미 화학공장 등의 폭발사고가 빈번해지며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화학공장 인근 주민들은 공장이전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지난 4월7일 푸젠성 장저우시의 텅룽팡팅 파라자일렌(PX) 공장 폭발사고도 대표적인 인재로 꼽힌다. 불안한 주민들이 공장 이전을 요구했음에도 가동을 계속하다 폭발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당시 사고로 6명이 부상하고 주민 13명이 병원에서 정밀진단을 받았으며 인근 주민 3만여명이 안전지대로 대피했다. 사고 발생 4개월 만에 발표된 조사 결과는 회사의 안전책임과 지방정부의 관리·감독 소홀을 사고 원인으로 지적하며 회사 측 13명에게 형사 처벌을, 장저우시 상무부시장을 비롯해 질량검사국 부국장, 안전관리국 연구원 등 총 11명의 공무원에게 징계처분을 내렸다.
톈진 폭발사고 등도 인재로 최종 판명될 경우 물류회사 관계자들과 관련 공무원들이 강도 높은 처벌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중국 정부가 화학기업과 관련 물류회사 등에 대한 대대적인 안전감독 점검을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을 비롯한 외국계 화학기업들도 점검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