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비정상' 이어진 청와대 총리 인사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내정에서 사퇴에 이르는 과정은 '비정상'의 연속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늘 입버릇처럼 '비정상의 정상화'를 강조해온 것에 비춰보면 뭔가 이상하다.

지난 10일 청와대는 "뛰어난 통찰력과 추진력을 바탕으로 공직사회 개혁과 비정상의 정상화 등 국정과제들을 제대로 추진해나갈 분"이라며 문 후보자의 내정을 공식 발표했다.

문 후보자는 하마평에 거론된 적 없는 전혀 뜻밖의 인물이었다. 아직까지 누가 어느 경로를 통해 문 후보자를 추천했는지에 대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비선 조직이 개입했다는 등의 추측만 무성하다.

이후 문 후보자에 대해 '친일 논란' 등 각종 논란과 의혹들이 제기되자 정작 청와대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해명을 문 후보자와 여당에 떠넘기는 모양새였다.

여론이 악화되는 가운데 국회 인사청문회에 필요한 임명동의안의 박 대통령 재가는 '서류 미비' '중앙아시아 순방 현지 일정' 등을 이유로 계속 연기됐다. 그러다 청와대는 순방기간 중 "박 대통령이 귀국 후 여러 상황을 충분히 검토한 뒤 재가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때부터 정치권을 중심으로 청와대가 문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기다린다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의 지명 철회는 인사 실패를 자인하는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문 후보자는 친일 논란에 대해 해명하며 자진 사퇴를 거부했다.

21일 박 대통령의 귀국 후 청와대의 침묵이 이어지던 중 국가보훈처는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문 후보자의 조부인 문남규 선생이 독립유공자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진실 여부를 떠나 발표시점에 의구심이 생기는 대목이다. 2010년 독립유공자 포상을 수여했으나 후손을 찾지 못했다는 게 보훈처의 설명인데 왜 문 후보자는 그동안 자신의 조부가 보훈처로부터 독립유공자로 지정된 사실을 몰랐을까. 일각에서는 정부가 문 후보자의 '명예회복'을 지원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청와대의 침묵 속에서 문 후보자는 자진 사퇴를 선택했다. 이처럼 국무총리라는 막중한 직책을 맡을 인물의 내정·해명·사퇴, 어느 것 하나 정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청와대가 과연 앞으로 어떻게 국민들에게 '비정상의 정상화'를 내세울 것인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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