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이사회와 별도로 집행임원 선임을 의무화하려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재계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4일 법무부 주최로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업지배구조 상법 개정 공청회'에서 "국가가 특정한 형태의 지배구조를 강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법무부는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자산 2조원이 넘는 대기업에 집행임원제 도입을 강제하고 감사위원과 이사를 분리 선출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재계가 가장 문제 삼는 부분은 집행임원제의 의무 도입이다. 이 제도 아래서 이사회는 의사결정과 감독기능만 갖고 집행은 최고경영자(CEO)ㆍ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의 집행임원이 하게 된다. 현행법상 이사회는 의사결정ㆍ집행ㆍ감독 기능을 모두 독점하고 있는데 이를 분리하라는 취지다.
이에 대해 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복잡한 경제환경 속에서 기업의 업무 집행과 의사결정은 경영 효율성 측면에서 필요하다"며 "성급하게 의무화하는 것보다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 본부장은 또 "집행임원제 도입 여부는 주주와 기업의 선택 사항이어야지 국가가 특정 형태를 강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집행임원제는 2006년 법무부가 도입을 추진했을 때부터 재계가 지속적으로 반발해온 제도다. 지난해 상법 개정 때 도입됐지만 집행임원 선임을 자율로 맡겼기 때문에 기업들이 거의 활용하지 않고 있다.
재계는 또 개정 상법 하에서는 최대주주 권한이 지금보다 약해진다는 점도 문제라는 입장이다.
최대주주가 CEO를 선임ㆍ해임하려고 하는 경우 지금은 주주총회를 소집해 의결권을 행사하면 되지만 이젠 이사회를 통해야 한다. 또 감사위원회 위원을 맡을 이사는 선임 단계부터 다른 이사와 분리 선출하고 이때 최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한다. 이에 대해 배 본부장은 "등기이사와 감사위원을 분리 선임하라는 것은 최대주주의 이사 선임권을 제한하고 주주권과 재산권을 침해해 헌법에 어긋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을 반영해 상법 개정안을 확정한 뒤 하반기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