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리포트] 상장 문턱 낮춰 中企 자금조달 원활화 추진… '잡스법' 약인가 독인가

회계규정 적용면제 5년으로 확대… 인터넷 통해 100만달러까지 조달
골드만삭스 등은 우려반 기대반
고용증대 효과 거두기 어렵고 투자銀·기업 결탁 통한 범죄땐
투자자들만 피해 우려 제기도


지난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한 '벤처 육성법(Jump start Our Business Startup Actㆍ일명 잡스법(JOBS Act))'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모처럼 민주ㆍ공화 양당의 절대적 지지속에 마련된 이 법은 중소기업들의 투자자금 유치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상장을 용이하게 함으로써 기업에 활력을 불어??고 고용 확대를 꾀한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미국전체 기업 가운데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들은 고용의 50% 이상을 담당한다.

그러나 규제당국, 투자자단체 등은 이 법을 통해 실질적인 고용증대 효과는 거두기 어렵고, 오히려 월가와 기업들의 결탁을 통한 범죄를 양산해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치게 될 것이란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이 법의 주요내용은 비상장기업들의 자금유치를 돕기 위해 비상장시 최대 주주수를 500명에서 최대 2,000명으로 확대한다. 또 기업들은 연간 100만달러까지는 인터넷 등을 통해 대중으로부터 별다른 제한없이 모집할 수 있게 돼 초창기 아이디어만 가진 기업가들이 기업설립에 필요한 자금을 모을 수 있도록 했다.

이와 더불어 기업들의 상장유지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샤베인 옥슬리법 등에 따른 회계규정 적용면제 기간을 현행 상장 후 2년에서 5년까지 확대한다. 상장을 주선하는 투자은행들이 해당기업에 대해 보고서를 발간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이 같은 규정들은 연간 매출 10억달러 이하 기업들에 적용될 예정으로 지난해 상장한 소셜네트워킹업체인 링크드인만 하더라도 지난해 매출이 5억2,200만 달러였던 점 등을 감안할 때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 거의 대부분이 혜택을 받게 된다.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 법과 관련된 규정들을 작성하고 있으면, 빠르면 수개월 늦어도 1년 이내에 시행에 들어갈 전망이다.

'잡스법'에 대해 월가는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월가와 관련된 법률적인 문제를 주로 다루는 대형 로펌 데이비드 포크는 최근 고객들에 보낸 보고서에서 "기업공개(IPO)와 상장기업의 의무와 관련해 획기적인 규제완화"라고 평가한 바 있다.

골드만삭스, 모간 스탠리, 뱅크 오브 아메리카 등 잡스법과 관련 SEC가 세부규정들을 어떻게 만드는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투자은행들은 잡스법이 유연하게 적용된다면 신생기업들의 상장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경우, 주간사 역할을 할 이들 은행들의 수입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에 대해 투자보고서를 내고, 이를 보고 투자한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게 됐을 때 소송을 당하고, 은행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는 등 잠재적인 리스크도 있어 투자은행들이 섣불리 중소기업 관련 업무를 확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법이 투자자들의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는 반대도 여전하다. 엘리엇 스피처 전 뉴욕주 검찰총장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는 나쁜 영화의 속편과 같다"며 "이 법은 잡스법이라고 부를 수 없으며 월스트리트에 사기만 횡행하게 만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 닷컴 버블시기 투자은행들의 과장된 분석으로 투자자들이 피해를 본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규제당국 역시 이 법이 마련되는 과정에서부터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마리 샤피로 SEC위원장은 지난달 "이 법이 결국 투자자들의 보호장치를 느슨하게 할 것"이라며 "투자은행파트와 애널리스트가 공모할 경우,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손해를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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