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을 연이어 만나 북핵 문제 등 양국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또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과는 김정은 체제의 북한 변화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이 대통령은 9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클린턴 국무장관을 접견했다. 클린턴 장관은 “북한의 젊은 지도자가 자신의 힘을 강화하는 모습을 주시하고 있다”며 “경제 변화를 얘기하고 있지만 외견상 움직임에도 실체적인 변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미일이 긴밀히 공조해 북한에 대응해야 한다.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한미일 공조가 중요하다”며 “한미관계의 기초가 튼튼하기 때문에 양국 협력관계는 앞으로도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측은 이날 접견에서 북핵 문제와 북한 주민의 민생 문제를 중시하며 비핵화 없는 개혁은 이뤄질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클린턴 장관은 최근 한미 관계를 황금시대(Golden Age)라고 평가했다.
앞서 8일 이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만나 북핵 문제 해결이 러시아 극동지역 개발과 한ㆍ러 양국 간 경제협력에 도움이 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다자 간 노력을 함께 기울이기로 했다. 또 사증면제협정과 사회보장협정 체결을 위한 실무 협상을 조만간 개시키로 하고 러시아측이 수산물 가공시설 투자를 늘린다면 극동어업(명태) 쿼터량을 늘려주겠다고 제안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 VIP 라운지에서 후 주석을 만나 윈난성 지진 피해 등에 대한 위로를 전했다. 이 대통령은 후 주석에게 “윈난성 지진 피해에 대해 위로를 전한다”고 말했고 후 주석은 “이재민 75만명이 생기고 피해가 막심하다”며 피해 상황을 길게 설명했다.
독도와 과거사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일본과는 정상간 만남은 없었다. 이 대통령은 VIP 라운지에서 후 주석에 이어 노다 요시히코 총리를 만났지만 후 주석과 달리 웃으며 악수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외교장관 간 회동을 통해 현 상황에 냉정하게 대처하기로 인식을 같이하며 갈등 봉합을 위한 수순을 밟았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겐바 고이치로 일본 외무상은 APEC 공식만찬에서 만나 근린 우방국인 두 나라가 대국적인 견지에서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발전시켜나갈 필요가 있으며 특히 북한 문제, 경제, 문화 등 분야에서 계속 긴밀히 협력해나가기로 했다. 양국 외교장관은 한일 외교 당국 간에도 긴밀한 의사소통을 유지해나가기로 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